제2의 팬데믹, 빠른 임상시험 통한 신약 개발 관건
韓 DCT 저조, 임상시험 데이터 소유권 등 장애물 많아
신약 개발에 AI 활용 긍정적, 임상 분야 생성형 AI 잠재력 커

김세은 제이앤피메디 상무는 “DCT가 보편화되면 임상시험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자리엔 여러 개의 상처 자국이 남았다. 사무실과 가게는 문을 닫았고, 잠시 중단된 교육으로 학생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었다.

문제는 팬데믹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 질환 감염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발생 주기는 계속 짧아지고 있다. 실제로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부터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까지 인류를 위협한 감염병 주기는 계속 짧아졌다.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 불어닥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는 다음 팬데믹 유력 후보로 신종 인플루엔자를 언급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다음 팬데믹 후보가 무엇이든, 새로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만 해도 저번 유행병에 비해 백신 개발 속도가 빨랐다. 팬데믹과 같은 해 백신이 개발됐고 순차적으로 세계에 공급되면서 감염 위협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수많은 논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속도가 크게 늘었다. 이들을 가상에서 혼합해 그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 등도 발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령관리청은 차기 팬데믹 후보로 꼽히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1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하고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10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따른다. 바로 데이터다. 신약 개발 과정 중 하나인 임상시험에서 쓰이는 데이터의 소유권은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에 없다. 신약 개발 의뢰자에게 있다. CRO 기업들이 데이터를 지속 수집하고 있지만, 그 소유권은 의뢰인에게 있어 제대로 활용이 어렵다. 이 문제는 신약 개발 속도를 늦추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신약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는 임상 연구 단계다.

김세은 제이앤피메디 상무는 “해외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CT)은 한국에선 잘 쓰이지 않고 있다”면서 “여기엔 임상데이터 소유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DCT는 디지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환자가 집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데이터 기관인 클리니컬 트라이얼 아레나에 따르면, 한국의 DCT 비율은 4%였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폴란드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치다.

김 상무는 앞으로 한국에서 신약 개발 속도와 DCT 활용을 높이기 위해선 임상데이터 소유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많지만 소유권 문제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상무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학 석사를 취득 후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CRO인 LSK Global PS에서 임상시험 운영, 데이터 관리 및 품질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사업개발이사로서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 및 CRO와의 교류를 통해 임상시험 의뢰자들에게 최적의 방안 등을 제시했다. 지난 7월 제이앤피메디로 이직해 임상 단계에서의 디지털전환(DX) 추진하고 있다.

김세은 제이앤피메디 상무는 “한국의 DM 기술을 세계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임상시험 서비스 센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동원 기자

- 코로나19는 신약 개발 속도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여전히 신약 개발 단계 중 임상시험에 걸리는 시간은 긴 편이란 지적이 많다.

“코로나19를 통해서 분산형 임상시험, 즉 DCT 부분이 대두된 것은 많다. 과거에는 임싱시험 기관이나 장소적인 제한이 있었다면 DCT가 활용되면서 이러한 제약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대상자가 있다면 자료를 취득할 방법이 생겼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되고 있어서 이런 디지털 요소를 활용하면 이전보다 임상시험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질병이 출현하면 백신과 신약이 빠르게 개발돼야 한다. 이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어서 DCT 등의 방법이 더 보편화되고 관련 기술도 지속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동물로부터 바이러스 질병이 옮겨오는 인수감염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서 변화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데이터 소유권이다. 현재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자료나 데이터는 많지만, CRO에선 소유권 문제로 활용이 어렵다. CRO 기업들도 데이터를 수집하고는 있지만 소유권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실질적으로 소유권은 백신 개발 의뢰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이 국내에서 DCT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AI를 접목할 때도 이 데이터 소유권 문제가 중요하다. 임상시험인 규제 산업의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기술과 속도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 미국, 유럽 등에선 DCT뿐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첨단 디지털 기기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한 한국은 오히려 더 보수적인 생각이 든다.

“물론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에서도 이런 부분을 알고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에서 신속 검사 등 정부가 노력해 준 부분이 있다. DCT는 아직 규제에 있어 국내에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변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지속 시행된다면 DCT나 디지털 기기 이용과 같은 부분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 제이앤피메디도 관련 협의체 등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은 규제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발 빠르게 개발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함께 의견을 내고 있다.”

- 최근 제이앤피메디로 이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임상시험 관련 여러 업무를 했었는데 그중 DM(Data Management) 부분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DM 업무를 하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많았다. 현재 업무 시스템에서 무엇을 지원하면 임상시험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담아두고 있다가 제이앤피메디가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블록체인 분야에 개방적이고 자체 개발한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더해 DM 업무도 진행하면서 신약 개발의 전략부터 상업화,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 전 주기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이에 개발팀과 함께 디지털화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개발하면 임상시험 디지털화를 조금씩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제이앤피메디에 합류했다.”

- 최근 신약 개발 관련 AI 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있다. 관련 분야에서 많이 종사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나.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임상시험 분야 업무를 계속하면서 데이터 가져올 수 있는 혁신에 관심이 컸다. 특히 AI가 광범위한 데이터를 핸들링할 수 있는 점에서 잠재력이 큰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AI 발전으로 사람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임상데이터 등을 관리하는 DM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잘못된 결과를 낸다. 이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 검증 등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에 AI를 도입할 때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일 것이다.”

- 임상시험 디지털 전환에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많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는 잠재력이 높은 기술이라 안전성 등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우선 작게는 문서 작성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서 데이터 등을 리포트로 생성하는 부분에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면 담당자들의 업무가 크게 경감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이 자동화된다면 큰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외부에서 봤을 때 제이앤피메디 메이븐 솔루션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좋다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업무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됐다. 유연한 부분도 강점이다. ‘어떤 점이 필요하다’,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요구 사항을 잘 반영해 줬다. 이런 부분이 고객사에 맞춰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고 봤다.”

- 제이앤피메디 배에 승선했다.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나.

“한국의 DM과 통계 업무 기술력과 능력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특히 제이앤피메디의 메이븐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가치가 높다. 이 솔루션의 DM 부분의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 어떤 환경이나 고객 요구 상황에 맞춰 지속 기술을 고도화하며 한국에서도 글로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DM 기술을 세계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서비스 센터와 같은 부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