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혈액, 돼지 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 이종 수혈 효과 확인
헌혈 감소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혈액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사람의 적혈구를 돼지의 적혈구로 대체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병원장 김형수)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노주혜 교수 연구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 연구팀, 바이오 기업 옵티팜(대표 김현일)은 세계 최초로 돼지 적혈구를 비인간 영장류에게 투여한 이종(異種)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가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WT)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삼중유전자 제거, TKO)의 혈액을 임상용 적혈구제제로 각각 제조했다. 그 뒤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실험군 1, 실험군 2, 대조군에 4마리씩 배정하고 각각 25%의 실혈(혈액 손실)을 유발한 후 실험군 1에는 WT 돼지의 적혈구를, 실험군 2에는 TKO 돼지 적혈구를 수혈했다. 이후 출혈 전과 출혈 직후, 수혈 후 21일 동안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대조군과 비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군 모두에서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 헤마토크리트 및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으며, TKO 돼지 적혈구가 WT 돼지 적혈구보다 전신적인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험군에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 이후 순환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로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을 입증했지만, 이종 수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Impact Factor=5.7) 6월호에 게재됐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 이후엔 생체 반응으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되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 수혈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 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