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가수 윤하'가 스무 살이 됐다. 윤하의 말을 빌리면 두 번째 스무 살이다. 다만 윤하는 "10주년 때는 '이제 좀 알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20주년은 어떻게 왔지 이런 느낌이다. 그때는 '나만 열심히 하면 다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는 부분이 작게 느껴진다. 온전하게 내가 바라는 하나의 결과물이 안정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기적 같다고 느낀다"라고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2004년 일본에서 첫 싱글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윤하. 그는 지난 20주년을 돌아보며 '원픽곡'으로 지난 정규 앨범 리패키지의 타이틀곡인 '사건의 지평선'을 꼽았다. "그 곡에 입혀진 추억과 이야기가 많다"라며 윤하는 "어떤 순간에 들었다거나 가끔 댓글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거를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다. 되게 애틋한 마음이 있다. 그런 것을 읽다 보면 이 곡이 더 이상 나만의 곡이 아니구나, 이분들에게도 중요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다는 생각으로 애착이 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은 윤하에게 있어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의 소속사와 오랜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윤하는 "정확히는 제가 첫 회사에서 독립을 하며 레이블을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계속 한 회사에 있게 됐다"라며 "그러다가 지난 6년 전에 이제 더 이상 내가 뭔가를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지금 대표님이 이 회사를 인수해서 제가 들어온 케이스다. 그때 대표님께서 3년만 해보자고, 자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속는 셈 치고 계속 했는데 대박이 났다. 인생은 알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그때 제가 선택한 사람은 제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윤하는 은퇴를 고민했던 것과 관련해 "저와 마음이 잘 맞는 분들과 회사를 차려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4집 앨범이 완성됐고, 평단에서 인기가 있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몇 번의 미니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걸로 회사를 굴리기에는 보상이 적었고, 인력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팀이 와해가 됐다. 완전히 혼자가 된 상황이었다. 혼자가 된 내가 뭐를 할 수 있을까, 뭐를 하고 싶은 걸까 그 방향성을 몰라서 '나는 만들어져 왔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슬럼프가 지속됐다. 그 길을 찾기 위해 헤매던 시간이 5년에서 5년 반 정도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때 지금의 대표와 만나게 된 윤하는 "3년만 더 해보자는 말에 속는 셈 치고 했다. 저는 어차피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3년을 더 하고 그만두나, 지금 그만두나라고 생각했다. 그냥 회사에 있으면 전화도 받아주고 좋겠지 이런 마음이었다"라며 "그때 내가 손을 잡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며 진짜 세상일은 모르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녀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저의 삶의 과정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선'을 쓸 당시의 마음은 어땠는지 묻자 윤하는 "어떤 반응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당시에도 정규는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아티스트 역량을 200% 발휘하라'는 명령을 주셔서 뭐라도 마감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라며 "사실 '사건의 지평선' 같은 경우, 제가 지나간 인연 정리를 잘 못한다. 그런 것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떠난 인연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께 다가가는 곡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사실 제목부터 잘 외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니까 정말 너무 신기했다"라고 답했다.

'사건의 지평선' 같은 경우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며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 역주행을 바라는 곡이나 앨범이 있는지 묻자 윤하는 "저는 4집 앨범 이야기를 많이 했다. 'Run'이라는 곡을 얘기했었는데, 사실 지금은 새 앨범이 가장 마음에 들고 이것만 들어주셔도 충분히 지금의 윤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번 앨범이 지금까지 작업한 앨범 중 가장 제 손때가 많이 묻었다.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써서 그런가 더욱 애정이 많이 간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윤하는 두 번째 스무 살을 넘어, 세 번째, 네 번째 스무 살을 그리고 있다. 그는 "조용필 선배님처럼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건 제가 정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가는 일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무대에 세워줄 때까지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음악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팬들과 약속한 것이 있다. 2041년에 독도에서 금환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날이 있다고 들었다. 그때의 기상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음악회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미래를 꿈꾸었다.

"뭔가 약속이 있으면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윤하는 "2060년에는 일단은 살아 있어야겠지만, 디너쇼를 하자는 말도 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정해놓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살아가는 힘이 되고, 만약 그때 가서 좌절을 하게 되더라도 그때 그런 약속을 했다고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답해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한편 윤하의 정규 7집 'GROWTH THEORY'는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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