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작품 '찐'하게 연기했다"…'보통의 가족'된 설경구X장동건X김희애X수애 [종합]
"'보통의 가족'을 찍으면서 찐(진짜) 작품을 하는구나, 찐하게 연기했다. 그런 작품을 드디어 소개할 수 있어 설렌다."
배우 김희애가 4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보통의 가족' 제작보고회에서 이야기했다. 작품에 대해 이보다 더 자신 있는 인사를 전할 수 있을까. 심지어 '보통의 가족'은 김희애를 비롯해 설경구, 장동건, 수현이 합류해 신뢰를 더 한다. 여기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로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공식 초청된 바 있다. 허진호 감독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보통의 가족'으로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제가 사람에 대해 궁금해했던 지점을 많이 담고 있었다. 영화화하며 한국에 맞는 상황이 들어가 차별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았다. 허진호 감독이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라고 애정을 전하기도 한 설경구는 촬영 현장에 "굉장히 긴장하고 가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호흡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 터지고, 뼈 부러지는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더 강렬한 구강 액션이 있다"라며 "그만큼 몰입해야 했고,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강렬했던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장동건은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 역을 맡았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창궐'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장동건은 "굉장히 떨리고 긴장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갖고 나오게 돼 설렘 반, 걱정 반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동건은 재규 역에 대해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린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정다감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녀의 범죄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장동건은 "'나라면 어떨까?' 생각하며 연기를 하게 되는데, 실제 아이가 있으니까 너무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되더라. 하고 싶지 않은 상상을 하며 연기를 하게 됐다. 그런 점이 어려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장동건은 설경구와 형제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좀 부담스러웠다. '우리 둘이 닮았냐?'라고 감독님께 묻기도 했다"라고 솔직하게 외모적인 점을 털어놨다. 이어 "장동건과 알고 지낸 시간은 꽤 됐다. 배우들끼리 모일 때, 항상 같이 있었고, 작품은 처음으로 하게 됐다. 되게 깊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며 작업했다"라고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이에 장동건은 "설경구와 사적으로 알고 지낸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한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셔 잠깐 잠이 든 적이 있다. 일어나보니 설경구 무릎에서 잠이 들었더라. 꽤 오래 잤는데, 형이 묵묵히 참으며 견뎌준 거다. 그때 이 사람은 정말 '형이다'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함께하며 많은 걸 배웠다. 이 형이 왜 대배우가 됐는지 체감했다"라고 애정과 존경을 더 했다.
김희애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 역을 맡았다. 그는 "지적인 여자고, 열심히 사는 슈퍼우먼이다. 아이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고 난 후,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장동건)과 부딪히며 혼란을 겪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에 허진호 감독은 "김희애의 귀여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 모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촬영하며 '이렇게 귀여운 데가 있으시네요'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장동건은 김희애와 부부 호흡을 펼쳤다. 장동건은 "그동안 현실에 발붙어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못 해봤다"라며 "김희애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첫 촬영 끝나고 나서 '괜찮겠다', '잘 만들어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잘 이끌어줬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김희애는 "제가 극 중에서 연상이다. 장동건은 '청춘 배우'로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 하며 리더로 끌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멋있다, 우리나라에 저렇게 멋있는 배우가 있어서 참 좋다'라고 생각했다"라고 화답했다.
수현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쿨한 여성의 표본 ‘지수’ 역을 맡았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수현은 '보통의 가족'으로 한국 영화에 처음 출연하게 됐다. 수현은 허진호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전하며 "버킷리스트 1번을 이뤘다.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라고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현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 지수에 대해 "뻔할 수 있는 젊은 아내인데, 부모가 되어가는 걸 배워가는 캐릭터다. 가족의 대화에서 뜬금없긴 하지만 '내 생각은 이런데요'라며 한 번씩 질문을 던진다. 그게 여운을 남기는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무려 19회나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생각을 자극하는 파국의 엔딩! 예측할 수 없는 스릴러”(Variety),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미친 연기”(The Varsity),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Movie Moves Me), “가슴 깊이 오래 남을, 강렬하고 마음을 동요시키는 걸작”(NME), “허진호 감독이 탄생시킨 마스터피스”(Dominion Cinemas) 등의 극찬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장동건은 "나 역시 관객 입장에서 강렬하고 마음을 동요시킨다고 생각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들, 인간의 본성, 양면성 등이 뒤섞이고 휘몰아치며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라고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은 '보통의 가족'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진 어떤 질문들,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당연히 아이들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 큰 모티브가 되기 때문에 교육적인 문제, 혹은 우리가 생각하는 빈부격차, 그리고 상류층의 책임감 등 다양한 지점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담을 수 있었다"라며 작품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자 했던 지점을 이야기했다.
한편, 생과 사, 사랑 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일렁임을 선사해 온 허진호 감독이 던지는 새로운 화두가 담긴 영화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