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내가 본 세상을 공유하고 싶었다"…윤하, 왜 '태양물고기' 였을까
앨범을 쭉 들으면 마치 어드벤처 세계관에 빠진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윤하가 의도했던 지점이다. "이 앨범이 호주의 브룸이라는 곳에 여행을 가며 시작됐는데, 1년 동안 그곳에 있으며 내가 본 세상을 공유하고 싶었다"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1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윤하는 정규 7집 'GROWTH THEORY'(그로우스 띠어리)를 발매했다. 윤하가 약 1년간 준비한 이번 정규 앨범은 2021년 발매한 6집 'END THEORY'(엔드 띠어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전개되는 'THEORY'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다.
음원 공개 다음 날 서울 중랑구 한 카페에서 윤하를 만났다. 그는 "7집 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윤하입니다. 1년이 꼬박 걸려서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활동을 하려니 쉽지는 않은데,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THEORY' 시리즈의 시작점은 지난 팬데믹 기간이었다. 윤하는 "심심하고, 일도 없고, 공연도 취소가 됐고, 회사에 가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다 보니까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제가 모르던 개념들이 조금씩 보이고 과학에 대한 것도 있는데 '나의 존재란 무엇인가' 같은 섬네일을 보고 클릭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러 개념을 알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윤하는 "제가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나와서 과학에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다 보니까 전부 모르는 내용이라 하나씩 빠져서 보다 보니 곡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윤하는 별의 탄생을 노래했고, 이번에는 바다와 다양한 생물에게로 시선이 향하게 됐다. 윤하는 이번 'GROWTH THEORY'에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작고 낡은 요트가 함께하는 장대한 여정을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또한, 여정의 전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주체들과 교감하며 깨닫게 되는 성장의 의미도 만날 수 있다.
윤하는 이번 앨범의 작업 과정에 대해 "처음에는 회사에서 이번 시리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역사나 세계사 같은 것을 노래하면 어떨까 제안을 주셨는데 자신이 없었다. 제가 그걸 현명하게 풀 수 있는 사람인지도 확신이 없었다"라며 "그래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생물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호주에서 보낸 시간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윤하는 "다른 환경에 나를 놓고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거기에서 많은 주제를 얻었다. 평야 지역이다 보니까 구름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보며 주제를 가져오기도 했고, 브룸에 도착했을 당시 은하수를 보러 갔는데 거기에 맹그로브 나무라는 식물을 처음 접하며 그 친구의 입장에 이입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썰물이 나가고 밀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때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되는 나무의 삶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나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은데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한테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됐고, 그렇게 이 이야기를 꼭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맹그로브'로 시작되는 'GROWTH THEORY'는 '죽음의 나선', '케이프 혼', '은화', '로켓 방정식의 저주'를 거쳐 타이틀곡 '태양물고기'에 다다르게 된다. 타이틀곡 배치 위치가 독특한 것 같다는 말에 윤하는 "지난 앨범부터 세계관 작업을 했고, 앨범 전체적인 서사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앨범을 통으로 듣는 것이 어려운 시기가 아니냐는 말을 건네자 "걱정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만약 전체적으로 재생을 한다면 첫 시작은 '맹그로브'인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타이틀로 선정된 '태양물고기'는 윤하의 취향이 물씬 느껴지는 록 넘버로 타인의 평가나 타인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개복치(SUNFISH)라는 소재와 함께 뭉클하게 전한다.
윤하는 여러 생물에 대한 탐구를 하던 중 개복치의 영문명을 알게 됐다며 "수많은 어종들 중 왜 '해'의 이름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찾아보니 개복치가 바다에서 정상적으로 살았을 때는 20년이 넘는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수면 위부터 심해까지 왔다 갔다 하는 생명체라 레인지도 넓고 여러 바다 생물들에게 이득을 주기도 한다.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요즘 SNS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까 꼭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자신의 삶이 노출되는 경우도 많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또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인 정서로 깔려있는 것 같은데, 오해를 사거나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며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개복치를 닮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윤하 역시 스스로 개복치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사건의 지평선' 전까지도 그랬다"라며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 댓글을 보면 '나만 알기 아까운 가수', '늘 아쉬운 가수'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발짝 더 나아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가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상관일까 생각했지만, 팬들의 어깨를 더 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제가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고, 개복치나 맹그로브 같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어도 가치 있는 것들이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어 '코리올리 힘', '라이프 리뷰', '구름의 그림자', '새녘바람'까지 총 10개 트랙이 수록된다. 모든 곡 제목이 특이한 것 같다는 말에 윤하는 "처음에는 너무 갔나 싶어서 회사와 상의를 했는데 대표님께서 갈 거면 확실히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규 앨범은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셔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겠다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판타지물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이번 앨범은 게임 속 주인공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안에 들어가서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윤하는 전곡에 작사 참여한 가운데, 단 한 곡만 단독 작사가 아니라 눈길을 끈다. 그는 "처음에는 제가 혼자 다 하려고 했는데, '은화' 가사를 단 몇 줄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감 기한이 다가왔고, 너무 심적으로 힘들었다. 동생이 작가인데, 곡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나머지 가사에 대해 '좋은 생각 없냐'라고 물어봤더니 금방 나왔다. 며칠 만에 해결이 됐다"라며 "협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열려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연어의 '은화'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윤하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그는 "연어 같은 경우 바다로 나갈 때 사람들이 성인식을 치르는 것처럼 옷을 갈아입고, 몸이 은화가 되어 나간다고 들었다. 태양빛처럼 반짝이는 상태로 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신나서 나가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다"라며 "올해 20주년이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키워드와도 잘 맞는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새녘바람'이라며 "팬송으로 만든 곡인데, 1집에 'Fly'라는 곡이 있는데 거기에 '천 번 넘어져도 나는 다시 달려가겠다'라는 내용의 가사가 있는데 이걸 지금의 곡에서 확장을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곡이다. 제가 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동안 기다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런 믿음에 대한 보답으로 담고 싶었던 곡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라고 말했다.
대자연에서의 항해를 마친 소녀의 다음은 무엇일까. 윤하는 "우주에서 바다로 온 만큼, 세 번째 작품은 바다에서 군락이라든지, 자치 단체 이런 작은 규모로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하는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다.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당부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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