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전후로 방영한 일본의 만화영화 <황금박쥐>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볼거리였다. 지금도 주제가가 입가에 맴돌 정도로 열심히 따라 불렀고, 소풍 가는 날이면 떼창으로도 불렀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배트맨>은 만화영화가 아니라 실제 배우들이 연기했기에 더 실감 나게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구나 영화 <배트맨> 시리즈들은 유명 감독들이 자신들만의 색깔로 영화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박쥐는 만화영화, 드라마,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그 이미지가 비호감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서양에서의 박쥐는 <이솝우화>에서 묘사한 이중성과 마녀가 박쥐로 변한다는 미신적 사고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동양에서의 박쥐는 어떤 이미지였을까? 

<오복도(五福圖)>, 굴조린 /출처=바이두

<백자 청화 박쥐무늬 대접>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박쥐는 한자로 편복(蝙蝠)이라고 하는데, 박쥐 편(蝙)과 박쥐 복(蝠) 이음동의어의 중첩이다. 이때 박쥐 복(蝠)과 행복 복(福)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박쥐는 행복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오복도(五福圖)>를 보자. 박쥐 다섯 마리가 밤하늘을 비행한다. 박쥐를 왜 다섯 마리나 그렸을까? 바로 오복(五福)을 그린 것이다. 오복(五福)의 내용은 《서경·홍범편(書經· 洪範篇)》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수(壽).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은 오래 사는 것인가 보다. 

둘째는 부(富). 일생을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셋째는 강녕(康寧). 오래 살고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덕을 닦고 베푸는 것이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봉사활동 많이 하고 기부 많이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 자식들이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이다. 세상을 떠날 때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자는 뜻과 다름없다. 

요즘은 오복의 의미가 변해서 건강, 재물, 지위, 배우자, 치아 등 사람의 희망에 따라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오복에서의 오(五)는 단순히 숫자 5, 다섯 가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많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오만상을 찌푸리다, 오만 가지, 오색찬란하다’ 등의 표현이 있다. 결국 박쥐 다섯 마리를 그린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기원합니다”라는 뜻이다.

<백자 청화 박쥐무늬 대접>에도 박쥐가 셀 수 없을 만큼 그려져 있다. 생활용품 하나에도 행복을 소망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다. 박물관에 가면 박쥐무늬가 있는 접시, 타구, 연적 등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복 중에 최고는 건강이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과 같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난치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모든 의료진에게 오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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