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기간에 루돌피눔에서 관람한 공연 3선

프라하 시내 전경(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체코를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약 23만 4천여 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체코를 방문했다. 이는 2022년 대비 약 2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중에도 여행객들은 프라하, 남부 보헤미아, 남부 모라비아 지역을 많이 찾았다. 체코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체코를 방문한 한국인은 약 5만 명에 이른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내륙 국가 체코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가 응집된 나라다. 그중에서도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무궁무진한 현대 미술과 문화유산을 품고 희대의 예술가들을 키워 낸 아름다운 도시다. 프라하의 골목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길은 마치 중세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예술의 향기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프라하 루돌피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보헤미아’라는 옛 이름이 가진 감성처럼 자유분방하고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는 체코는 매해 5월이 되면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음악 축제로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한다. 특히 2024년은 '체코 음악의 해'이자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행사가 열려 체코는 들뜬 분위기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한번은 꼭 가본다는 체코 프라하로 지난 5월에 떠났다. 5~6월은 포근한 날씨 속에서 여행하기 좋아 프라하 여행 최적기로 꼽힌다. 체코를 대표하는 국제 음악 축제인 ‘프라하의 봄’ 축제 기간에 프라하의 유서 깊은 뮤직홀과 극장, 박물관, 호텔 등 '음악'을 테마로 한 명소들을 직접 방문했다.

매년 5월 12일부터 3주간 열리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프라하 곳곳이 선율로 물들다
체코 최대의 음악 축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매년 5월 12일부터 3주간 프라하시 전역에서 열린다. 1946년부터 시작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약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치적인 격동과 문화적인 변화에서도 계속 이어져 왔다. 체코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큰 규모의 축제로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사진출처=체코관광청)

올해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지난 6월 4일에 막을 내렸다. 앞서 언급했듯 2024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체코 출신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더욱 성대하게 진행됐다. 

프라하의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청동상(사진출처=체코관광청)

축제는 키릴 페트렌코(Kirill Petrenko)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연주하며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와 함께한 풍부한 역사가 있다. 2번의 공연을 제외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은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의 초청으로 7차례에 걸쳐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이외에도 체코 출신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야쿱 흐루샤(Jakub Hrůša) 지휘의 오케스트라 델 아카데미아 나치오날레 디 산타 세실리아(Orchestra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의 공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공연,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작곡가 크리슈토프 마르자크타의 '생추어리스'의 세계 초연, 야쿱 흐루샤의 지휘와 체코의 탑 소프라노 카테르지나 크녜지코바 등이 함께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오페라 공연 '리부셰(Libuše)' 등 놀랍고도 다양한 공연들이 축제 기간 내내 총 50회에 걸쳐 펼쳐졌다. 

체코관광청은 2025년 5월 12일에 열리는 제80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하 최고의 콘서트 홀 ‘루돌피눔(Rudolfinum)’
블타바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루돌피눔은 전 세계 음악인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곳이다.

현재 루돌피눔에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주하고 있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이 1896년 1월 4일이었고, 당시 지휘자는 드보르작이었다. 그가 직접 자신의 신세계 교향곡을 초연했던 홀이 바로 루돌피눔의 ‘드보르작 홀’이다.

프라하 루돌피눔(사진출처=체코관광청)

루돌피눔은 매년 열리는 프라하의 봄과 같은 클래식 음악 축제 및 중요한 콘서트의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19세기 후반의 네오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적인 예다. 현재 프라하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1876년부터 1884년 사이에 다목적 문화센터로 설립되었다. 

프라하 루돌피눔 드보르작 홀(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중 가장 먼저 관람한 공연은 프라하 최고의 콘서트 홀 중 한 곳인 ‘루돌피눔(Rudolfinum)’ 드보르작 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공연이었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출처=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식 사이트)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2015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화려하게 우승한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2016년 5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체코 무대에서 데뷔했다. 그 후 8년 뒤인 2024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곡을 쉴 새 없이 연주하며 2시간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출처=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식 사이트)

매진을 기록하며 1,200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조성진의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에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크리스토프의 생추어리 '(사진출처=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식 사이트)

루돌피눔 드보르작 홀에서 관람한 두 번째 공연은 5월 27일에 열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지휘는 미코 프랑크(Mikko Franck)가 맡았다. 이날 공연은 프라하의 봄 축제와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동 의뢰로 탄생한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는 TV를 통해 생중계하고 체코에서도 라디오로 중계할 만큼 주목받았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크리스토프의 생추어리'(사진출처=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식 사이트)

공연 1부는 체코 출신 작곡가인 크리슈토프 마르자트카(Kryštof Mařatka)가 프라하의 봄 축제를 위해 본인이 작곡한 곡 '동굴 벽화의 깊은 곳'을 초연했다. 초연인 만큼 관객들도 더욱 유심히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웠던 점은 연주가들이 단순히 악기만 연주한 게 아니라 발 구르고, 박수치고, 입으로 '우! 우!'하는 낯선 소리를 내며 곡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해당 곡은 선사 시대에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 문명이 발달하기 전 동굴에서 펼쳐졌을 법한 일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공연 2부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다프니스와 클로에'와 '라 발스'가 피날레로 준비됐다.

지휘자 야쿱 흐루샤(Jakub Hrůša)(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기간에 루돌피눔에서 관람한 마지막 공연은 ‘영광스러운 리부셰(콘서트 오페라)’다. 현재 체코에서 가장 핫한 지휘자로 떠오른 야쿱 흐루샤(Jakub Hrůša)의 리부셰 첫 공연이었다. 야쿱 흐루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스메타나의 작품인 '리부셰'를 오페라 콘서트 버전으로 지휘했다.

제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리부셰'(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는 프라하의 건립을 예언한 리부셰 공주의 신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는 리부셰 공주와 남편 프르제미슬과의 만남, 프라하의 탄생 서사를 담아 오페라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졌다. 체코 사람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인 리부셰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체코의 유명 오페라 가수들이 함께했다. 

이날 공연은 3시간이 훌쩍 넘는 긴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에 참여한 지휘자와 연주가, 그리고 가수들이 만들어 낸 강렬한 하모니와 웅장한 사운드는 뭉클한 여운을 자아냈다. 또한, 긴 시간 동안 몰입해 공연을 관람하는 수준 높은 관객들을 보며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음못알’도 프라하에 오면 누구나 음악에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장담한 체코관광청 관계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취재 협조 = 체코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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