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뉴스에서는 해마다 온열질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데, 사망자의 대부분이 노인이라고 하니 어르신들께서는 각별히 주의하셔야 한다.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 대한 세심한 행정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무더운 날 마을마다 하나쯤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 평상에서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잠깐이나마 낮잠까지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왼쪽) <백령도(百齡圖)>, 부철년, 출처=바이두, (오른쪽)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 정선, 인천시립미술관

위 두 그림은 모두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영지버섯이 더위를 식히고 있는 그림처럼 보인다. 첫 번째 그림은 <백령도(百齡圖)>이고, 두 번째 그림은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다.

먼저 <백령도>를 보자. 그림의 왼쪽 윗부분에 제목을 ‘百齡圖(백령도)’라고 써 놓았다. 제목의 일백 백(百)과 나이 령(齡)을 풀어쓰면 ‘나이가 100세’라는 뜻이니 오래오래 살라는,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이 된다. 그런데 왜 그림의 제목이 <백령도>가 되었을까?

그림 속의 나무는 측백나무다. 측백나무 ‘백(柏, bǎi)’과 일백 ‘백(百, bǎi)’은 발음이 같다. 그리고 버섯 영지(靈芝, língzhī)의 ‘靈(령)’과 나이 ‘령(齡, líng)’의 발음도 같다. 그래서 측백나무는 숫자 100을, 영지버섯은 나이를 의미한다. 결국 ‘백령(柏靈)’을 ‘백령(百齡)’으로 읽은 것이니, ‘백세(百歲)’라는 글자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과 다름없다. 측백나무 한 그루를 그렸으니 희망 사항이 100세였지, 만약 두세 그루를 그렸다면 인간이 신이 되겠다고 도전하는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보자. 그림을 보면 “늙은 소나무와 영지버섯이네. 참, 잘 그렸네!”라고 감탄할 수는 있어도 그림의 뜻을 바로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림의 뜻을 알고 나면 왜 소나무와 영지버섯을 그렸는지 이해가 된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십장생 중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한다. 결국 이 그림도 “소나무 나이만큼 사세요!”라고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이다. 

지금이야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람이 한 세기를 산다는 게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100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사람이 60년을 살아 회갑 잔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커다란 축복이었다. 그래서 희망 사항을 그림으로 그려 걸어두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으로 측백나무 한 그루만을 그린 작품도 있다. 이 그림을 <백수도(白壽圖)>라고 하는데, 제목이 일백 백(百)이 아니라 흰 백(白)이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측백나무 백(柏)과 흰 백(白)의 발음이 같고, 나무 수(樹)와 목숨 수(壽)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백수도(白壽圖)>라고 한다. 흰 백(白)이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즉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의미인가 보다 추측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추측한 것이 다 맞는다면 그림 읽는 묘미가 반감될 것이다. 

한자 일백 백(百)에서 맨 위 일(一) 자를 빼면 흰 백(白)만 남는다. 이것을 숫자로 표현하면 100에서 1을 빼는 것이니 백수(白壽)는 99세가 된다. 99세나 100세나 모두 천수를 누린 삶이다.

참고로 영지버섯은 불로초라고도 하는데, 그림처럼 소나무나 측백나무 아래에서 100년쯤 살까? 영지(靈芝)는 ‘신령한 버섯’이라는 뜻이지만, 상상과는 달리 1년생 식물이고, 소나무 아래가 아닌 활엽수의 뿌리 부분이나 그루터기에서 자란다. 

<백령도>와 <노송영지도>는 자연의 생태환경과는 다르지만, 그 뜻은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것이다. 모두가 무더운 여름을 무탈하게 건너 가을에 닿기를 소망한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