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대학원생 15명 인터뷰
"챗GPT, 시간 효율은 좋지만 2차 가공의 필요성 느껴"
학생들이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전략 세워야

숙명여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서예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발표 이후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전세계 AI 붐을 일으킨 생성형 AI 대학가에서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실제로 생성형 AI를 학생들은 어떤 부분에 활용하고 있고, 평가는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 연세대, 숙명여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15명을 거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대체로 생성형 AI를 과제 등에 활용하고 있었고,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대학가의 AI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연세대 학생들이 연구실로 향하는 모습. 연세대 공대 건물 전경. /서예림 기자

◇ 대학생들, 챗GPT 활용법 다양… 과제부터 시험 준비까지

인터뷰를 진행한 15명은 모두 챗GPT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으며, 주로 과제하거나 시험기간에 자료검색을 위해 써 본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교양과 전공 수업을 막론하고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심도 있는 공부를 이어가는 대학원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재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생은 “물리학이나 반응공학 같은 수업의 과제를 하며 검산용이나 풀이 과정을 활용할 때 자주 쓴다”며 같은 과 제갈민호 학생도 “교양수업을 들으며 독일어권 문화에 대한 발표를 준비를 위해 발표 주제 선정과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하는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학부 백종엽 대학원생은 “평소에 논문 읽을 일이 많은 편인데, 논문을 요약하거나 일부를 스크랩해서 번역할 때 자주 사용해 봤다”며 박성준 씨도 “촉매현상을 연구하거나 잘 알지 못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며 “예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연구 분야라던가 연구의 한계점 등을 검색할 때 자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챗GPT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활용이 될까?

한수종 연세대 건축공학과 대학원생은 “건축열환경공학이라는 친환경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과목이 있다”며 “제로 에너지 빌딩 관련해서 세계적인 사례를 검색하거나 진행상황을 알고 싶을 때 활용한다”고 했다. 이어 김주의 학생은 “종합설계라는 프로젝트를 졸업 전에 해야 하는데 코딩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프로젝트들에 코딩 하기위해 활용한다”고 말했다. 또 송상길 대학원생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다루는 편이 아니다 보니 사용하게 됐다”면서 “연구 실적을 위해 애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처럼 챗GPT는 단순히 정보를 탐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르는 분야에 대한 도움을 받는 용도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공학계열 뿐만 아니라 챗GPT는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숙명여대 영문학과 A 학생은 “교양이나 전공 시험을 볼 때 예상문제가 필요한 편이다”며 스스로 예상 문제를 만들어 시험 공부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GPT에는 단순히 파일을 통으로 넣어도 나름 쓸만한 예상 문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최윤선 시각디자인과 학생은 “브랜딩 수업을 들을 때 카피라이팅을 정해야 했었다”며 “후보군을 여러개 두고 결정하고 싶어서 광고 카피라이팅 관련해 사용해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챗GPT가 인문 · 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의학 계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약학과에 재학 중인 B,C 학생은 “시험 공부하며 간편 노트를 만들어야 할 때 시작인 막막한 경우가 있다”며 “GPT가 알려준 내용을 기준으로 삼으면 시작하기 수월해져 활용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나오는 모습. /서예림 기자

◇ 대학생들이 보는 챗GPT의 장단점

대다수의 학생들은 챗GPT의 시간 효율성과 정보 접근성을 높이 평가했지만,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재검증 필요성을 지적했다.

황상준 연세대 공대 대학원생은 “사람이 만들었을 때 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성준 서울대 대학원생도 “유료버전은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무료 버전만 놓고 보면 굉장히 얇고 넓은 지식을 전파하는데는 유용할 수 있어도,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원하는 레퍼런스를 찾아주지는 못하는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실제로 없는 저널을 가져오거나, 원했던 정보와는 거리가 먼 내용을 가지고 올 때가 많았다”며 “아직까지는 연구 필드에 직접적으로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다수의 학생들은 챗GPT가 정보 처리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항상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단한 업무 처리에는 능할지라도 특정 개념에 대해 혼란이 있을 때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프라임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 모습. /서예림 기자

◇ 챗GPT 4.0,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유료 구독 인기

유료버전을 구독 중인 학생 4명에 기존 버전과의 차이점을 물었다. 과연 학생들이 사용하며 느낀 점은 무엇이며 왜 4.0을 구독을 하게 됐을까.

구독 중인 학생들은 전부 대학원생으로 학교에서 지원해 준다고 했다. 다만, 연구실 마다 차이는 있어 지원해 주지 않는 랩실도 있었다. 한수종 연세대 건축공학부 대학원생은 “4.0을 사용해 본 뒤로 차이가 크다고 느껴 꾸준히 사용하게 됐다”며 “3.5보다 가이드라인 내에서 원하는 바를 제대로 잡아주는 것에서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임재혁 서울대 공대 대학원생은 “대답하는 스타일이나 정보 제공을 위한 양과 질이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모두 앞으로도 챗GPT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숙명여대 영문학과 A씨는 “본인 말고도 대학생이라면 여러가지 과목을 함께 공부하다 보니 시간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공부하면서 보조 역할을 받는 것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 입구 전경. /서예림 기자

◇ 교수의 시각: 챗GPT 활용에 대한 고민

많은 분야의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쓰는 것에 있어서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과제나 시험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본인도 많이 활용한다”며 “사용할 때마다 챗GPT의 역량이 발전하고 있는거 같은데,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변화이기에 무조건 외면하는 것이 결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문학적 역량 강화가 중요한 영문과 수업에서 과제를 수행할 떄는 학생들이 되도록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챗GPT 사용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며 “우리가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도 학습효과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게 되면 전 과정이 생략되고 교육적 효과 측면에 있어서 고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전공에 따라서는 챗GPT의 활용이 큰 장점을 가질 수 있지만, 영문과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인 수업이 많다”며 “자칫 챗GPT가 다 해결해 준다면 학생들이 공부해야만 하는 동기부여를 감소시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교수는 AI 활용에 있어 교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챗GPT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종류의 과제를 준비하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한편으로는 챗GPT를 활용해 풀어도 되는 과제를 내어줌으로써, 발전하는 기술에 학생들이 적응하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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