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기용 "쉴 틈 없던 20대…여유 찾되 치열한 30대 보내고파"
우수에 찬 듯하면서도 단단함이 느껴지는 눈빛. 장기용은 또래 배우 중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가졌다. 훈훈한 비주얼과 동굴 목소리는 여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덕분에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에도 쉼 없이 달려온 그다.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나의 아저씨',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매년 작품을 선보인 그는 2021년 느지막이 군에 입대했다. 그렇게 장기용은 군에서 30대를 맞이했다.
전역 후 반년여 휴식, 곧바로 복귀작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촬영에 돌입했다. 장기용은 오랜만에 연기하는 부담감과 설렘 사이,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임했다. 복귀 소감을 묻자 "3년 만에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서 부담감도 있었다. (TV 속) 제 모습을 봤을 때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해냈구나', '잘 마무리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무사히 작품을 마친 것에 안도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극 중 장기용은 우울증에 걸려 타임슬립 능력을 상실한 '복귀주'를 연기했다. 장기용은 전역 후 복귀작으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소재 자체가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다.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 초능력을 쓸 수 없다는 콘셉트가 재밌었고, '복귀주'라는 캐릭터를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시청자분들께 이런 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재밌을 수 있겠다 싶었다. 대중분들이 저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했는데 '잘 어울렸다'는 반응을 보니 그래도 납득이 됐구나 싶은 마음이다."
장기용은 '복귀주'를 통해 처음으로 부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생각보다 빨리 한 아이의 아빠 역할을 하게 됐다.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부성애 역할도) 그런 면에서 좋은 경험이 됐다"라고 운을 뗀 장기용은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성애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박소이 배우와 연기하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빠를 연기했는데 마지막 촬영 때는 정말 소이가 내 딸처럼 느껴졌다. 미리 아빠를 간접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다해'(천우희)는 귀주에게 특별하다. 과거로 타입슬립을 해도 무언가 만질 수 없었던 귀주는 다해가 있는 과거에서만큼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귀주는 자신에게 남다른 다해를 통해 능력도 마음도 치유받는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오가는 서사인 데다, 타인을 불신하는 귀주가 다해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필요했다. 장기용은 서서히 스며드는 마음을 따라 천우희와 로맨스 케미를 완성했다.
"귀주는 이나(박소이)에게 다정다감한 엄마처럼 대해주는 다해를 보고 마음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급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로맨스라고 해서 바로 달달해지기보다는 드라마 자체의 서사가 있기 때문에 천천히 감정이 녹아들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극 중 귀주는 사랑하는 이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표현이 서투르다. 박소이와의 부녀 연기에서도, 천우희와의 로맨스에서도 그런 서툰 귀주의 모습이 색다른 케미를 만들어냈다. 귀주는 과거의 다해를 구하고, 다해는 현재의 귀주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서로를 구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애틋함을 더했다. 응원하게 되는 멜로를 완성한 건 장기용과 천우희의 호흡 덕분이었다.
"천우희 배우와 함께한 시간은 정말 영광이었다. 꼭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은 선배님이자 배우였다. 궁금증과 설렘이 많았다. 현장에서 누나가 너무나 최선을 다해줘서 감사했다. 서로 에너지를 잘 받은 덕에 시너지가 더 폭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호흡이 너무나 좋았다고 생각하고, 컷이 나면 서로 힘든 거 있으면 고민도 들어주면서 의지를 많이 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군 전역 후 한층 여유를 찾은 장기용이다. 누군가에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장기용은 군대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을 반짝였다.
"군대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아닌가. 저는 입대할 때 '이제부터 나는 군인 장기용이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처음 겪는 시간이었지만 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알찬 시간이었다."
"군대 다녀와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전에는 작품 사이 텀이 없을 정도로 정말 치열하게 일만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내 30대를 치열하게 살되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라는 생각이다. 저에게 쉼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켜 주고 싶다. 마음이 건강해야 일도 멋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군대를 경험하면서 많이 느끼게 됐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장르와 캐릭터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던 장기용은 열일 행보에 의욕을 다졌다. 치열하게 살 준비를 마친 그는 '배우 장기용'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묻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아직까지 못 해본 캐릭터와 장르가 많고, 저에 대한 가능성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100%까지는 아니지만 100에 가깝게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캐릭터와 작품을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거고 후회 없이 재밌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