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청춘 3부작’ 가능한가요? [인터뷰①]
‘선재 업고 튀어’ 속 솔이의 얼굴에는 있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뒤 느낀 절망의 얼굴이 있고, 선재로부터 ‘살아봐요’라는 말을 들은 후 생의 의지가 있다. 그리고 10대부터 20대를 거친 솔이에게는 선재를 지키려는 사랑의 의지가 있다. 그 모든 감정은 ‘김혜윤’의 얼굴에서 나온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김혜윤은 주인공 솔 역을 맡았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뒤, 우연히 연결된 이클립스 멤버 선재(변우석)의 "오늘은 살아봐요"라는 말에 위로를 얻고 그의 광팬이 된 인물이다. 그런 솔이는 갑작스럽게 선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솔이는 15년 전으로 돌아간다. 선재가 고등학교 수영선수였던 그 시절, 내가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그 시절로 말이다. 여러 번의 타임슬립 동안 솔이는 선재에게 사랑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바로 선재를 살리는 것.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고, 신드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분명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김혜윤에게 담긴 '청춘의 얼굴'이었다.
Q. 신드롬에 가까운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를 실감하나.
“사실 제가 최근에 밖으로 다니지 않아서, 피부로 와닿지는 못했지만, SNS나 온라인으로 반응을 보면서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구나’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리액션 영상을 처음 봤거든요. 제 작품으로 올려 주신 리액션 영상 속에서 같이 설레며 소리 지르고, 솔이와 선재의 서사가 슬플 때 함께 울어 주시고, 그런 시청자분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신기했던 것 같아요. 이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작년 6월쯤부터 올해 4월쯤까지 촬영했는데요. 기간이 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기간이잖아요. 무사히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면 좋겠다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Q. 약 1년 동안 촬영이 진행됐는데, 사실 ‘선재 업고 튀어’ 속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대본이 나온 상태에서 감정선을 만들어서 촬영했나.
“대본이 전체적으로 다 나오지는 않았고요. 작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4부 정도 나온 상태에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한 장소에서 두 장면으로 나눠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 감정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게 보여줘야 했거든요. 그런 촬영이 있을 때는 미리 감독님, 작가님과 같이 리딩 하면서 많이 맞춰봤어요. 그 과정을 통해 섬세하게 잡아 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촬영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솔이의 10대, 20대, 30대의 모습을 모두 보여줘야 했다. 솔이의 10대를 보여주기 위해 교복을 입어야 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이 있었을 것 같다.
“우선, 10대, 20대, 30대가 모두 다르게 보일 수 있도록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에 초점을 두었고요. 제일 중점을 두었다면, 솔이는 30대인 채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지점이었어요. 그래서 10대 학창 시절로 갔을 때 친구들보다 성숙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누나처럼, 언니처럼 보이도록 추임새를 달리했어요. ‘어머 어머’라거나 ‘그랬니?’라는 말투는 사실 10대들이 잘 사용하지 않잖아요. (웃음)”
Q.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부터 ‘선재 업고 튀어’까지 김혜윤, 교복, 성공적이라는 공식이 생긴 것 같다. 일각에서는 ‘김혜윤 청춘 3부작 완성해달라’라는 요청도 있다.
“그러니까요. 거기에 또 공식 루트처럼 남자 배우가 키가 많이 크고요. (웃음) 저도 사실 궁금하긴 해요. 제가 발랄하고 이런 모습이 극대화되다 보니, 교복 입은 나이 또래의 여학생과 남자 배우와의 키 차이 등이 시너지가 난 게 아닌가 싶어요. ‘청춘 3부작’이라니요. 불러 주신다면, 언제든 교복을 입을 생각이 있습니다.”
Q. 30대의 솔이는 지금 배우 김혜윤의 나이, 29살보다 많은 34살이다. 그때를 표현하기 위한 고민이 있었나.
“30대 솔이의 나이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많은 나이였어요. 심지어 저보다도 많으니, ‘어떻게 하면 성숙해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나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변)우석 오빠가 그 나이대예요. 선재랑 동갑이에요. 또 저희 친언니도 91년생으로 동갑이거든요. 그 둘을 보는데, 제 생각만큼 그렇게 어른은 아니더라고요. 제 생각에 저보다 5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더 성숙하고 생활감이 묻어야 할 것 같았는데, 둘 다 인생 선배인 건 맞지만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대화할 때 엄청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엄청난 어른이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이 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게, 29살의 김혜윤이 보일 수 있게 노력하자고 생각했어요.” (웃음)
Q. ‘선재 업고 튀어’라는 솔이 시점의 제목답게, 극 중 솔이 비중이 정말 높았다. 극 중 거의 모든 인물과 만나는 인물이 솔이었다. 촬영 분량이 많아 힘들기도 했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많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또, 울기도 많이 울고, 뛰기도 많이 뛰고, 물에 빠지고, 눈 맞고, 비 맞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여름 배경 장면을 겨울에 촬영하기도 했거든요. 한겨울에 반소매 입고 촬영해야 하는 장면도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영양제가 하나 더 늘었어요. 원래 3개를 먹었는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Q. 많은 촬영 분량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고군분투하는 솔이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김혜윤 연기 차력쇼’ 등의 호평을 보냈다.
“’차력쇼’라는 말씀은 들어도, 들어도 기분이 너무 좋고요. 제가 사실 울거나 웃거나 할 때, 그런 모습으로 연기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 당시에는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냈다, 일했다, 촬영했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방송을 보면서 저도 ‘이렇게 울었다고?’라고 생각하며 놀라는 장면이 훨씬 더 많아서 놀라워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너무 좋고요. 제가 그렇게 연기한 줄 몰랐어요.
Q. 임솔과 김혜윤의 싱크로율은 얼마큼 될까.
“저는 한 50 : 50이라고 생각해요. 닮은 점은 좀 밝은 모습? 솔이의 밝고 통통 튀는 모습들이 연기할 때 편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닮은 부분 같고, 다른 부분은 솔이는 힘든 일이나 사건,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바로바로 일어나는 성격이더라고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헤쳐 나가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있어요. 그런 모습은 저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솔이에게 많이 배우게 된 지점인 것 같아요.”
Q. 하지만, 김혜윤 역시 오랜 시간 아역부터 조·단역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그런 지점 속에 ‘김혜윤이 그려낸 청춘’에 대한 공감 포인트도 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정말 깜깜하다고 생각했고, 되게 어둡다고 생각했어요. 언제까지 오디션을 보고, 단역을 하면서, 정말 ‘배우라는 직업이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도 많이 했거든요. 그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스스로 하루하루마다 계획을 조그맣게 세워서 그냥 지나게끔 했어요. 예를 들어 ‘하루에 한 시간 운동하기’, ‘하루에 한 편 영화 보기’ 같이요. 간단한 계획이었지만, 돌이켜볼 때 저에게 피와 살이 되고 도움이 되는 지점이었거든요. 꾸준히 노력한 것 같아요. 제 인생을 비유하자면, ‘달리기하다가 넘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때마다 주변 친구들이 ‘사람마다 때가 있는데, 너는 그때가 아닌 거다’, ‘하는 걸 꾸준히, 열심히 해라’라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이곳에 제가 있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가 많이 도움이 됐어요. 어찌 보면 그때를 묵묵히 버텨준 저 자신에게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캐릭터마다 정말 많이 소중하고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의 고충도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 더 많이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선재 업고 튀어’ 이후 매우 많은 제안을 받을 것 같다. 혹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솔이가 제가 맡아본 캐릭터 중 나이가 제일 많기도 했지만, 직업이 살짝 있었잖아요. 사실 제가 작품 속에서 제대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대학생, 고등학생, 혹은 사극 속 과부. (웃음) 직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전문직도 좋을 것 같고요. 사원증도 걸어보고, 월급도 받아보고, 상사가 있는 직장도 너무 좋을 것 같고, 전문직도 욕심이 납니다.”
Q. 이제 ‘선재 업고 튀어’ 없이 월요일을 보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해줄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다음번에도 월요병을 물리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솔이를 연기했고, 방영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제 눈앞에 솔이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솔이라는 인물이 흐릿해 져갈 거로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속상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저희에게 다음이 있잖아요. 언젠가 다시 월요병을 없애 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