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주류업계 최초로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1924년 창립 당시 초기 자본금 1500원으로 시작해 현재 5조5000억원의 자산가치를 가진 종합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상장사 기준으로 9번째, 주류 기업 중에서는 최초의 100년 기업이다. 식음료 기업으로도 상장기업 기준 최초다.

하이트진로의 100년 역사에는 제품력 외에도 마케팅의 숨은 저력이 뒷받침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일 ‘100년의 전쟁 마케팅’ 발표를 통해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한 과정을 소개했다. 또한 앞으로 100년의 성장을 끌어 나갈 포부를 밝혔다.

9일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가 하이트진로 100년의 역사를 전시한 공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이날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는 “하이트진로의 마케팅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 자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필라이트 출시부터 ‘성공의 시작은 가치관으로부터’라는 우리만의 신조가 생겼다. 인간성과 자기 헌신이라는 가치관 아래 이후 출시한 신제품 중에 실패한 제품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왕관 회수 작전’ 등 차별된 마케팅 전략으로 소주 시장 1위로 ‘우뚝’

하이트진로는 지난 100년 동안 새로움에 도전하고, 끊임없는 경쟁을 거쳐왔다. 오 상무는 “1924년 설립 후 100년 동안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업계 2위였던 하이트진로는 최초의 주류 연구소 설립해 제품 경쟁력에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초의 플라스틱 피박스, 최초의 기술 파코드 적용 등 주류 유통 혁신을 이뤘다. 오 상무는 “국내 최초 시행성 광고와 혁신적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결정적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바로 밀림의 바 작전과 왕관 회수 작전이다.

당시 ‘밀림의 바’라고 불리던 남산 일대에 진로가 대세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소주 도매행상에 진로를 공급하고 직원들이 다시 진로를 사서 마셨다. 1966년에는 서광소주에서 진로주조로 사명을 변경하며 진로에 올인하며 결국 밀림의 바 작전은 성공했다.

병뚜껑(왕관)을 개당 2원에 사들이는 ‘왕관 회수 작전’도 진행했다. 체계화된 데이터가 없던 시절 영업사원이 왕관을 회수하며 M/S 파악과 판매 증대를 도모할 수 있었고, 가짜를 식별할 수 있어 품질 관리에도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 오 상무는 “진로주조는 두 작전의 대대적인 성공을 계기로 1970년 삼학을 누르고 소주 1위에 등극했다”며 이후 53년간 1위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지속되었다고 덧붙였다.

오성택 상무가 ‘100년의 전쟁 마케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경희

진로는 1993년 두산그룹의 ‘그린’ 출시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참이슬’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참이슬은 대나무 숯 정제공법 적용, 소주 최초 여성 모델 기용 등 공격적이고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당시 25도가 주류였던 소주 시장을 파격적인 23도의 순한 소주로 재편했다. 

그 결과, 참이슬은 1998년 출시 이후 2023년까지 누적 387억병을 판매했다. 이는 지구 213바퀴를 회전, 달을 12번 왕복할 수 있는 판매량이다.

2019년에는 원조 소주 ‘진로’를 출시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1970년대 진로의 패키지를 현대 감성으로 리뉴얼하고, 깔끔한 맛과 낮은 도수로 주질을 바꿨다.

◇ 시대 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 통했다…지난해 ’테라+켈리’ 연합작전

맥주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했다. 1990년대 당시 오비맥주에 밀려있던 조선맥주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암반천연수 마케팅 전략으로 ‘하이트’를 출시했다. 하이트는 출시 4년차 맥주시장 1위 등극 후 M/S 60%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1999년 오비맥주의 카스에 왕좌에서 밀려난 하이트진로는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2019년 ‘청정라거-테라’를 출시했다. 테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후 39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 출시 5주년을 맞이한 지난 3월에는 누적 판매 45억병을 돌파하며 당시 국내 맥주 브랜드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 기록을 세웠다. 특히 테라 출시 첫 해 목표 대비 267%의 판매를 달성했다. 하지만 테라 상승세는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로 강세인 수도권 핵심상권 M/S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하이트진로의 100년 역사를 전시한 공간./사진=김경희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켈리를 출시, 테라와 함께 연합작전을 펼친다. 켈리는 출시 후 36일 만에 100만 상자, 99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번 마케팅 전략으로 10년 만에 주요 대형마트에서 국내 맥주 부문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 새로운 100년 위한 신제품 라인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 확장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100년을 위한 혁신적이고 과감한 도전을 예고했다. 지난 3월 출시한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와 5월 말 출시할 증류주 신제품 일품진로 오크25로 라인업을 확대, 향후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진로골드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로 기존 ‘진로’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차별화된 주질과 로즈골드와 에메랄드색의 패키지로 출시했다.

이날 오 상무는 최근 제로 슈거 소주 제품이 일반 제품과 비교해 열량이 큰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제로 슈거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최근 헬시 프레져 트렌드 확산으로 당사는 관련 제품이 없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진로를 제로 슈거로 리뉴얼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5월 말 출시할 ‘일품진로 오크25’는 증류주 메인 시장인 ‘25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품진로, 일품진로 오크25, 일품진로 오크43, 진로 1924 헤리티지, 일품진로 고연산의 탄탄한 증류주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확장을 위해 베트남에 생산 공장 설립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상무는 “동남아 시장에서 소주가 인기가 많아 유사 제품이 많다”며 “당사 제품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부분을 강화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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