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제작보고회 / 사진: 디지틀조선일보DB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서 돌아가신 부모님과,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와 매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그 세상에서 관계는 생과 사를 넘어 이어질 수 있을까. 상실이라는 감정은 해소될 수 있을까. 그런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의 꽉 채운 열연으로 탄생했다.

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원더랜드'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김태용 감독을 비롯해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최우식이 참석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영상통화'를 하며 품게 된 생각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은 "코로나 시기에 많은 분들이 영상으로 회의도 하고, 안부도 물었을 텐데, 저도 영상통화를 많이 했다. 통화를 하다가 끊고 나면, '실제 저기에 있는 사람과 한걸까?'는 의문이 들었다. 영상통화를 한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것 같기도 하고, 본 것 같기도 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관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멀리 가면,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요즘에는 기술을 통해 관계 맺기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속에서 죽은 사람도 영원히 죽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에 다가서게 된 지점을 정성 들여 설명했다.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영화 '만추'로 인연을 맺고 부부의 연을 이어간 탕웨이와의 두 번째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탕웨이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남편 김태용 감독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린 딸에게 자기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맡았다.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가 극 중 직업이 고고학자라서 집에 영화 책보다 고고학 책이 더 많아졌다"라며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또한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촬영장에서 봤는데 집에 가면 있다"라고 웃으며 "촬영장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집에서도 하니 엄청 힘이 됐다. 이렇게 찍는 게 맞는지, 아닌지 저도 잘 모르겠을 때, 물어보면 솔직히 이야기해 준다. 24시간 일하는 느낌이었다"라고 아내 탕웨이가 큰 힘이 되었음을 전했다.

수지는 의식불명인 남자 친구 '태주'(박보검)를 ‘원더랜드’에서 복원한 여자 '정인' 역을 맡았다. 박보검은 '태주' 역을 맡아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남자의 모습을 담아낸다. 두 사람은 극 중 연인 호흡을 맞춘 것처럼, 현장에도 청바지에 네이비톤의 재킷으로 맞춘 '커플룩' 느낌으로 입어 눈길을 끌었다. 수지는 "정인과 태주의 관계가 친구 같고 편안한 연인이다. 박보검과 친해진 후,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편안하고 친구 같은 호흡이 영화 속에 잘 담긴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태용 감독은 수지와 박보검의 남다른 연인 호흡의 비결에 대해 덧붙였다. 그는 "'원더랜드' 속에서 혼자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그런데도 상대 배우와 케미가 좋아 보이는 건, 실제로 상대 배우가 촬영장에 있어 줬기 때문이다. 수지가 연기할 때, 박보검은 나오지 않아도 현장에서 계속 같이 연기를 해줬다. 박보검이 연기할 때 수지도 마찬가지였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서로 굉장히 많이 배려하며 연기했다"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원더랜드' 속 완벽한 남자 친구 태주와 의식불명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태주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여자 친구 정인의 복잡한 감정들이 박보검과 수지를 통해 완벽하게 관객에게 전달될 이유다.

'원더랜드' 시스템을 구성하는 이들도 있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의 플래너로 활약한다. 정유미는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부모님과 교감해 온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 역을 맡았으며, 최우식은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하지 않게 가족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신입 플래너 '현수' 역을 맡았다. '서진이네', '윤스테이', '여름방학'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호흡을 맞춰온 정유미와 최우식이 작품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정유미에 대해 최우식은 "이 일을 하면서 친구를 만드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나이를 떠나서 좋은 친구인 거 같다. 그리고 많은 걸 배웠다"라고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원더랜드'에는 탕웨이,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을 비롯해 특별 출연으로 공유, 최무성, 탕준상, 故 이얼까지 등장한다. 특히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공개된 영상 속에서 공유와 만난 탕웨이의 모습이 살짝 예고됐다. 탕웨이는 "'원더랜드'처럼 영상통화로 공유와 처음 만났다. 시나리오 이야기도 했다. 놀라웠던 것은 영상 통화하며 핸드폰, 아이패드 정도의 사이즈를 생각했는데 매우 큰 스크린으로 제 얼굴을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오는 게 아닐지 잠깐 걱정했다"라고 에피소드를 덧붙여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통해 구현 가능성을 가진 근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김태용 감독은 '원더랜드'가 판타지가 아닌 정말 피부와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그는 뇌 과학 분야 전문가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와 오랜 시간 소통하며 '원더랜드' 세계관에 완성도를 높였다. 김태용 감독은 "AI 기술이 얼마나 신기한가는 더 이상 우리의 이슈가 아닌 것 같다. 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관계 맺기 등 여러 문제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원더랜드'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 등에 대해 각자의 방식을 생각해 볼 화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덧붙였다.

AI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사실은 초록 화면 뒤에 함께 자리 잡고 있던 배우들의 온기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기술보다는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도가 스크린 가득 채워졌다. '가족의 탄생', '만추'를 통해 각기 다른 사랑의 온도를 보여줬던 김태용 감독이 던지는 화두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원더랜드'는 오는 6월 5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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