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이브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가 저를 배신한 것이다. 제게 필요한 것을 가져가놓고 이제는 '우리 말 안 듣네' 하면서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으로 느껴진다. 저는 일을 열심히, 잘한 죄밖에 없다."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어도어의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해 법률대리인 세종, 마콜컨설팅 그룹이 함께 참석했다.

사진: 디지틀조선일보 DB

민희진은 지난 2021년 하이브에 새 레이블 'ADOR'(어도어)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22년 7월 뉴진스를 론칭시키며, K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도어와 하이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이브 새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하이브의 주장은 달랐다. 어도어 측이 과거부터 해외 투자사와 만난 정황 등이 포착됐다며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회견을 개최한 민희진 대표는 "여러 의혹에 휘말리게 됐는데, 하필이면 뉴진스의 새로 나오는 음반과 일정이 겹치게 됐다. 저는 뉴진스의 음반을 정리하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월요일부터 갑자기 일이 진행됐다"라며 "하이브와 다른 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말하려고 한다. 솔직히 '다 내가 죽기를 바라나', '내가 죽으면 다 기뻐할 상황인가' 생각도 들 정도인데, 이렇게 의혹이 많은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기자회견을 잡게 됐다"라고 전했다.

뉴진스 데뷔 콘셉트 포토 / 사진: 어도어 제공

Q. 경영권 찬탈에 대해

저는 경영권 찬탈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오늘 배임으로 고발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제 입장에서는 희대의 촌극 같다. 여러분들 입장에서 제가 죄인이라 이렇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 공격이 시작된 이유가 있다. 제가 내부고발을 한 것이 원인이 된 것 같다. 애당초 아이돌 문화를 좋아한 사람도 아니었고, '클린하게 꼼수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하면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며 도전을 이어왔다. 그런 부분에서 방해되는 요소가 생기는 것이 불편했던 것 뿐이다. 돈 때문에 경영권 찬탈을 한다는 것이 와닿지 않는다. 제가 이미 주식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받은 것들도 있다.

하이브에서 밝힌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인데, 제 입장에서는 허위 사실이다. 예전에 방탄소년단이 내 것을 베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이 명예훼손이 될까봐  '방탄소년단이 내 것을 베꼈다는 취지로'라고 '취지로'라는 말을 붙여 이야기했다.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놨는데, 하이브에게 되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묻고 싶다. 저는 경영권 찬탈에 대한 의도도 없고, 한 적도 없다.

Q. 하이브로 향한 이유?

걸그룹 계획이 있었다. 이걸 하기 위해서는 SM에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사장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제 목표가 아니었다. 뜻이 안 맞아서 나오려고 했고, 사표 수리를 3개월 동안이나 끌다가 나오게 됐다. 그때 헤드 헌터에게 이틀 만에 연락이 와서 '어떤 분이 보고 싶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방시혁 의장과 만나게 됐는데, 저보고 'SM을 잊고 민희진 월드를 건설해 봐라'면서 하이브를 브랜딩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사업까지 같이 하게 됐다. 빅히트는 보이그룹 레이블이라 여성 팬이 많아 걸그룹을 내면 자충수가 될 수 있으니 여자 레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쏘스를 사올 예정이고, 연습생이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저는 크리에이티브로 참여하고 방시혁 의장이 음악을 하겠다고 해서 싫다고 했지만, 결국 내가 맞춰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한 르세라핌 / 사진: 하이브 제공, 방시혁 인스타그램

Q. 쏘스뮤직 '소스'로 걸그룹 결성?

돈에 욕심이 있었다면 제 레이블을 만들었을 것이다. 투자자도 있었지만, 회사로 들어온 이유는 어느 정도 안정된 조직에서 일해야 같이 일하는 식구들의 월급을 주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꿈을 펼치고 싶었다. 하지만 방시혁 의장과도 이견이 많았다. 연습생을 뽑는 것부터 문제였다. 쏘스뮤직에 '여자친구'라는 팀이 있었는데, 해체하는 것에 저는 관여되지 않았다. 여자 연습생이 있다고 해서 봤는데 쏘스뮤직 연습생 중에는 민지만 발탁할 수 있었고, 다른 연습생은 결이 맞지 않았다. 그 이후 하이브 첫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을 했다. 당시에 '어텐션', '하입보이' 등 곡이 있어서 제가 생각한 그림이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하이브 첫 걸그룹은 쏘스뮤직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고 통보를 받았다. 처음 이야기와 달리 사쿠라를 필두로 한 걸그룹을 내겠다고 말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민희진 걸그룹'과 '하이브 첫 걸그룹'이라는 것을 보고 온 것이었다. 제가 같이 하기로 했으면 저한테 양해를 해야 되는 것인데 먼저 낸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그 후에 더 기가 막힌 것은 르세라핌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라고 했다. 르세라핌이 민희진 걸그룹인 것처럼 착각을 시켜야 한다고 하더라. 저는 아이들을 받았으니 포기할 수 없었고, 방해를 해도 내 힘으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또 뉴진스가 나왔을 때 방시혁 의장은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 'Ditto'로 빌보드 올랐을 때 처음 축하한다고 했다. '즐거우세요?' 물어봐서 어이가 없었다. 저희 사이에 골이 너무 깊어졌다. 정말 저에게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 비양심적인데, 이게 매일 계속됐다. 하이브에 다니면서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이런 상황인데 제가 경영권을 탈취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쫓아내고 싶냐고 물어보고 싶다.

 Q. BTS 입대 주술행위 암시 등 주술경영?

제가 언제 사주를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군대 이야기를 물어본 것은 뉴진스의 엄마 마음으로 내 자식만 생각할 때 하이브가 나한테는 너무 지긋지긋한 곳이었다. 그곳의 에이스가 방탄소년단이니, 이들이 없다면 우리의 홍보 포인트가 잡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굿으로 군대를 가거나 안 간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하지 않을까. 그건 진짜 개인 사찰이라 고소할 예정이다. 제가 무속인을 찾은 것이 아니고, 지인인데 무속인인 사람이다. 원래 지인이다. 하이브 때문에 정신과에도 다녔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는지, 부끄럽지도 않나 싶다.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2024년 4월 4일 오간 대화. 부대표의 구상에 대표이사가 답하고 있다 / 사진: 하이브 제공

Q. 경영권 찬탈과 관련한 메모 포착된 것은?

제가 돈을 원했으면 내부 고발을 안 한다. 싫은 게 보여서 얘기했을 뿐인데 그걸 '고치라'라고 했다. 그래서 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과 관련해서 다 말을 하고 싶은데 비밀 유지 의무가 있어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 저에게 주식 18%가 있는데 그걸로 경영권 찬탈을 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저한테 노예 계약처럼 걸려있다. 나는 하이브에 영원히 묶여있어야 한다. 제가 무식해서 그런 것이다. 미대 출신이다 보니 이런 계약서 용어가 숙지가 잘 안되어 있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법무법인을 소개해 줬다. 그걸 가지고 저한테 외부 자문사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투자를 받기로 했는지 데리고 오라고 하고 싶다.

Q. 하이브와 협상을 할 생각은 없었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매도 당하게 됐다. 나를 어떻게 이렇게 매도할 수가 있나 싶다. 제가 왜 하이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이브가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내부고발 같은 경우 제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이걸 터뜨리겠다는 내용으로 정신을 차리라고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왔다. 제가 들어가서 협상이요? 그냥 내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으면 좋겠다.

뉴진스-아일릿의 한복 화보 / 사진: 어도어, 빌리프랩 제공

Q. 멀티레이블 자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버넌스가 문제다. 레이블마다 PR이나 인사 방식 등을 달리하고 싶은데 중앙에 있어야 통제가 쉬우니까 말로는 허울 좋게 멀티 레이블 체제라고 하지만, 화가 난다. 개성이 달라야 하는데 제가 아일릿을 언급한 것도 비방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뉴진스의 방식 자체를 모방한 것에 화가 났다. 뉴진스가 해서 잘 된대로 따라하면 모두가 뉴진스가 된다. 그러면 뉴진스를 비롯한 모두에게 나쁘다. 이게 K팝 사업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먼저 (방)시혁 의장이 손을 떼야 한다. 의장이 두루 살펴야 하는데 저희 레이블과 플레디스, KOZ 말고 빌리프랩, 쏘스뮤직, 빅히트뮤직은 (방)시혁 의장께서 프로듀싱을 한다. 근데 모든 사람이 저 같지는 않다. 의장님이 주도하면 거기에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군대 축구에 비유하자면 골대로 몰아준다. 다른 레이블도 그렇게 된다.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결정권자가 그냥 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클 수 있다.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면 카피 같은 것이 나올 수 없다. 왜 그걸 안에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복 화보, 패션쇼 데뷔 이런 것을 모두 따라 했다. 그리고 '왜 우리 안무를 마음대로 가져다 쓰셨어요?' 안무가들도 정말 화가 났었다.

도쿄돔 공연을 앞둔 뉴진스 / 사진: 어도어 제공

Q. 뉴진스의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다. 경영권 찬탈은 관심도 없고 모르겠지만, 뉴진스를 생각하면 계속 해야할 것 같다. 뉴진스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제가 계획했던 일이 있고, 무엇보다 도쿄돔 공연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우리한테 이러나 싶다. 연말까지 플랜이 있었는데 하이브 계획대로면 그게 없어지는 것 같다. 뉴진스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내일 뉴진스 콘텐츠가 나오는데, 내가 해명을 안 하면 욕만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 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거였다. 저는 뉴진스가 제일 중요하다. 경영권 찬탈? 생각도 없고, 헤드가 바뀌어도 된다. 내가 주인이 아니어도 되니까 뉴진스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제발 나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도 하이브 경영진이 어떻게 볼 지 모르겠다. 나가라면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제가 하이브 측 묻고 싶은 것은 왜 이런 오해를 주도하냐는 것이다. 내부 고발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도 아니었겠죠. 문제를 제기하니까 '얘 안 되겠네' 하고 찍힌 것이다.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진: 하이브 제공

한편 하이브 측은 이날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 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 모든 주장에 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경영적으로 명확히 밝혀야 하는 사실이 있다며 "민 대표가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라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드린 대로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티스트와 부모님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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