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 6때부터 지금까지…다이나믹 듀오, 이병헌→정만식 등과 써내려간 과거·현재·미래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이나믹 듀오와 같은 시대를 보낸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친구들과 '오, 나의 늦은 20대 고백'을 부르며 눈물짓고, 목청이 터져라 '힘들 때 전화해 콜 미 업 링 마 벨'을 외치던 그 시절에 다이나믹 듀오는 중심에 있었다. 무려 20년의 세월이다. 그리고 개코와 최자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다. 그 인연은 지금 한국 힙합에서 '레전드'로 읽힌다.
다이나믹 듀오의 정규 10집 앨범 '2Kids On The block'는 힙합을 사랑한 소년 김윤성, 최재호가 10대에 만나, 지금의 다이나믹 듀오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순서대로 펼쳐놓은 앨범이다. 해당 앨범에는 이병헌, 정만식, 피식대학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으며, 프로듀서 그레이, 코드쿤스트, 토일, 그리고 pH-1, 비와이, 허성현, 태버 등이 피처링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공개된 파트1, 2에 이어 다섯 곡이 추가된 파트3까지, 총 12곡이 정규 10집 앨범에 담겼다. 각각의 곡 속에는 다이나믹 듀오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Q. 데뷔 20주년, 정규 10집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개코: 너무 오래 걸려서 저희도 민망하긴 하다. 사실 '파트3'까지 지난해 완성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AEAO', 'SMOKE'가 반응이 좋아지면서, 두 곡 활동에 집중하느라 조금 늦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앨범 하나로 내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표셨던 누님께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의 곡을 조금이라도 들려드리고 싶어서 서둘러서 세 곡을 먼저 발표하게 됐다. 그걸 시작으로 '파트1,2'가 공개됐다. 완성된 곡 먼저 내고, 다섯 곡을 추가해서 이번에 '파트3'을 발표하게 됐다. 올해 데뷔 20주년이다 보니, 더 잘된 느낌이다. 20주년 맞춰서 10집을 완성하게 된 것도, 기념하기에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배우 이병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앨범의 구성이 다이나믹 듀오의 어린 시절부터 일대기를 돌아보는 느낌이다. 시작이 궁금하다.
개코: 앨범 컨셉이 재미있게 시작됐다. 처음에 어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살아온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는데, 드라마로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기록을 스토리텔링이 아닌, 그때의 감정으로 10~12곡 정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에 드라마 이야기가 무산됐다. 시작은 드라마였는데, 그것만 쏙 빠졌다. (웃음) 그래도 우리가 이야기하며 나온 컨셉이니, 앨범으로 진행해 보자고 시작됐다.
최자: 드라마가 없어지고 OST만 남았다. 다이나믹 듀오처럼 초등학교 때 만난 두 친구가 랩 스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해 보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두고 상당히 오래 회의를 진행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흘러가는 것 같다. 덕분에 정규 10집 앨범의 시작을 앞당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회의했던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됐다. 옛날에 어땠는지를 생각했다. 당시 힙합 음악이 많이 없던 시기라 수입 CD 매장을 찾아다녔다. 그때 우리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당시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다 보니 순차적인 흐름으로 노래에 담긴 것 같다.
Q.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며, 떠올렸던 가장 영광의 시기도 있었을 것 같다.
최자: 저희가 군 제대하고 발표한 앨범이 정규 7집이었다. 그전에는 잘 되어도 계단식의 느낌이었는데, 타이틀곡 'BAAAM'을 필두로 전곡이 차트 인 된 앨범이 7집이었다. 매번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로 오르긴 했는데, 상을 받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그 해 받을 수 있는 상을 다 받은 것 같다. 저희에게도 회사 직원들에게도 가장 영광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Q. 반대로 위기의 순간도 있을 것 같다.
최자: CB MASS를 하다 해체했을 때, 사실 다이나믹 듀오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작해 주신다는 분이 계셔서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개코는 대학교가 조치원에 있어서,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며 가사를 썼고, 저는 지하철에서 가사를 썼다.
개코: 둘이 서울에서 만나면, 찜질방에 가서 밤새 가사를 썼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대학교는 다니면서 데뷔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때 군대를 갈까, 학교에 남을까 등을 고민하다가 다이나믹 듀오로 나오게 됐다. 그때가 저희에게 제일 위기였다면 위기였다.
최자: 이거 망하면 깨끗하게 군대 가자고 이야기했다. (웃음)
Q. 무려 20년의 세월이다. 그 시간 동안 친구로만 있는 것도 어려운데, 다이나믹 듀오에 회사까지 함께해나가고 있다.
개코: '둘이 왜 아직도 같이해?'라는 질문이 3~4년 전부터 슬슬 나오게 된 것 같다. 저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나서 음악으로 활동한 이상으로 친구로 지냈다. 처음에는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우리가 다르기 때문에 오랫동안 잘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뭘 배려해야 할지, 어떤 거리가 적당한지, 각자의 시간 등 지켜나가야 할 지점을 학습한 것 같다. 가장 친한 친구라도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게 없다 보니 잘 톱니가 돌아가는 것 같다.
최자: 저희를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희도 신기하다. (웃음)
Q. 배우 이병헌은 'Intro', 배우 정만식은 'Dramatic'에 각각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최자: 저희가 내러티브가 있는 앨범이다 보니, 배우분들께서 한 부분에 참여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저희 둘 다 '이분이 해주시면 너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저희가 결혼식 때 축가도 불러드렸으니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개코: 저희가 (이) 민정이랑 친하다. 아내를 통해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웃음) (정)만식이 형은 급하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 노래 완성 이틀 전에 뭔가 퍼즐이 하나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 내레이션 몇 마디만 들어가도 노래가 완성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곡의 색도 '누아르' 장르 같은 느낌이 있고, (정)만식이 형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안 되어도 이분'이라고 연락드렸다. 마침 촬영 쉬는 날이셔서 빠르게 진행됐다. 적어놓은 글을 드렸는데, (정)만식이 형으로부터 녹음 파일이 25개인가 왔다. 호텔 방에서 녹음을 하시다가, 현장감이 덜한 것 같아 시장까지 나가셔서 담배 피우는 소리까지 넣어서 보내주셨다. 정말 감동했다. 편집하는데 너무 즐겁더라. 연기부터 모든 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계신 느낌이었다. 믹스해주시는 엔지니어분께서 '어느 영화에서 따온 거냐?'라고까지 물어보셨다.
Q. 정규 10집 앨범 '2Kids On The block'은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써 내려간 앨범이라고 하셨다. 혹시, 자신들의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나.
개코: 사실 저희가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캐스팅 이야기까지도 안 갔다.
최자: 그냥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배우 박정민 님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저희보다 젊고, 저희 같은 그런 느낌이 있었다. 박정민 님도 영화 속에서 보니, 기본적인 랩을 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피자, 타코, 파스타의 줄임말인 '피타파'를 타이틀곡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 또, 메뉴 선정의 이유도 궁금하다.
개코: 타이틀곡을 정할 때 늘 고민한다. '이 곡은 공연하기 좋겠다', '무대에 섰을 때 자연스러운 곡이다', '음원적으로 잘될 것 같다' 등을 이야기한다. '피타파'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느낌이었고, 제일 다이나믹 듀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희가 한국에서 안 가본 공연장이 없을 정도로 많이 공연했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로 해외 공연을 해봤는데, 좋더라. 그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우리 꿈이 소박하더라도, 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서 공연을 자주 할 생각을 대화로 하다 보니, 이런 곡이 나왔다.
최자: 전체적으로 과거에 대한 이야기인데 '피타파'만 내일의 메시지가 있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곡이 없는데 이 곡이 가장 밝다. 메뉴에 의미는 있는데, 그 실제 주인공이 제발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공개할 수는 없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하나의 표현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Q. 과거의 시간을 지나, 현재 한국 힙합계에서 '다이나믹 듀오'라는 이름은 '레전드'로 읽힌다. 그 지점에서도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다.
개코: 행운. (웃음)
최자: 잘 자라려면, 씨앗을 많이 뿌려놔야 하는데, 그래도 성실하게 오랜 시간 싹을 틔울 수 있는 씨앗을 많이 뿌려놓은 것 같다.
개코: 열심히 준비해서 활동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지 않나. 요즘에는 음악을 개개인 취향으로 듣고, 굉장히 파편적이다. 그래서 저희도 성과에 연연하고 실망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 낸 음악을 언제 사람들이 선택해서 가지고 놀지 모르니 계속해 나가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Q. 앞서 해외 공연을 언급했다. 앞으로 해외 비중이 늘어나는 건가. 다이나믹 듀오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개코: 한국에서의 활동은 놓칠 수 없다. 여기 계신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도 중요하고, 저희 생계도 있고, 자식도 키워야 하고. (웃음) 그러면서도 빈 시간에 기회가 닿으면 최대한 나가서 우리 노래와 무대를 홍보해 보자는 마음이 있다.
최자: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적인 면으로 계산했다면, 지금은 비용을 많이 줄이려고 한다. 저희 둘과 DJ, 그리고 매니저. 이렇게 넷이 가서 직접 메이크업하고, 머리 만지고, 스타일링하고 무대에 나선다. 해외 공연의 횟수를 늘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지난해 한국 힙합 50주년을 맞았다. '국힙원탑(국내 합합계 최고)'으로 꼽히는 다이나믹 듀오가 가진 코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최자: 한국 힙합을 전 세계가 같이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저희보다 어린 아티스트가 한국 공연에서는 만석이 안 되어도, 유럽 공연에서 만석이 된다고 하더라. 흉내가 아닌, 우리 언어에 맞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저희는 들을 때 기분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화려하게 할 수 있지만, 메시지 전달을 위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개코: 전체적인 그림이 자연스러운가를 생각한다.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는 아티스트마다 다른 것 같다. 스타일, 분위기 등 중점을 두는 지점이 매우 다양하다. 저희는 작업물이 나올 때 '우리가 자연스럽나'라는 지점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Q. 다이나믹 듀오 20주년을 맞이해, 정규 10집 앨범이 발매된다. 그 외에도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가 있을까.
개코: 연말에 하는 콘서트가 가장 중요한 메인 이벤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테이프를 만들었다. 뭔가 특별한 머천다이징을 고민하다가, 우리가 어릴 때 듣던 테이프에 대한 향수가 떠올라 '그걸 만들어보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이나믹 듀오 1~10집까지 테이프 세트로 제작하고 있다.
최자: 요즘 LP도 많이 듣고 카세트테이프도 듣는 유행이 오더라. 마스터링을 다시 하지는 않고, 테이프 레코딩을 해서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께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코: 1~2집 허가가 어려웠다. 전 소속사에서 발매한 앨범이다 보니, 전 소속사 사장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분 연락이 안 되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포기를 논하는 지경까지 갔다가, 진짜 최근에 허가받고 제작하게 됐다. 전 사장님과 원만한 관계라는 게 이렇게 입증됐다. (웃음)
한편, 다이나믹 듀오(개코, 최자)는 오는 28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열 번째 정규앨범 ‘2 Kids On The Block’(투 키즈 온 더 블럭)을 발매한다. 타이틀곡이자 마지막 12번 트랙 ‘피타파 (Feat. pH-1, JUNNY)’는 ‘햄버거, 피자, 타코, 파스타’를 활용한 곡명과 후렴구 가사부터 다이나믹 듀오만의 위트와 재치가 돋보인다. 앞선 정규 10집 Part.1과 Part.2에 두 사람의 19살 시절 감성이 깃든 ‘19’, 20대의 치기 어린 사랑 이야기를 담은 ‘눈물점’이 타이틀곡으로 실렸다면, 이번 본편에선 짜릿한 중독성을 지닌 ‘피타파’가 클라이맥스이자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