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장애 발생, 준비 서류 제출 못해
현장점검 추가에 ‘네이버 기회 주기’ 논란… 정부 “규정에 있던 것”

네이버와 KAIST 연합군이 정부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사업에 신청도 못 했다. 국내 대학과 기업이 연합해 생성형 AI 석·박사급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국내 대표 AI 기업과 대학으로 평가되는 네이버와 KAIST가 지원서도 내지 못하면서 초거대 AI 기반 인재 육성 기회가 쪼그라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장애, AI 인재 육성 앞길 막다

네이버와 KA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가 1월 11일 공고한 ‘2024년도 생성AI 선도인재양성 사업’에 작성한 지원서도 내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지원 마감날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의 서버 장애로 마감 기간까지 제출하지 못해서다. 마감 기간이 끝나면 형평성 문제로 추가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생성형 AI 관련 국내 손꼽히는 기업인 네이버와 AI 인재 양성 관련 대표 대학인 KAIST는 이 사업에 신청조차 못 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대학과 생성형 AI 선도기업 간 공동 연구를 통해 생성형 AI 초격차 기술 확보를 주도할 핵심 고급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됐다. 최대 4년 지원 사업으로 인력양성, 연구 성과 등을 단계적으로 평가해 목표 달성 시 지속 지원한다. 예산 규모는 올해만 총 35억 원이다.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는 내년 26억 원, 2026년 26억 원, 2027년 3억 원이 예정됐다. 공모를 통해 2곳의 팀을 선발한다.

이 사업에서 네이버와 KAIST 연합팀은 공모 선정의 유력한 후보였다. 네이버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하고 있고 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미 네이버와 KAIST는 ‘초창의적 AI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인재 양성에 협력해온 것도 높이 평가했다.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최종 선발되는 2곳 중 한 곳은 네이버와 KAIST가 선발될 것이 유력해 나머지 1곳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면서 “하지만 네이버가 지원을 못 하면서 공모가 유리하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아쉽다는 의견이다. IRIS라는 공공 서비스가 서버 불량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했으면 이에 관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원칙만 고집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IRIS 측에서 서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해 알아보니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간에 일어나는 일만 로그를 남기고 웹 애플리케이션에 일어나는 일은 오류가 자주 나지 않아 로그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때문에 서버 불량이 아니라고 하는데, 네이버의 서비스가 그랬다면 상당한 민원을 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사업 공고를 안내할 때 마지막 날 접수가 많으면 서버가 마비되거나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고, 우리가 신청을 늦게 한 것은 잘못한 일이 맞으나 인재 양성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며 “공공 서비스인 IRIS가 얼른 개선해 우리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한 대학교의 교수는 “정부 주도로 하는 AI 인재 육성이라는 점을 봤을 때 현재 한국에서 AI 기술이 높다고 평가되는 네이버가 불참하게 된 건 객관적으로 안타깝다”면서 “대형언어모델(LLM)이든 생성형 AI든, 파운데이션 모델이든 네이버만큼 컴퓨팅 자원과 연구개발(R&D) 능력, 실무 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야 해당 사업으로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한국 AI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신청하려던 것인데 이를 수행하지 못해 사실 대학에 가장 미안하다”면서 “이미 KAIST와 여러 협력을 하고 있어 또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 현장점검 추가에 네이버 밀어주기 비판 제기… 정부 “규정에 있던 것” 해명

이번 공모에 네이버와 KAIST가 참여하지 못하면서 잡음도 발생했다. 공고에 없던 ‘현장점검’이 추가됐는데, 이 점검을 통해 신청 기업과 대학을 탈락시키고 네이버와 KAIST를 합격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지원 기업과 대학 사이에서 나왔다. 

이번 공고에 안내된 평가 절차는 ‘사전검토 → 서면검토 →발표평가 →최종확정’이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현장점검이 추가되면서 의혹이 발생했다. 이번 공모에는 총 4개 팀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개 팀만 선발하기 때문에 규정상 1개 팀만 탈락해도 신청 기업을 재선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신청 기업과 대학은 네이버와 KAIST의 합격을 위해 없던 현장점검을 추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에 없던 현장점검이 생겼고, 일주일 내로 발표를 준비하라는데 신청 기업을 탈락시킨 후 지원자 미달로 네이버와 KAIST를 합격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이는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와 IITP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IITP 관계자는 “공모 사항엔 나와 있지 않지만, 관련 규정을 보면 검토할 때 현장점검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사전검토 후 서면 검토 평가할 때 사전검토 범주 내에 현장점검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점검을 하는 것은 현재 워낙 생성형 AI가 이슈이고 인재 양성이 중요하므로 신청 기업들의 상황을 더 면밀하게 살피기 위함”이라면서 “어떤 기업을 합격시켜 주기 위해 현장점검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부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냈다. “생성형 AI가 워낙 이슈이고 관련 내용을 한다는 기업이 많은데, 사실 기술력이 없는 기업도 더러 있다”며 “이 사업은 국가 세금으로 하는 것이고 미래 인재 육성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담고 있으므로 현장점검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이 있고 준비된 기업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장점검이 추가된 내용을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이번에 알았다”며 “우리가 클레임을 걸었거나 떨어졌다고 해서 한 기업을 떨어뜨리기 위해 정부가 평가를 추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에 KAIST를 비롯한 대학들과 인재 양성 사업을 계속해왔으므로 이번 사업에 목맬 필요가 없다”며 “이 사업과 별개로 AI 인재 양성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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