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유리 WS오디올로지코리아 신임 대표 “조직 내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자리 만든 비결”
‘세계 여성의 날’ 인터뷰
급격히 성장한 보청기 산업,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인재 육성 집중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
지난 1월, WS오디올로지(WS Audiology)는 한국 지사의 새로운 수장으로 조유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시장에서 회사의 경쟁 우위를 굳히기 위한 적임자로, 내부 인사를 발탁한 것이다. WS오디올로지 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직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경력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업계와 함께 성장하며 다양한 경험 쌓아
조유리 대표는 지난 십수 년간 보청기 업계에서 일하며 사업 운영과 마케팅 분야의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2012년 글로벌 청각 전문그룹 소노바의 한국법인인 포낙코리아(현 소노바 코리아)에 입사하며 보청기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포낙코리아는 당시 빠르게 확장하며 본사와 원활한 소통을 책임질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호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조 대표가 딱 맞는 인재였다. 조 대표 역시 보청기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한국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포낙코리아에서 일한 3년 동안 조 대표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든 업무가 마케팅의 연장선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와우 어음 처리기(3등급 의료기기) 국내 허가 프로젝트는 정말 큰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해당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찾아보고, 허가에 필요한 많은 것을 공부해야 했다”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짧은 기간에 보청기와 마케팅에 대한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경험은 그가 청각 전문그룹 지반토스 코리아(현 WS오디올로지 코리아)로 이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조 대표는 WS오디올로지 코리아에서 2015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회사는 달라졌지만, 그의 업무는 여전히 도전의 연속이었다. 조 대표는 의료기기 업계의 품질인증관리시스템(GMP) 관리 수준 업그레이드, 보청기 국내 제조 부문의 해외 글로벌 제조소 이전 프로젝트, CRM 및 ERP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 등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이끌며, 회사 내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를 보청기라는 특별한 분야의 영역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이자, 사내의 모든 일을 두루 경험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만들었다.
또한, 고객서비스 부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조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는 일본 지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로 돌아왔고, 이를 통해 글로벌 본사에도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잡았고, 그 기회에 대한 능력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며, “매 순간의 노력이 모두가 볼 수 있는 성과가 되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양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확장성 높은 보청기 산업, 함께할 인재 양성에 집중
급격한 고령화와 젊은 난청 인구의 증가 등으로 보청기 산업은 미래 유망 산업의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 지난 십여 년간 보청기 시장이 빠르게 확대하며, 관련 업계도 급격히 성장했다.
조 대표는 한국 보청기 시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정부가 보청기를 보조기기로 규제를 많이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보다 국가 지원이 많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내에서 보청기 판매가 어려운 이유는 ‘부정적인 인식, 접근성 낮은 유통 채널, 높은 가격’이라며, 보청기 업계가 새로운 유통 채널 개발과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기에 머지않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WS오디올로지 코리아에 입사한 2015년과 비교하면, 현재 매출은 5배, 직원은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를 위해서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원 누구나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그 프로세스를 이용해 성과를 만들어갈 인재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재 양성 계획은 비단 조 대표만의 생각은 아니다. WS오디올로지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내부에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래의 WS오디올로지를 이끌어갈 인재를 사내에서 육성하고, 선발하기 위한 ‘리더 승계 프로그램’도 그 중의 하나다.
해당 프로그램은 세계 각 지사에서 차기 대표 후보를 추천받아 자질을 검증하고, 지도자로 육성하기 위한 훈련을 비밀리에 진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후보는 정작 자신이 후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추천할 만한 후보가 없거나, 추천받은 후보가 검증 과정에서 낙제할 경우 그룹은 외부 인사 영입을 고려한다.
조 대표는 자신도 인사 발령 이전까지 차기 대표 후보였음을 알지 못했다며,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것들에 많이 관심을 두고 집중하는 것이 WSA오디올로지의 문화라고 말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릴 것
조 대표는 생물학과 회계학을 전공했다. 지난 십여 년간 보청기 업계에서 다져온 경력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분야다.
그는 요즘 많은 젊은이처럼 “어릴 적에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20대까지는 사회가 정해놓은 코스에서 벗어나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남들이 부러워할 상위권 대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점수에 맞춰 고려대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생물학은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경영학을 복수 전공으로 하게 되었고, 경영학의 여러 분야 중에 숫자 쪽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 카드회사에 취업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회사 생활이 만족되지 않았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 대표는 20대 후반에 호주 유학을 결심했고, 센트럴퀸즐랜드대학교(CQU)에서 대학 시절 관심이 많았던 회계학을 전공으로 선택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된 조 대표는 공부를 위해 투자했던 세월과 노력이 모두 쓸모없는 일인 줄만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인공와우 어음 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토록 지겨워했던 생물학 전공이 큰 도움이 되었다. 생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덕분에 어려운 논문을 빠르게 이해하고, 심사관에게 인공와우 기술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계학 역시 사업 운영 분야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조 대표는 예전의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가 나의 길을 개척하면 된다”며,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을 믿고 “한순간, 한순간 열심히 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타깃 그룹이 대부분 노년층인 보청기 업계는 지금까지 여성이나 젊은 층이 선호할만한 분야가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사회의 취약한 구성원들을 돕고 보호하겠다는 사명감이 있거나 글로벌 업체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청기 업계는 더욱 도전해 볼 만하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