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만다 조너벨트 KLM 네덜란드 항공 기장 “기장은 분명 최고의 직업 중 하나. 꿈꾸고 있다면 포기하지 마라”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내 다음 모습은 에어버스 NEO의 기장이 되는 것”
아만다 조너벨트 KLM 네덜란드 항공 기장이 디지틀조선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만다 조너벨트는 현재 남자들의 성역으로만 여겨져 왔던 항공기 조종사의 영역에서 일하며, 에어버스 NEO의 기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현재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3월 8일은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국제연합(UN)에서 정한 기념일로, 1908년 3월 8일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을 주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KLM 네덜란드 항공에서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만다 조너벨트(Amanda Zonneveld) 이다. KLM 기장이었던 아버지를 이어 남동생과 함께 KLM 기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KLM 비행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2006년 8월부터 KLM 보잉 777의 항공 기관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2007년 12월부터는 KLM 시티호퍼에서 포커(Fokker) 70과 100의 부조종사로 일했다. 포커를 비행하던 중, 2013년 12월 좋은 기회를 얻게 돼 엠브라르(Embraer) 190의 기장이 되었고, 추후 엠브라르 175와 295 E2까지 조종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후에는 비행 외에 추가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항로 지시를 내리는 운항관리사가 되었다. 이외에도 중대 사건 대응 프로그램(Critical Incident Response Program, CIRP)에 동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는 사고 또는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을 말한다.
Q. 특별히 기장을 꿈꾸게 된 이유가 있나. 수많은 항공사 중 KLM 네덜란드 항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A. 아버지가 KLM 기장이었기 때문에 '기장'이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곳곳을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것,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큰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을 항상 멋지다고 생각해왔다. KLM에서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매우 행복하다. KLM은 계속해서 성장하고자 함과 동시에 직원들을 배려하고 보호하는 아주 좋은 기업이다.
Q. 기장이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기장이라는 직업의 멋진 점은 바로 비행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기장은 언제나 이 즐거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주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일하며 큰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이러한 점이 때로는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의료업계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날에도 업무 특성상 근무해야 하는 날들이 많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나 가족들의 생일을 함께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는 점은 아쉽다.
또 근무 중 다른 여행지에서 아프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비행을 마친 후, 수리남의 수도 파라마리보에서 사이클링을 즐기시던 중 심하게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된 적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LM은 어머니를 위해 항공편을 무료로 제공하고 아버지가 회복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Q. 여성 기장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었나. 만약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A. 비행 아카데미에 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많이 느껴졌다. 내가 이수한 클래스에는 나 외에는 다른 여성 기장이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이 점이 크게 힘들거나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 많은 여성 기장들이 함께 했다면 조금 더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겪었고 현재도 많은 여성 기장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바로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이다. 법적으로 이를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몇몇 규칙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내가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했던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한 번은 모유를 유축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을 때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았다. 당시 나는 비행을 앞두고 있어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고, 만약 항공편이 지연된다면 그들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즉시 공간을 비워주었고, 문제없이 모유를 유축할 수 있었다.
KLM, 특히 KLM 시티호퍼(KLM Cityhopper)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한 기업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임직원 모두가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노동조합과 함께 논의를 거듭한 결과, 임신 중이거나 수유 기간에 비행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몇 가지 조항이 생겨났다.
또 다른 어려움은 부모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충이라고 할 수 있다.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스케줄을 잡고 관리하기가 정말 힘들 때가 많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어 부모님께 아이들 등하교를 부탁할 일이 많지 않은 편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비행 경험 또는 에피소드가 있나.
A.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엠브라르 항공기에서 처음 비행하는 동생을 내가 직접 교육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비행 중에 발생한 항공기 문제를 극복하고 우리가 팀으로써 이뤄낸 결과물에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 적도 있다. 비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많은 훈련을 받지만, 모든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숙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 번은 비행 도중 회항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정을 한 후, 나는 승무원 및 핸들링 팀, 항공교통관제(ATC), KLM, 승객들에게 당시 상황을 알렸고 모두의 의견을 구해야 했다. 그 결과, 공항에 도착했을 때 승객들 모두가 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었다.
Q. KLM 네덜란드 항공이 운항되는 많은 여행지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자면?
A. 최근 KLM이 폴란드 노선을 확장했다 보니 크라쿠프, 브로츠와프, 그단스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폴란드 사람들은 모두 매우 친절하며 도시들은 아름답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음식도 정말 맛있고 저렴해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계속해서 비행을 이어가며 폴란드에 대해 더욱 더 알아가고 싶다.
Q. 당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A.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나의 다음 모습은 에어버스 NEO의 기장이 되는 것이다. 해당 항공기는 오는 7월 도착 예정으로, 수년간의 경력 중 처음으로 에어버스를 조종하게 된다. 이외에도 계속해서 항로 지시에 나서고 싶다.
Q. 기장 또는 항공업계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여자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만약 이 길이 당신의 꿈이라면 멈추지 말고 노력을 이어가라. 당신을 응원하지 않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두 무시해라. 나한테도 기장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기장은 분명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많은 팀원들(운항 승무원, 객실 승무원, 정비 팀 등) 그리고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종종 구름 위를 비행하기에 기장은 비행기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이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도시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스웨덴의 린셰핑(Linköping)은 정말 환상적인 곳이다. 이외에도 폭풍 속에서 비행기를 조종하고 안전하게 착륙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