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기본설계 날릴 뻔한 HD현대중공업, 입찰 참가 자격 가까스로 유지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건조 사업의 기본설계를 담당했던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며 한숨 돌렸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27일 오후에 열린 계약심의위원회에서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경쟁업체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2012년 10월부터 3년 동안 불법 취득해 내부 공유했다. 여기에 가담한 직원 9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1월 유죄가 선고됐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정부가 발주하는 입찰에서 보안 감점(-1.8점)을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보안 감점을 받는 와중에 ‘부정당업체’ 지정이라는 또 한 번의 큰 위기에 몰렸었다. 해당 건이 의결된다면 사실상 그동안 공들인 KDDX 사업이 ‘올스톱’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참가 자격을 유지하며 KDDX 사업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방사청은 해당 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되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사청의 결정으로 올 하반기에 예정된 KDDX 사업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수주전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양강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천톤급 차세대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약 8조 원의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방사청의 함정 건조 사업 과거 관례를 살펴보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대부분 맡겼다. 입찰 참가 제재로 기본설계 기회를 날릴 뻔한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이 있지만 KDDX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한편, 경쟁사인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