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사카 말고 일본 소도시로 떠날까? 일본 최남단 '가고시마' 여행
- 근거리 해외여행 올해도 인기 지속
- 가고시마 최대의 관광 명소 '사쿠라지마'와 '이부스키'
- 료칸 대신 깔끔한 5성급 호텔에서의 휴식
2023년 한 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2천5백만 명 가운데 한국인 여행객이 약 70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출국자(2,250만 명 추정) 3명 중 1명이 일본을 여행한 셈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노선이 많이 늘어난 게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근거리 여행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일본 여행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항공 노선의 다양화 및 새롭고 독특한 여행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서 소도시 여행이 올해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에 일본 소도시 중 한 곳인 규슈 최남단에 자리한 '가고시마'로 직접 떠났다. 아직도 일본 여행을 생각하면 도쿄나 오사카 같은 유명 대도시를 떠올리는 이들을 참고하면 좋을 가고시마 여행 정보를 공개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15분이면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한다. 교통수단으로는 규슈 레일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JR 규슈 레일패스는 해외 여행객을 위한 자유 환승권으로 JR 규슈 열차 이용에 한해 규슈 지역 내 주요 여행지를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전 규슈패스, 북규슈 패스, 남규슈 패스 3종류가 있다.
가고시마 최대의 관광 명소 '사쿠라지마'… 화산이 만든 거대한 천연 작품
가고시마 여행의 핵심은 '사쿠라지마'다. 인구 60만 명이 살고 있는 가고시마에는 살아 움직이고 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있다. 약 2만 3천 년 전에 형성된 사쿠라지마 화산섬은 가고시마 시내 어디에서든 보인다.
가고시마시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 있는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 최대의 관광 명소로 15분 간격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페리 안에서는 우동 같은 간단한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어 간단하게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좋다.
사쿠라지마 항에 내리면 1914년 화산 대분화를 말해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화산 활동은 계속되고 있어 화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사쿠라지마섬에는 대분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당시 화산 폭발과 함께 분출된 용암은 100억 톤에 달하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방대한 양이라고 한다.
사쿠라지마를 관광하는 교통수단으로는 자전거, 순환버스 등이 있다. 사쿠라지마 항에 내리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버스를 이용해 사쿠라지마를 둘러본다. 사쿠라지마의 주요한 곳을 정차하는 버스에는 승객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정차하는 정류장 이름과 주요 명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한글로도 나와 여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사쿠라지마섬에는 여러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그중에서 '유노히라 전망대'는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로 해발 373m 높이에 있다. 웅대한 사쿠라지마 주변 일대와 바다 너머로 가고시마의 전경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사쿠라지마 화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용암이 흐른 흔적대로 거칠고 불규칙한 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쿠라지마 섬을 떠나기 전에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용암 나기사 공원 족욕탕'이 있다. 항구와 가까운 곳에 있어 섬을 떠나기 전에 들르면 알맞다. 족탕은 길이가 100여 미터로 일본 최대 길이의 족욕탕이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열을 이용한 천연 온천으로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 있게 족욕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100여년 전에는 섬을 집어삼킨 대폭발이 있었지만, 족욕하는 여행자들의 얼굴에는 평화로움만이 가득하다.
모래를 이용한 천연 사우나를 경험할 수 있는 '이부스키'
가고시마 만의 입구에 자리 잡은 이부스키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도시다. 다양한 형태의 테마를 가진 온천들이 많아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특히 이부스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온천이 있다. 세계 유일의 천연 모래찜질 온천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모래 속에서 찜질하는 특이한 방식이다.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로 데워진 섭씨 55도의 뜨거운 모래 속에서 몸을 덥히는 것으로, 모래를 이용한 천연 사우나다.
특별한 모래찜질을 해보기 위해 이부스키에 위치한 '하쿠스이칸(白水館)' 료칸으로 향했다. 한국에는 한자 발음을 그대로 읽은 ‘백수관’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이 료칸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카타를 입고 검은 모래로 된 바닥에 누우면 직원이 머리를 제외한 전신을 모래로 덮어준다. 뜨거운 모래를 덮은 채 10분간 찜질을 하는데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솟아난다.
이부스키의 모래는 온도 자체가 80~90도의 고온으로 온천성분을 포함하고 있고 모래 입자가 거칠다. 50~55도의 보통 온천이라면 너무 뜨거워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데, 모래 입자가 거칠어서 모래끼리 달라붙지 않고 증기가 생겨 모래 속에서 찜질이 가능하다. 이부스키의 모래는 거친 입자 덕분에 몸에 달라붙지 않아 화상의 위험도 없다. 3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고시마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부스키의 모래찜질은 몸의 해독과 혈액순환 촉진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10여 분의 모래찜질 후 에도시대의 온천을 재현한 대욕장에서 개운하게 온천욕을 하고 나오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지는 느낌이다.
온천욕까지 마친 후에는 하쿠스이칸 료칸의 정원과 전시관도 함께 둘러봤다. 멋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 '사츠마 전승관'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40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금박으로 장식된 화려한 전시물은 유럽까지 건너가서 전시된 귀한 작품이다. 당나라 시대의 유물들과 중국 황실의 도자기들도 보인다.
미식가들에게 '맛의 도시'로 소문난 가고시마… 최대 번화가 텐몬칸의 맛집 탐방
가고시마는 미식가들에게 '맛의 도시'로도 정평이 나있다. 고구마, 흑돼지, 흑우, 흑계 등을 이용해 만든 요리들로 먹거리가 넘쳐난다.
가고시마는 일본 최대의 고구마 생산지로 화산재 토질이라 단맛이 높은 특징이 있다. 가고시마 거리 곳곳에서는 고구마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음식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고구마를 이용해 만든 간식을 파는 고구마 자판기도 있다.
고구마를 이용해 만든 가공품은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고구마 소주'는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술로 검은 누룩을 이용해 만든 소주다. 까다로운 증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고구마 소주는 온더락, 찬물, 뜨거운 물 등을 섞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감미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나며, 고구마 특유의 단맛도 느껴진다.
가고시마는 흑돼지도 매우 유명하다. 가고시마 흑돼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표 특산품인 고구마가 10~20% 첨가된 사료를 60일 이상 먹이고, 230~270일 사육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체계화된 사육 과정을 거친 흑돼지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과 뛰어난 풍미를 낸다. 가고시마 흑돼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지만 흑돼지 샤부샤부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가고시마에 사는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간 흑돼지 샤부샤부 맛집은 텐몬칸에 자리한 '쿠마소테이(熊襲亭)'다. 가고시마에서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로 샤부샤부를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탄력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다시마 육수에 돼지고기를 너무 익히지 말고 살짝 흔들어 국물에 데쳐먹는 것이 요령이다.
텐몬칸에서 또 가볼 만한 곳으로 '시로쿠마'라는 빙수 가게가 있는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 소문난 맛집이다. 빙수의 모양이 백곰을 닮았다고 해서 '시로쿠마'라고 불리는 이 아이스크림은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한다. 50년째 이어져 내려온 이 가게의 맛의 비결은 우유와 꿀이다. 폭신폭신한 얼음 위에 과일과 연유를 올린 달콤한 빙수다.
사쿠라지마 산이 액자 속 사진처럼 한눈에… 가고시마 최초의 메리어트 '쉐라톤 가고시마'
가고시마를 여행한다면 숙소는 어디로 정하는 게 좋을까. 평소 호텔을 선호한다면 객실에서 사쿠라지마 산이 한눈에 보이는 가고시마 최초의 메리어트 '쉐라톤 가고시마'가 적합하다. 작년 5월 가고시마에 문을 연 오픈한 지 1년도 안 된 신상 호텔로 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시로야마 공원, 가고시마 만, 사쿠라지마 산 등의 관광지가 있다. 또한, 가고시마 공항은 차로 약 30분 거리, 가고시마 주오 역은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해있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 녹색 식물이 투숙객을 맞이한다. 로비에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는 소파와 테이블은 투숙객뿐만 아니라 호텔을 오가는 방문객들도 편안하게 머물다 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향했다. 쉐라톤 가고시마는 총 228개의 객실이 있으며, 각 객실에서는 사쿠라지마 산과 가고시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연기를 뿜어내는 사쿠라지마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액자 속 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쿠라지마 산이다.
객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밝은 우드톤을 띈다. 객실의 디자인 세부 사항은 가고시마의 지형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일부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현지 장인들이 만든 가고시마 스타일의 전통 도자기에 메뉴를 제공한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는 무료 웨이트 트레이닝, 심장 박동 기계 등을 갖추고 있고, 일본식 온천 스타일을 갖춘 호텔 스파에서는 자연 화산 온천과 족욕을 즐기며 휴식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먹거리도 빠트릴 수 없다. 쉐라톤 가고시마에는 총 3개의 레스토랑과 2개의 바(bar)가 있다. 데일리 소셜(Daily Social)은 뷔페와 단품 메뉴를 제공하는 호텔의 캐주얼 올 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조식을 데이일리 소셜에서 먹으면 되는데, 특히 가고시마 특산품인 고구마, 흑돼지, 사시미 등을 활용해 제공하는 음식들이 아주 맛있다.
이밖에도 플라잉 호그 그릴(Flying Hog Grill)과 현대식 일본 레스토랑이자 사케 바인 사쓰마그마(Satsumagma)는 실내 좌석과 실외 좌석을 모두 갖춘 최고의 일식을 제공한다. 유리 집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비바리움(Vivarium)은 칵테일, 아페리티프 또는 가벼운 술 한 잔을 위한 방문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