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에 가장 가까웠던 남자 ‘샘 올트먼’, 오픈AI 이사진에 해임
오픈AI 이사회, 샘 올트먼 CEO 해임 발표… 미라 무라티 CTO 임시 CEO로 선임
범용인공지능(AGI) 연구와 개발에 앞장섰던 샘 올트먼, 회사에 부담이었을 것 의견 多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됐다. 올 한 해 인공지능(AI) 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다. 챗GPT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오픈AI 이사회는 17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샘 올트먼 CEO의 해임 소식을 알렸다. “올트먼은 의사소통이 일관되지 않고 솔직하지도 못하다”는 이유였다. 임시 CEO로는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하고 있는 미라 무라티(Mira Murati)를 내정했다. 또 차기 CEO를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식은 같은 달 6일 오픈AI가 자체 개발자 포럼 ‘오픈AI 데브데이(OpenAI DevDay)’에서 올트먼 CEO가 ‘GPT-4 터보 버전’과 맞춤형 챗봇 빌더 ‘GPTs’를 소개한 지 열흘 남짓 지난 시기에 발표돼 충격이 더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올트먼의 사임은 이사회의 신중한 검토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오픈AI 설립과 성장에 기여한 샘 올트먼 공헌에는 감사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픈AI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시 CEO는 미라 무라티 CTO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미라 무라티는 회사의 연구, 제품, 안전 부서를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임시 CEO를 맡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그녀가 전환기에 오픈AI를 잘 끌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샘 올트먼은 오픈AI 공동 설립자다. 2015년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 일리아 수츠케버(Ilya Sutskever)와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 영리 법인을 만들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올트먼 본인은 영리법인의 지분을 단 한 주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올트먼과 창립 멤버인 그렉 브록만도 이사회 의장직으로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렉 브록만은 사장(president)직을 유지하며 새 CEO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브록만은 이사회 발표후 올트먼 사임에 대해 반대하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8년 전 내 아파트에서 오픈AI를 시작한 이래로 우리가 이룩한 일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인류에 혜택을 줄 ‘안전한 AGI’라는 미션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는 사임이 발표된 후 X(옛 트위터)에 “오픈AI에서 일했던 시간을 사랑한다”며 “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 역시 조금이나마 변화시킨 시간이었다”고 썼다. 또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AGI에 대한 두 세력의 다툼, 원인으로 꼽혀
샘 올트먼의 해임에 대해 AI 전문가들은 “충격적인 일”로 보고 있다. 약 10일 전 열린 오픈AI 데브데이에서도 올트먼이 직접 기조연설을 맡아 행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올트먼 자신조차 예상치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사임 이유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추측은 AGI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 샘 올트먼은 AGI 개발을 빠르게 추구했고, 속도보단 기업의 탄탄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대 진영과 갈등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AGI는 특정 문제뿐 아니라 주어진 모든 상황을 학습하고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AI를 뜻한다. 어디서든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범용 인공지능, 혹은 일반 인공지능이라 불린다.
실제로 샘 올트먼은 AGI 개발에 진정성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픈AI 데브데이 행사가 열리기 두 달 전 세일즈포스의 연례행사 ‘드림포스’에 참석했을 때도 AGI에 대해 강조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대담에서 회사의 목표를 AGI로 내세웠다. “오픈AI가 원하는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는 베니오프의 질문에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하나는 현재 GPT 시리즈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더 안정적이고 견고하며 더 나은 추론을 할 수 있는 멀티모달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GI”라고 발표했다. 당시 올트먼은 취재 기자진과 별도 자리하진 않았지만, AGI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힌트는 제공했다. 그는 “GPT 시리즈는 현재 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데이터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환각 현상을 줄여가며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AI 활용이 본격화된 이 시기에 모두가 진정으로 AGI라고 부를 수 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남은 연구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올트먼은 AGI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AGI를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모금이 계속되는 경우 회사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AI가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만을 내세워선 안 된다는 주장의 의견이었다. 실제로 올트먼은 AGI를 연구를 위해 더 많은 컴퓨팅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자본 투자를 이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그의 행보에 불안을 느낀 이사진이 그를 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AI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지금은 오픈AI 이사진이 안전한 기술 보급을 위해 올트먼을 해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사실은 오픈AI 재정 상태가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오픈AI 재정이 내년 말이면 파산한다는 예측이 있기도 했고, 9월부터 지분 판매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이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만 서두르는 올트먼이 이사진 입장에선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트먼 해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를 두둔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은 X에 “샘 올트먼은 내 영웅”이라며 “무일푼으로 시작한 회사를 900억 달러 가치로 키웠고, 세상을 영원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모두를 위해 한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썼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샘 올트먼은 이 시대 최고의 창업가 중 한 명”이라며 “업계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고 그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