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빙' 이정하 "나의 매력은 무해함…'봉석'에 제 장점 담았죠"
이정하는 '무빙'이 발견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순수함 그 자체인 원작 속 '봉석이'를 고스란히 현실로 꺼내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극 중 이정하는 부모에게 하늘을 나는 능력과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물려받은 '김봉석' 역을 맡았다. 드라마 공개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정하와 마주 앉았다. 이정하는 봉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다시 슬림해진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무빙'은 공개 전부터 엄청난 스케일과 제작비를 예고하며 기대를 받았다. 지난달 베일을 벗자마자 호평이 쏟아졌다. 원작 작가인 강풀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덕에 탄탄한 서사가 완성됐고, 연기파 배우들과 신예들의 조합은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 중심에서 활약한 인물을 꼽자면 이정하를 빼놓을 수 없다. MZ세대 미남상에 부합하는 훈훈한 배우였던 그는 30kg를 찌우며 '봉석' 그 자체를 만들어냈다. 근래 보기 드문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 덕에 '봉석이 앓이'를 하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이정하는 인기를 체감하는지 묻자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주변 반응을 진짜 안 보는 편인데요. 그래도 SNS 댓글을 통해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팔로워도 많이 늘었고요. 제 MBTI가 INFJ인데, 안 좋은 반응을 보면 상처받을까 봐 안 보는 이유도 있고, 또 칭찬은 칭찬대로 제가 거기에 빠질까 봐 잘 안 보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댓글 포인트들이 좀 있어요. 저는 제 칭찬해 주시는 것도 좋지만 주접 댓글을 정말 좋아해요. 다양한 형태의 주접 댓글을 달아주시더라고요. 예를 들면, '정하 씨에게 별점 4.9점 드릴게요. 왜냐하면 오점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라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을 해주시니까 너무 재밌어요.(웃음)"
'무빙'을 본 이들이라면 이정하가 아닌 봉석은 상상할 수 없을 거다. 그만큼 이정하는 봉석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뤘다. 그 역시 봉석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한치의 고민도 없이 '100%'라고 자신했다. 워낙 원작 팬이었던 그는 여러 부담감 속에서도 오로지 봉석만 보고 달렸다. 자신의 무해한 매력을 봉석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봉석이와 저의 싱크로율은 100%에요. 이유를 정말 많이 생각해 봤는데, 봉석이 자체도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이지만, 봉석이의 매력에 제 매력을 보태서 만든 게 드라마 '무빙' 속 봉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는 싱크로율이 100%로 이상이에요. 봉석이 자체가 웹툰에서는 다정하고 순수하고 내면이 강한 친구라서, 이 매력을 어떻게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저의 장점을 빗대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 매력요? 솔직히 제 매력을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운데요. 저는 무해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 참여하는 부담감, 정말 많았어요. 저 역시 웹툰 속 봉석이를 너무나 좋아했던 구독자였고, 제가 캐릭터를 맡음으로써 봉석이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부담감을 갖고 했어요. 워낙 내로라하시는 선배님들도 너무 많아서 누가 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막상 현장 나가니까 선배님들께서 원 없이 편하게 연기하게 끔 만들어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부담감을 가진 게 부담이었을 정도로요. 이렇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왜 부담감을 가졌나 싶더라고요."
이정하가 봉석이 되기 위해 30kg를 증량한 사실도 화제를 모았다. 단기간에 30kg 증량은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과정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정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부지런히 살을 찌웠고, 달라진 몸에 적응해 갔다. 그 노력 덕에 사랑스러운 순둥이 봉석이가 대중을 만날 수 있었다.
"2~3달 정도 봉석이가 되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감독님께서 '체중을 늘려라' 하고 정해주신 건 아니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봉석이는 배도 좀 나와야 하고 원작과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 찌우려고 했어요.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계속 체중을 찌우면서 유지하려고 했고요. 솔직히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어요. 통통한 제 모습을 처음 보니까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먹은 게 라면인데 라면은 종류가 많으니까 정말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더라고요.(웃음)"
"제가 살을 찌우면서 불편한 건 크게 없었는데, 저를 위해 와이어를 잡아주시는 무술팀이 많이 고생하셨어요. 제 체중이 들쑥날쑥하니까 항상 고생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살 뺄 때요? 저는 살을 찌울 때도 식단과 유산소를 병행했어요. 뺄 때 역시 식단과 유산소로 뺐는데 쑥쑥 빠지더라고요. 제가 그런 체질은 타고난 것 같아요."
극 중 부모 자식으로 만난 조인성, 한효주와의 현장도 궁금했다. 미혼인 두 배우는 이미지 변신까지 나서며 봉석의 부모 두식, 미현이 되어줬다. 실제 현장에서도 두 사람을 아빠, 엄마라 불렀다는 이정하에게 한효주, 조인성은 믿는 구석이 되어 줬다.
"'무빙' 하면서 '엄마가 한효주, 아빠가 조인성이면 어떤 기분이야?'하는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저도 워낙 어릴 적부터 팬이었던 선배님들이 제 부모님으로 나온다고 하니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죠. 현장에 있을 때는 온전히 엄마와 아빠로 계셔주셨어요. 제가 '선배님'하고 부르면 '쓰읍. 엄마,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라고 해주셔서 저도 그렇게 부르면서 함께 호흡했어요. 지금은 당당하게 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웃음)"
"선배님들께서 조언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 애드리브나 액팅이 있어도 아직은 고민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용기를 주셨어요. 덕분에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빙'엔 풋풋한 로맨스도 있다. 봉석의 순수함을 알아주는 희수(고윤정)와의 러브라인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이정하는 특히 고윤정에게 감사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극 초반, 모든 게 어려웠던 순간에도 고윤정의 응원과 배려로 무사히 신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이정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무빙'에 스며들 수 있었다.
"희수도 그렇고 강훈이도 그렇고 다 또래에요. 현장에서 교복 입고 학교에서 몇 달 동안 촬영을 하다 보니까 거의 가족이 되어 있었어요. 10대 시절처럼 진짜 개구쟁이같이 놀면서 서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촬영하다가 한 명이 지치는 순간이 있으면 함께 웃겨주곤 했죠. 정말 좋은 동료들이에요.
"특히 윤정 누나한테는 정말 고마움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계단에서 몸이 뜨는 신을 찍은 후부터 부담감이 풀어졌는데, 그게 제 첫 와이어 연기여서 몸에 힘이 들어가고 서툴고 했었거든요. 그때 누나가 많이 도와주고, 제 상태도 많이 챙겨줬어요. 저를 위해 노력해 주는 게 보여서 응원을 받으며 할 수 있었어요."
봉석은 두말할 것 없이 이정하의 인생 캐릭터다. 덕분에 배우로서 대중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앞으로의 이정하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고 말한 그는 배우의 길을 그리기보다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라면 항상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지 않나 싶어요. 안 해본 것은 다 하고 싶고 일상적인 로맨스도 해보고 싶어요. 특히 제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작품도 해보고 싶거든요. 한 번도 말씀드린 적 없는데 귀신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사실 귀신을 진짜 무서워하는데 저와 극과 극인 것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배우의 길'이라는 걸 그려본 적이 없어요. 배우를 할 때도 기회가 생겨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고, 오디션도 될 때 있고 안 될 때가 있지만,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어요. 될 때의 그 기쁨이 너무 크니까 그런 걸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