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지주막하출혈 대상 ‘묶음 치료’, 사망률 등 예후 개선 효과 확인
묶음 치료 방식이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 다학제 연구팀(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영상의학과 최영훈 전임의·신경외과 뇌혈관팀)이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묶음 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묶음 치료는 미국 의료 질 향상 연구소(US IHI)에서 제안한 방법으로, 중증 질환 환자의 예후를 향상하기 위해 3~5개의 핵심 치료를 체계적으로 조합해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치료 방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 환자의 예후를 최적화할 수 있는 이 방법은 중증 패혈증 치료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묶음 치료’ 적용이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예후를 향상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중증 지주막하출혈 묶음 치료 방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먼저 체계적인 문헌 고찰과 다학제 논의를 거쳐 ▲조기 뇌압 감시와 ▲파열된 동맥류 조기 치료 ▲신경계 감시 ▲신경계 감시를 통한 지연성 허혈 조기 진단 및 치료 ▲지주막하출혈과 관련된 내과적 문제의 체계적 관리 등이 포함된 중증 지주막하출혈 묶음 치료를 구성하는 5가지 핵심 치료를 결정했다. 이후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의 주도하에 치료 항목별 목표를 설정하고 적용 방식을 프로토콜화했으며, 묶음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다학제 팀 내 교육을 실시했다.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묶음 치료가 적용된 2017년 전후 환자군 비교 분석을 진행한 결과, 묶음 치료군은 6개월 후 사망률이 14.3%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치료군의 사망률 27.3%보다 절반가량 감소한 수치다. 또한 6개월 동안 묶음 치료군의 46.4%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기능을 회복했는데, 이는 기존 치료군(20.7%)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또한, 연구팀은 단변량 분석을 통해 환자가 신경학적으로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작용하는 주요 요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묶음 치료의 적용’과 ‘초기 동공 반사 유지 여부’의 두 가지 요인이 도출되었으며, 묶음 치료를 받은 환자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묶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14배 이상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증 지주막하 출혈 환자에서 묶음 치료 개발의 효과를 확인한 첫 연구임을 인정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중환자의학 국제 학술지 ‘Neurocritical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
하은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와 뇌혈관팀, 중환자 간호팀의 긴밀한 협업과 피드백을 통해 성공적으로 도입한 묶음 치료 방식이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이러한 묶음 치료 방식이 다른 병원에서도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다학제팀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