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美친 세상 속 모두가 질주한다…'마스크걸'
누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고 했었나. 이름만 거꾸로 읽으면 미모가 되지만, 김모미는 김모미일 뿐이다. 미모가 거꾸로 됐으니, 미(美)보다는 추(醜)에 더 가깝다. 연예인이 되어 모든 이에게 사랑 받고 싶었던 끼 많은 김모미(이한별)가 마스크를 쓰고 BJ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고, 일도 뜻대로 되지 않던 어느 날, 욱하는 마음에 지른 만남이 뜻밖의 사고로 이어진다. 그 사고의 가해자가 된 모미와 그 사고에 휘말린 오남(안재홍)은 예측할 수 없는 길로 향해간다.
‘마스크걸’은 아주 철저하게 캐릭터를 중심에 놓은 작품이다. 얼마나 철저했냐면, 매화 에피소드의 제목이 캐릭터의 이름이다. 1화의 제목이 김모미(이한별), 2화의 제목이 주오남(안재홍), 3화의 제목이 김경자(염혜란), 4화의 제목이 김춘애(한재이) 등으로 이어진다. 모두 김모미의 삶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름들이다. 기묘하지 않은가. 제목부터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시리즈의 제목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마스크걸'이다.
사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아이러니하기 마련이다. 뜻대로 흘러가는 것도 없다. 미와 추라는 개념도 정답을 나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구분짓는다. 예쁜 사람, 못생긴 사람, 인기남, 아웃사이더 등. 그 경계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작품은 계속해서 아이러니를 만들고, 이를 통해 화두를 던진다. 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어떤 선택을 하며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지 등에 대해서다.
김모미의 일생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시리즈다. 그 속에는 총 세 명의 김모미가 등장한다.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BJ '마스크걸' 김모미는 신인배우 이한별이, 성형수술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고 쇼걸 '아름이'로 활동하는 김모미는 나나가, 그리고 '마스크걸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교도소에서 '죄수 번호 1047'로 불리는 김모미는 고현정이 맡았다. 이들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상황에 놓인 한 사람 '김모미'로 보인다. 상황 속에서 펼치는 완벽한 연기와 더불어 결국 이것은 '김모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묘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다.
더불어 파격적인 주오남 비주얼을 선보인 안재홍과 점점 얼굴 근육까지 변화해가는듯한 김경자 역의 염혜란 역시 몰입감을 더한다. 외형에서부터 극화되어 있는 이들이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극화된 상황은 이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한다. 과연 이들을 지켜보며 누구를 응원할 수 있을까.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데, 전개는 복잡하지 않다. 사실 너무나 시원시원하다. 서사는 주인공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 냉혹하게 잣대를 겨눈다. 그렇기에 보는 이들은 많은 질문을 갖게 된다. 나나, 안재홍, 염혜란, 한재이, 이준영 등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어느 장면도 심심할 틈 없는 미술과 음악 역시 몰입도를 더한다.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은 사이다의 사이다 같은 전개 속에서 질주한다. 총 7개의 에피소드. 내일(18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