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유형의 재발·전이성 유방암에 사용하는 표적항암제 ‘팔보시클립’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발견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삼성유전체연구소 박경희 연구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이경훈 교수, 화이자 정옌 칸(Zhengyan Kan) 박사 공동 연구팀은 재발·전이성 유방암에 쓰이는 표적항암제 ‘팔보시클립’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특징을 유전체 분석으로 밝혀 ‘게놈 메디신(Genome Medicine, IF=15.266)’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유방암 중 가장 흔한 호르몬수용체 양성(HR+)/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음성(HER2-) 유방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고 호르몬 억제 치료로 양호한 효과를 보이지만, 공격적인 유형의 재발·전이성 유방암에서는 호르몬 저항성이 문제가 되어 왔다.

이에 암의 생장에 관여하는 효소 CDK4(cyclin-dependent kinase 4)와 CDK6(cyclin-dependent kinase 6)을 억제하는 약물 ‘팔보시클립’이 내분비요법과 함께 쓰여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환자 4명 중 1명(25%)꼴로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응이 있더라도 내성 탓에 병이 진행되는 한계도 뚜렷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전이와 재발로 팔보시클립과 더불어 풀베스트란트,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투여받은 환자 89명의 종양 조직을 NGS 분석을 통해 내성의 주요 원인을 밝혀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45세로 PFS의 평균값은 15개월이었으며, 환자의 72%에서 병의 진행이 관찰됐다.

연구팀이 환자에게서 얻은 종양 조직과 혈액을 치료 전과 치료 중과 병이 진행된 치료 후로 나누어 RNA시퀀싱, 전장엑솜시퀀싱(WES)을 거쳐 무진행 생존(PFS)에 영향을 준 정도를 비교한 결과, 재발한 HR+/HER2- 유방암 환자에서 내성을 보이는 경우 치료 전과 다른 분자적 특징들이 새롭게 발견됐다.

연구에서는 상동 재조합 결핍(HRD)과 에스트로겐 반응으로 인한 유전체 반흔(Genomic Scar)을 환자 예후를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 꼽았다. HRD는 세포 내에서 손상된 DNA의 수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인 BRCA1과 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여기에 주로 기여하나, 유전성뿐 아니라 치료 전, 후의 종양 돌연변이도 내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종양 증식 억제와 관련 있는 TP53 유전자의 변이가 고(高) HRD와 합쳐질 때 항암제 내성을 촉진하여 환자 예후를 더욱 나쁘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TP53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변이가 없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병의 진행 위험이 16.3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무진행 생존 기간이 짧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관여하는 효소인 APOBEC을 매개로 한 RB1, ESR1, PTEN, KMT2C의 유전자 변형이 두드러진 가운데, 이들 유전자가 병의 진행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현재 CDK4/6 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한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멀티오믹스 분석으로 내성 원인 유전자를 찾아서 다행”이라며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시름을 덜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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