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짜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도경수와 플라이 투 '더 문'
"요즘 달을 정말 많이 봐요. (달에 간다면) 어떤 기분일까도 궁금하고, 진짜 가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영화를 보시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한여름, 뜨거운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는 '달캉스'를 떠나 도경수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을 보며 달을 그리워하는, 배우 도경수를 만났다.
'더 문'은 달 탐사를 떠난 대한민국의 우주 대원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달에서 조난을 당하고, 전 우주센터장 재국을 비롯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280억 대작 주연으로 돌아온 도경수는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부담감도 컸다"라며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상을 더해가며 극복했던 것 같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선우 캐릭터를 통해 관객분들께 어떤 마음이든 공감을 시키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저 역시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통해 용기를 얻고 희망과 위로가 된 것처럼, 봐주시는 분들 역시 저와 같은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껴주신다면, 그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극 중 도경수는 홀로 달에 고립되는 대한민국 우주 대원 '황선우'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우리호에 탑승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함께 떠난 탐사 대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이에 실제 도경수 역시 '더 문'을 촬영하는 내내 마치 선우처럼 고립돼 혼자만의 연기를 펼쳐야 했다.
"사실 배우라면 꼭 한 번은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은 선배님들인데, 설경구 선배님도 거의 뵙지 못했고 김희애 선배님은 제작발표회 때 처음 뵙게 됐다. 보통 연기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고 리액션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을 선배님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감정을 잡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도경수는 오히려 "소통 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꼈다"라며 "실제 선우도 같은 상황이었다. 센터에서는 저를 보고 있고 있지만, 선우는 그쪽을 보지 못했다. 물론 이게 과연 소통이 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영화에 나올 수 있을까 궁금증은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잘 붙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황선우가 고립된 배경은 '우주'다. "사실 우주라는 배경을 저희가 영상으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직접 체험을 할 수는 없다. 우주를 머리로 그리며 그 중심에 저를 가져다 놓는 상상을 많이 했다"라고 돌아봤다. 여기에 정교하게 구현된 우주선, 그리고 달의 모습이 도경수의 몰입을 도왔다.
"처음 우주를 생각했을 때 CG나 크로마키 등을 생각했는데, 제가 있던 현장은 그런 것이 없었다. 실제적으로 다 만들어져 있었고,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주선 안에 들어가면 정말 갑갑한 기분이 들었고, 큰 옷을 입고 헬멧을 착용하면 동시에 시선도 제한적이게 된다. 그런 부분이 현장에서 몰입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우주선 선체도 진짜 흔들리고, 돌아가고, 실제적으로 잘 표현이 되었다. 월면차 같은 경우도 진짜 달에서 운행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진짜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상상력까지 동원하다 보니 우주선에 내려 첫 발을 디딜 때, 진짜 달이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 달에서 제가 걷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찍었는데도 제가 아닌 것 같았다. 감독님께 '제가 찍은 것이 맞냐'라고 여쭤보니 '걷는 장면을 프레임 조절을 하면서 만들었다'라고 하셨다.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도 많이 놀랐던 기억이다."
특히 스크린을 통해 구현된 '무중력 상태'의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경수는 "무중력을 표현하는 것은 와이어 액션이 큰 것 같다. 어떻게 완성될까 궁금증이 컸는데, 감독님께서 잘 구현해 주신 것 같다"라며 "저 같은 경우는 보시는 분들도 무중력 상태처럼 느껴야 하니까 와이어 액션 호흡을 맞추는 것에 신경을 쏟았다. 커튼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특수 와이어 촬영을 했는데, 당겨주는 분들과 함께 타이밍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액션을 소화하는 것에 있어 도경수는 엑소 활동이 도움이 됐다며 "몸의 움직임은 물론, 춤을 계속 춰왔던 덕분에 와이어를 할 때도 어디를 잡아야 하고, 이런 효율적인 부분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또한 "결정적으로 군대 가기 전까지 병행해온 스케줄을 겪으면서 생긴 그런 감정들이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선우한테 묻어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여러 우주용어를 외우는 것 역시 "가수 활동을 할 때 한국어로도 부르고 중국어로도 노래를 부를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냥 외웠고, 지금도 단순하게 외국어를 외우듯 암기하는 것처럼 똑같이 외웠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고충 외에도 도경수는 '우주복'까지 입어야 했다. "체감상 10kg는 된 것 같았다"라며 운을 뗀 도경수는 "무게뿐 아니라 부피감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두꺼운 아대를 대고, 워커를 신고난 뒤 우주 신발을 신기도 했다. 우주 장갑과 헬멧까지 끼고 나면 생각보다도 움직임에 제한이 크다. 그런 장력을 이겨내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런 것을 언제 입어볼까 생각으로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도경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군 전역 후 첫 스크린 복귀에 나서게 됐다. 특히 '신과 함께'를 함께 했던 김용화 감독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는 점에서 뜻깊다. 김용화 감독의 선택을 재차 받게 된 이유에 대해 도경수는 "'신과 함께' 때의 기억 덕분인 것 같다. 당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감정적으로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그때 신기한 경험을 했던 것은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오래 만난 사람처럼 느낌을 받았고, 디렉팅해 주실 때도 간단한 포인트를 짚어주시는데 그 하나가 마치 열 개로 들렸던 경험을 했다. 감독님 역시 그때의 기억으로 저를 다시 캐스팅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했고, 도경수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선우를 그리는 것에 있어서 태도나 성향이 도경수와 비슷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도경수는 "한 번 결정을 하면 끝까지 하는 부분은 닮은 것 같다"라면서도 "사실 저는 선우처럼은 못 할 것 같아요. 극 중 결정이 어마어마한 일들이고 혼자서 해내는데 저는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아예 다른 것 같다"라고 차이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작품의 호불호 지점 중 하나는 김용화 감독 특유의 신파 스토리가 녹아있다는 점이다. 도경수는 이를 여타 우주 영화와의 차별점이라고 밝히며 "선우가 좌절하고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반복하며 이겨내는 드라마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도경수 역시 이러한 지점에 공감했다며 "설경구 선배님이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선우의 감정을 끌어주실 때, 그리고 김희애 선배님께서 인류애를 느끼게 해주시는 영어 대사에 눈물을 흘렸다"라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과연 도경수가 맡은 선우는 두 사람의 도움 속 무사히 귀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더문'은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