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률 분야에서도 초거대 AI 활용 논해야 할 때”
오정익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 “법률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은 필연적”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음성·영상 인식 분석 기술과 텍스트 변환 기술 등은 이미 금융, 의료, 교통, 제조, 정보 검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기술 발전에 따라 AI 사용 범위는 더 넓어졌다. 간단한 메일 작성과 같은 텍스트 작성부터 키워드 입력을 통한 기존에 없던 이미지·영상 생성이 가능해지면서 사무 업무부터 아이디어가 필요한 창작 영역에도 AI가 사용되고 있다.
AI 서비스 확장에는 초거대 AI 역할이 컸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다. 기존의 AI가 특정 분야 데이터를 학습해 그 분야에 맞는 결과물만 낼 수 있었다면 초거대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챗GPT와 같은 텍스트 생성 모델이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 사람처럼 답변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미지 생성 모델이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텍스트를 이해해 관련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것도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가 대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되면서 사람들의 주요 스펙으로 ‘AI 활용 능력’이 떠올랐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짧은 시간에 높은 성과를 내고, 불필요한 업무는 AI로 대체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법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법률 분야에서는 리걸테크와 초거대 AI 기반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판례 사례를 분석하거나 계약서 등을 검토할 때 AI를 활용하면 시간 대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변호사 업무를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그렇다면 실제 변호사는 초거대 AI 기반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오는 7월 4일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법무법인 원의 오정익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초거대 AI 기반 생성형 서비스들이 다양한 분야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법률 분야는 어떠한가.
“초거대 모델 기반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법률 분야에서는 정식으로 서비스된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인텔리콘연구소’ 등 많은 리걸테크 회사들이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를 법률 분야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 단계이거나 이미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법률 분야에선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법조인 등의 요청에 부합하는 법령, 판례 등을 알아서 찾아주는 서비스, 소송기록이나 관련 자료 등을 요약하고 정리해 주는 서비스, 법률상담을 대신하는 서비스, 계약서를 검토해 주는 서비스, 형량 예측 혹은 판결 예측 서비스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법률 분야 자체가 업무처리 자체가 법령, 판례 등 기존의 자료나 사례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결과를 예측하거나 반응하는 생성형 AI 활용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 법조인 등의 수요도 존재해 법률 분야 활용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 ‘초거대 AI와 법률의 미래’ 세미나에서 법률GPT와 변호사의 업무에 대해 발표하는 것으로 안다. 주요 발표내용은 무엇인가.
“GPT4.0이 적용된 법률GPT나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법률 서비스가 앞으로 계속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변화가 변호사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예상하고, 이러한 변화에 맞춰 변호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는 수준의 발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 법무법인 원에서 이번 세미나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말 챗GPT가 공개된 이후 초거대 AI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법조계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주로 법률적 쟁점이나 인공지능기본법안 등 법률 쟁점에 중점을 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초거대 AI 상용화가 법조인이나 법률 분야에 어떤 현실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논의가 적었다. 이에 법조 영역에 한정한 이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하게 됐다.”
- 그렇다면 AI 기술 발전에 대비해 법률 시장은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다른 산업 분야 등에 비추어 보면, AI 기술의 법률 분야에의 적용은 필연적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회 전체적인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법률 분야라는 특성을 감안하면서 AI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적인 관점만이 아니라 법조인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무조건 안 된다거나 수동적인 수용이 아니라, 법조인들이 AI 기술 적용 방향을 인정하면서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긍정적인 활용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변호사법 위반의 이슈, 해당 업무에 대한 책임 귀속의 문제, 법률 업무의 일부 특성 등으로 인해, AI가 사람인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은 당분간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거대 생성형 AI 기술은 변호사 일부 업무를 간략하게 단축시켜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해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람인 변호사를 일부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개인적으로 업무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직 국내의 경우 법조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갖춘 법률GPT는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뉴빙크리에이터 등은 사용해 봤고, 간략한 인사말이나 소개말 등에 활용해 본 적은 있다.”
- 생성형 AI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윤리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법률 분야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초거대 생성형 AI가 상당히 고도화됐지만, 오류 문제는 여전하다. 또 AI 오류로 인한 책임의 범위나 책임 주체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살링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률 분야에서 생성형 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평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전까지는 생성형 AI의 한계와 AI의 역할을 인지하고, 이를 보조적인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