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은 시작에 불과”… ‘초거대 AI’ 의사 가운 입는다
[AWC 2023 in Seoul 리뷰] LG·카카오, 의료 분야에 초거대 AI 기술 접목
챗GPT나 바드 등 대화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이 된 ‘초거대 AI’가 언어 기반 서비스를 넘어 타 산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대화형 모델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챗봇 등 관련 서비스들이 증가하는 동안, 선행 기업에서는 챗봇을 넘어 거대 모델을 타 분야 서비스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분야가 ‘의료’다.
국내에서 자체 초거대 AI 기술력을 보유한 LG AI연구원과 카카오브레인은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서에서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글로벌 AI 컨퍼런스 ‘AWC 2023 in Seoul(AWC 서울)’에서 거대 모델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카카오, ‘초거대 AI’ 기반 의료 성과 창출
이화영 LG AI연구원 상무는 이날 연사자로 참여해 “LG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을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혁신을 가져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미 유의미한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은경 카카오브레인 부사장도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AI 기술은 과거 단순 인식에서 딥러닝으로 고도화됐고,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카카오브레인은 대형 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의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했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의료 분야에 활용하면 가공한 의료 데이터가 적어도 기존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엑사원은 1억 장의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멀티모달 AI다. 텍스트와 이미지 모두 이해해 결괏값을 낼 수 있다. 회사는 이 엑사원을 활용하면 기존 AI 모델보다 의료 데이터를 적게 입력해도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한양대병원 연구팀과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 영상 데이터가 몇만 장이 필요한 AI 모델과 비교했을 때 이중 10% 데이터만 활용해도 높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상무는 “기존 모델이 80% 성능을 냈을 때 우리 모델은 89% 성능을 냈다”면서 “초거대 멀티모달 AI를 사용하면 개인정보 등에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돼 디지털 의료 분야에 초거대 AI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은 거대 모델과 생성형 모델을 활용해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문 초안을 생성하는 ‘AI 캐드(CAD)’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나타난 증상에 대한 의사 소견 등을 AI가 대신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영상 분석 등 본연 업무보다 판독문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이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로 기대된다. 홍 부사장은 “대형언어모델(LLM) ‘코지피티(Ko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를 개발한 카카오브레인은 이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접목햐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그 첫 번째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판독문 초안을 대신 작성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거대 AI 의료 사용, 아직 과제 많아
단 두 기업은 현재 초거대 AI를 의료 분야에 본격 접목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통제되지 않은 오류와 사용자 인식 저하 등의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오류다. 의료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1%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거대 AI는 챗GPT에서 알 수 있듯 올바르지 않은 사실을 진짜처럼 얘기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 등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이 상무는 “현재 챗GPT 등 초거대 모델로 만들어진 서비스가 ‘환각 현상(Hallucination)’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대화형 서비스의 경우 오류를 내면 웃고 넘겨도 되지만 의료에서는 하나의 오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부사장 역시 “오류가 있는 AI로 우리 가족이 진단을 받는다고 생각을 해보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서 거대 모델과 생성형 모델을 활용하려면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사용자 인식 저하도 문제로 꼽혔다. 홍 부사장은 “슬프게도 미국의 한 조사에서 영상의학과 의사 70%는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면서 “CT 등 고도의 기술을 사용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기업은 이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상무는 “현재 LG에선 이 오류를 줄이면서 답변의 근거를 찾아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곧 관련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홍 부사장은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질문에서 발전한 기술이 모든 사람의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성형 모델 등 AI 혁신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AWC는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 현황을 알리고, 국내외 기업 및 연구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AI 컨퍼런스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디지틀조선일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서울디지털재단이 공동 주최·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