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태아 영상, 임산부 유대감 높이고 우울감 낮춘다
가상현실로 구현된 3D 태아 영상 시청이 임산부의 태아에 대한 애착을 높여 우울증과 불안을 방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지윤, 김현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은 VR 태아 영상이 산모-태아의 유대감과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지윤 교수 연구팀은 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임산부가 임신 상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 태아에 대한 애착을 높이고 우울감을 낮출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1년 6월부터 산전 관리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임신 20주 이상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시행해, VR 시험군과 대조군에 각각 40명씩 배정했다. 모든 참여자는 약 6주간 권장식단을 비롯해 산전 관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임산부가 직접 체중, 혈압, 혈당 수치 등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사용하도록 교육받았다.
VR 시험군은 태아초음파 검사 영상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 태아의 3차원 입체영상을 모바일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관찰할 수 있게 했고, 아기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확대해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대조군은 산전검사 하나로 태아초음파는 동일하게 시행했으나 VR 영상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두 그룹 모두 태아초음파 전후, 태아에 대한 애착 수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설문지에 답변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나이, 교육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비슷했고, 평가항목에도 대부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태아와의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설문에서 VR 시험군의 애착 점수 증가 폭은 0.4점으로 대조군의 0.1점보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각 그룹에서 태아와 상호작용 점수가 높아진 산모의 비율로 살펴봐도 VR 시험군이 43%로 대조군의 13%보다 높았다. 또한 VR 시험군에서 태아의 모습에 대한 상상 및 지각 정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의학인터넷연구학회지(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산부인과 박지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재현된 태아의 모습을 임산부가 수시로 관찰할 수 있게 하여 태아와의 유대감 형성과 마음 건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임신 합병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임신 중 겪는 어려움으로 산전후 우울증을 진단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산모의 우울증은 육아 기피와 아동학대 등 다양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여러 연구에서 산모와 아기의 강한 유대감이 산후 우울증과 불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