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4월 필리핀 음식의 달…주한필리핀대사관저에서 열린 필리핀 미식 행사
지난 11일 저녁,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주한 필리핀 대사관저에서 필리핀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미식 행사가 열렸다.
'Focus Philippines(Kain Tayo! 같이 먹어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4월 필리핀 음식의 달을 맞아 주한 필리핀 대사관이 필리핀 관광부와 필리핀 산업통상자원부, 필리핀 농무부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본 행사에는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Maria Theresa B. Dizon-De Vega) 주한 필리핀 대사를 비롯하여 조지 딘사이(Jose Ma. Dinsay) 필리핀 무역투자진흥국 상무관, 마리아 아포(Maria Corazon Jorda-Apo) 필리핀 관광부 한국 지사장, 알렐리 막히랑(Maria Alilia G. Maghirang) 주한 필리핀대사관 농업담당관이 참석했다.
만찬의 요리를 준비한 필리핀 셰프 벨지움(Chef Beligum)은 김포에서 필리핀 테마 레스토랑인 '우식당'의 대표 셰프이기도 한다.
필리핀의 요리가 서빙될 때에는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가 직접 음식 하나하나를 자세히 소개했다. 또한 벨지움 셰프도 조리된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통 필리핀 서민들의 식탁은 밥과 1~2개의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식으로는 쌀국수 볶음, 죽, 떡 등을 즐겨 먹는다. 필리핀의 쌀은 한국 쌀에 비해 찰기가 없는 편이지만 찰기가 있는 '말라킷(malagkit)' 쌀도 있다. 필리핀 음식은 주로 달고 짠 편이며 스페인, 미국, 중국 등의 영향을 받아 동양과 서양의 음식문화가 혼합되어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음식에 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관광객들의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필리핀에는 망고, 망고스틴, 파파야, 두리안 등의 풍성한 열대 과일들이 있으며 시장과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독특한 스트리트 푸드도 매력적이다.
만찬으로 나온 코스 요리 중 첫 음식은 룸피아(Lumpia), 그린 파파야 샐러드(Green Papaya Salad, Achara), 시식 컵(sisig cup)이 에피타이저로 접시 하나에 담겨 나왔다.
룸피아는 생일파티, 레스토랑, 길거리 등 현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필리핀식 스프링롤이다. 오래전 중국 이민자들을 통해 전해졌으며, 한국의 튀김 만두와 비슷하다. 그린 파파야 샐러드는 덜 익은 그린 파파야와 야채를 갈아서 만든 피클 또는 초절임으로 코코넛 식초와 소금 및 향신료로 맛을 낸다. 그린 파파야 샐러드는 필리핀 북부 지역 팜팡가(Pampanga) 지역에서 유래되었다. 시식은 돼지 머리와 닭의 간을 기름에 볶은 후 불판에 올려 서빙 되는 요리로, 팜팡가 지역의 대표 요리이다. 여러 재료를 빠르게 볶기 때문에 시즐링 시식(Sizzling Sisig)라고도 한다. 생선, 악어 고기 등을 사용하여 만들기도 하며 입맛에 맞게 칼라만시나 라임을 곁들여 먹는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새우 시니강 수프(Shrimp Sinigang Soup)이다. 시니강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국물 요리로 돼지고기나 닭고기, 새우, 생선 등을 주재료로 쓰고 다양한 채소를 넣고 끓여 만든다. 타마린드(아프리카가의 신맛이 나는 나무)의 과육이나 칼라만시, 레몬 등을 이용해 신맛을 내는데 혀를 자극하는 시큼한 맛이 이색적이다.
메인 코스로는 치킨 이나살(Inasal)과 쌀밥, 2가지 방법으로 조리된 오크라(Okra) 반찬, 레촌(Lechon) 슬라이스가 제공됐다.
기름을 바른 후 노릇하게 구워내는 황금 빛깔의 치킨 이나살은 가득한 육즙과 후추의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깔라만시, 후추, 코코넛 식초, 아나토(Annatto, 잇꽃 나무의 씨를 이용한 향신료)를 섞은 양념을 바른 후 대나무 막대기에 꽂아 숯불에 구워 만든다. 바나나 잎 위에 담은 뒤 쌀밥과 디핑 소스와 함께 먹는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필리핀에서도 김치를 만들어 먹는데,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전통 식재료이자 아열대에서 잘 자라는 오크라를 활용해 김치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부터 필리핀산 오크라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연두색 씨앗 꼬투리는 통째로 요리되거나 얇게 썰어서 준비하기가 매우 쉽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다. 느끼할 수 있는 튀긴 음식이나 육류 등과 함께 먹으면 매콤함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레촌은 돼지고기에 필리핀의 허브와 향신료를 섞은 양념에 재워 숯불 위에서 바삭하고 노릇해질 때까지 천천히 구워 만든다. 축제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 인기 있는 음식으로 비사야 지역의 세부가 그 기원이다. 레촌은 필리핀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다양한 요리 경연대회에 등장하는 등 가장 사랑받는 필리핀 요리 중 하나이다.
마지막 디저트로는 필리핀식 빙수 할로할로(Halo-halo)가 나왔다. '섞다’는 의미의 할로할로는 1900년대 초 일본인들이 팥, 얼음, 우유를 섞은 빙수를 필리핀에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얼음 공장이 마닐라에 세워진 후, 필리핀 사람들이 과일과 같은 단 것들을 추가하면서 다양하게 발전했다.바나나, 타피오카 펄, 코코넛,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는다. 국민 디저트로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부터 거리 판매대까지 필리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할로할로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은 신선한 망고를 곁들인 우베 아이스크림(Ube ice cream with nata or fresh mango)이다. 퍼플 얌(Purple yam)이라고도 부르는 우베는 굵은 덩이뿌리를 가지고 있어 언뜻 보면 고구마와 비슷하지만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작물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우베를 케이크나 푸딩, 아이스크림, 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