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영 "신발 찢어지도록 '리바운드'…롤모델은 구교환·손석구" [인터뷰]
"신발이 세 켤레가 있었는데요. 그중 두 켤레가 찢어질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무릎도 아팠고요. 스포츠를 단기간에 하는 리스크가 이런 거구나. 알았죠."
영화 '리바운드' 속에서 천기범 선수 역을 맡은 배우 이신영이 말했다. 천기범 선수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시절 가드 포지션을 맡았다. 그는 강양현 코치(안재홍)는 오를 수 없는 코트 위에서 다섯 명의 선수를 이끈다. 동료들의 움직임을 보는 그의 시선을 통해 관객 역시 코트 위 몰입감이 더해진다. '리바운드' 속에서 그는 배우가 아닌 '선수'였다.
사실 이신영은 캐스팅되기 전까지 농구를 못 했다. 반면, 장항준 감독은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전국대회 실화를 영화화하는 만큼, 실존 인물과의 싱크로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를 원했다. 이신영은 말 그대로 "죽어라고" 연습했다.
"감독님께서 오디션 때 저를 보시고 싱크로율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문제는 농구 실력이었죠. 감독님께서 염려하셔서 제가 7일 동안 매일 농구 연습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감독님께 보내드렸어요. 장항준 감독님께서 나날이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시고 '같이 해보자'라고 하셔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하고 싶었어요. 청춘의 시절에 청춘의 작품을 만났는데,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이신영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 때부터 캐릭터가 되어 살아보는 방식으로 다가간다. "그 캐릭터로 삶을 살아보려고 한 달 정도 준비해요"라고 말하는 이신영은 천기범 선수 역을 맡아 "말투, 옷 스타일 등을 상상하며 그 선수로 살아보고, 장항준 감독님께 컨펌받고 고쳐가며 준비했어요"라고 말한다.
"실제 천기범 선수님을 제가 만나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정말 코트에서 뛰는 모습은 영상을 통해 계속 돌려봤거든요. 그리고 실제 강양현 코치님께 자문을 많이 구하기도 했고요. 코치님께서 '이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섯 명 선수, 각각에 맞게 성량을 조절하며 지시했다고 하셨어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잖아요. '이 사람 진짜 리더였구나' 생각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가드' 포지션을 그리기 위해 팀을 '리드하는 것'이 중요했다. '리바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실제 공간에서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은 촬영 기간 내내 합숙하며 함께했다. 이신영은 당시를 "연기하러 왔나, 선수 하러 왔나 싶었어요"라고 회상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들을 정말 '한 팀'으로 만들어줬음을 영화를 보며 깨달았다.
"어느 순간 저희끼리 '우리 되게 고등학생 같지 않아?'라고 했어요. 한 번은 촬영이 없는 날, 다 같이 PC방에 갔는데요. 각자 캐릭터처럼 게임을 하고 있는거예요. 사실 가드는 팀원들이 믿어주고 도와줘야 하거든요. 제 역할을 많이 물어봤는데요. 친구들이 '너무 힘들 때 '집중'을 크게 외쳐달라고 하더라고요. 경기 중에 제가 '집중'하고 크게 외치면, 정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회차가 거듭날수록 더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매일 연락해요. 진짜 끈끈한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이신영의 꿈은 처음부터 '배우'는 아니었다. 그는 원래 '모델'을 꿈꿨다.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에 대해 그는 "모델과 진학을 포기하고, 모델을 하기 위해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고민하면서 연기를 하게 됐고, 연기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제가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는 피팅 모델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요. 어느 날 에이전시를 갔는데 키가 190cm가 넘는 분들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해야겠다' 생각하며 죽기살기로 했어요. 꿈을 포기했다고는 생각하지않아요. 연기자로 화보를 찍을 때 '아, 난 꿈을 이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더 제가 할 일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은 이신영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팬이었다. 처음 그가 꿈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부모님은 걱정이나 우려대신 "꿈이 생긴 걸 축하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부모님께서 최선을 다할 테니, 너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라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이신영은 당시를 회상했다.
2018년 웹드라마 '한 입만'으로 데뷔한 이신영은 지난 2020년 종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5중대 하사이자 리정혁(현빈)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캐릭터 박광범 역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리바운드'는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드라마는 컷으로 진행되니 NG 나면 다시 찍으면 되는데, 영화는 쭉 찍더라고요. '여기서 집중을 놓치는 순간 큰일이다' 싶었어요"라는 생각했던 그는 절실하게 임했다.
"저희가 코트 위에서 직접 다 뛰었잖아요.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니, '저 때는 이런 말, 이런 생각을 했지'라고 매 순간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거예요. 솔직히 처음부터 울컥하더라고요. 너무 고생해서 찍었고요. 언론시사회 때 처음 보고 울컥했는데, 부끄러워서 꾹 참았습니다."
현재 그는 SBS 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 출연 중이다. 한석규, 이성경, 안효섭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하며 또 다른 것들을 배우고, '배우 이신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을 촬영하며 한석규 선생님을 뵙게 되었는데요. 저의 10년 뒤에 한석규 선생님처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습니다. 첫 리딩 현장에서 선생님과 거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촬영하듯 리딩을 하세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어요. 현장이 너무 좋아서 담고 싶은 건 큰데, 제가 담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요."
이신영은 자신의 롤모델로 배우 구교환과 손석구를 꼽는다. 그리고 "약간 묘한 매력이 있으세요. '이게 뭐지?' 생각하게 돼요. 제 꿈이 배우로서 정제되지 않은 걸 원해요. 그런 느낌을 저를 보시는 분들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두 분을 만나 뵌 적은 아직 없는데요. 뵙게 되면 악수라도 한번 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웃음 지었다.
이신영은 '리바운드'를 통해 자신이 '청춘'임을 알게 됐다. 자신의 데뷔작 희망 스코어를 401만 관객수로 말하는 이신영은 올해 목표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넣어 이야기한다.
"제가 청춘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리바운드'를 보고 돌아보니 '청춘을 살고 있구나, 꽤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른이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