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한 후 동일 가족의 자연 살해(NK) 세포를 투여하면 병의 진행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명예연구원(㈜인게니움 테라퓨틱스 최고 연구책임자),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부모·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골수 공여자의 NK세포를 투여한 결과, 투여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병이 진행한 비율이 50%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명예연구원,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험 참가자 76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인해 부모·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반일치 골수이식 환자였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병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백혈병 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고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NK세포 투여군에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으며, 치료에 따른 면역학적 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혈중 림프구 수치, 세포 독성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했다.

2020년 9월까지 30개월의 관찰 기간 사이에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두 집단 간 50%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골수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면역 회복 정도를 살펴보기 위한 NK세포와 T세포의 평균적인 개수 측정 결과에서는 투여군이 비투여군보다 각각 1.8배, 2.6배 더 많았다. 반일치 골수이식 당시 치료 효과가 매우 낮은 불응성 환자는 57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완전한 차도를 보인 비율이 투여군에서 77%, 비투여군에서 52%로 나타났다.

이밖에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을 통해 작용기작을 분석해보았는데, NK세포 투여군에서 유사 메모리 NK세포(memory-like NK cell)가 비투여군에 비해 34배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또한 증가한 유사 메모리 NK세포가 환자의 메모리 CD8 T세포를 증식시킴으로써 항암 효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재발이 잘 되거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혈액질환에서 NK세포 치료제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데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 대조 방식에 기반해 진행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 학술지인 ‘루케미아(Leukemia, 피인용지수 12.897)’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성 혈액질환에서 NK세포의 효력을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추가 치료가 불가능했던 많은 환자를 위해 NK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으로 진행됐으며, 현재 NK세포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