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함에 따라 금융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측은 이번 사태가 국내에 불러올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향후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4.75%까지 빠르게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높은 금리 부담을 느끼던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SVB의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 현상이 촉발되면서, SVB는 결국 10일 파산선고를 받게 됐다. 후폭풍으로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에서도 하루 10조 원이 넘는 뱅크런이 발생해 12일 폐쇄됐다.

사진=픽사베이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 시장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금융 당국에서는 이번 SVB 사태에 대해 국내 금융권 전반이 큰 리스크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향후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꼽아 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제공=금융위원회)

먼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이번 사태 여파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금융위는 "아직은 해당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상황별 대응 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필요시엔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라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 등도 신속하게 재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주재하며, “미국 SVB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추 부총리는 이번 SVB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고강도의 금융 긴축'을 꼽았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고강도 금융 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이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추 부총리는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어 추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는 고인플레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긴축으로 변동성이 계속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SVB금융그룹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만 주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SVB급융그룹은 현재 주가가 폭락 후 거래 정지 상태로,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 -8.22%를 기록해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바 있어, 비판 여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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