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두 배 증가한 ‘유방암’, 검진 기술도 진화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 암인 유방암은 국내에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유방암 환자는 20만 5,183명으로 2010년 9만 7,008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한화생명이 진행한 300만 건의 보험금 지급 데이터 분석에서도 유방암 신규 발생으로 인한 보험 지급은 최근 10년간 2.1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밀유방 많은 한국인 특성 맞춘 검진 방법 필요
한국유방암학회는 ‘2022년 유방암 백서’를 통해 한국 여성의 유방암은 발생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며, 유방암 발생 빈도는 50대 초반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서의 유방암 발생은 서구와는 다른 역학적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폐경 전 유방암 발생 비율은 폐경 후보다 낮기는 하나 월등히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서구보다 40대 젊은 환자의 발생률이 높다. 40대 이하 환자도 약 10.5%를 차지하는 데, 이는 서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한국유방암학회는 한국 여성에게 맞는 유방암 예방과 조기 검진, 진단과 치료, 치료 후 회복에 대한 프로그램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유방암 선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검사는 유방촬영술이다. 플라스틱 판으로 유방과 흉근의 일부를 꾹 눌러서 X선 촬영으로 유방 내부구조를 확인하는 유방촬영술은 유방초음파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석회화를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어 증상 없는 유방암 검진에 매우 유용하다. 유방촬영술의 민감도(실제 질병을 가려내는 비율)는 약 85%로 알려졌다. 정부도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만 40세 이상의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술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방촬영술은 검사 시 상당한 통증을 유발해 꺼리는 여성이 많다. 유방이 납작해질수록 방사선 노출이 적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압박에 의한 통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방촬영술은 한국 여성의 70% 이상이 해당하는 치밀유방에서는 유선과 일반 조직의 구분이 어려워 민감도가 48%까지 급격히 감소한다. 이에 유방촬영술은 치밀유방 검사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에게는 유방암 검진을 위해 유방촬영술과 함께 보조 진단 방법으로 유방초음파를 권고하고 있다.
유방 초음파는 유방촬영술과 더불어 유방암 검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검사법으로, 초기 유방암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미세석회화를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 흔히 유방촬영술은 숲은 보는 검사, 유방 초음파는 나무를 보는 검사라고 비유한다. 손으로 만져지거나 눈으로 봐서는 발견하기 힘든 1cm 미만의 작은 고형 종양까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방 초음파는 유방촬영술 이후 의심이 되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거나, 치밀유방 환자 중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조적인 검진 방법으로 사용된다. 또한, X선 촬영이 부담스러운 임산부나 젊은 여성의 유방암 검진 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방 초음파는 검진자의 숙련도에 따라 정확도에 차이가 있고, 조기 유방암에 종종 나타나는 미세석회화의 양성·악성 구분이 어려워 검진을 위해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 등장한 유방암 검진 기술은 유방촬영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국 여성에게 많은 치밀유방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검진 방법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검진 한계 보완하는 3D 자동 유방초음파
GE 헬스케어가 선보인 ‘인비니아 에이버스(Invenia ABUS)’는 유방 전체 구조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3D 자동 유방초음파로, 치밀유방에서 낮은 유방촬영술의 한계와 부분 검진에 국한된 유방 초음파의 단점을 보완한다. 유방촬영술과 병행 검사 할 경우 이상 조직 발견 확률을 평균 27% 높일 수 있는 ABUS는 유방 검진 항목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 신의료 기술을 획득했다.
ABUS는 유방 형태에 맞게 고안된 오목한 형태의 탐촉자가 전동식으로 움직이면서 검사하는 초음파 기기로, 부분적인 이미지만 볼 수 있는 일반 수동 초음파와 다르게 3차원으로 영상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다중 면에서 동시에 종양의 유무와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종양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양쪽 유방을 검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0분 내외로 짧고, 압박에 의한 통증이 거의 없으며, 의료진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유방 전체 부위를 표준화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ABUS는 전문의가 판독 과정에서 병변을 놓치지 않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업 모니터코퍼레이션의 AI 기반 유방초음파 분석 솔루션인 ‘루카스(LuCAS)’를 적용했다. LuCAS는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통해 ABUS 영상에서 놓친 암의 45%를 추가 진단하고, 산만한 병변의 80% 이상을 검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병변 검출률 향상에 도움 주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결과는 지난 9월 열린 유럽유방영상학회(EUSOBI, European Society of Breast Imaging)에서도 발표됐다.
방사선 노출 걱정 없는 혈액 검사
간단한 혈액 검사로 하는 유방암 진단법도 등장했다. 베르티스가 개발한 마스토체크(Mastocheck®)는 혈액 내 약 60만 개의 단백질 중 최적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단백질 3가지를 바이오마커로 선택해 유방암을 진단한다.
마스토체크는 혈액 속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단백체 바이오마커를 측정한 정량값을 특허받은 고유의 알고리즘에 대입해 유방암 발병 유무를 판단한다. 미량의 혈액만으로 0기, 1기, 2기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어 유방촬영술을 권고하지 않는 30대 이하의 젊은 여성이나 임산부의 유방암 검진 대안이 될 수 있다.
베르티스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마스토체크는 정확도 83.2%(AUC 0.832, 식약처 확증 임상 기준)를 나타냈다. 또한, 유방촬영술과 병행 사용 시 높은 수준으로 민감도가 증가했는데, 특히 치밀 유방에서는 마스토체크 병행 검사 시 민감도가 약 34% 상승했다.
마스토체크는 2019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로 승인받았으며, 2022년 6월 선진입의료기술로 확정돼 유방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비급여 사용이 가능하다.
다파장 근적외선 기술 이용한 차세대 유방암 진단기기
학계에서 연구로만 진행되어 온 ‘근적외선 분광 기술(DMW-NIRS: Discrete Multi-Wavelength Near-Infrared Spectroscopy)’을 적용한 유방암 진단기기도 개발되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리브헬스케어가 지난 12월 미국에서 열린 K-스타트업 네트워킹 데이에서 공개한 유방암 진단기기 ‘아일린’은 가시광선보다 약한 에너지의 파장을 이용한 비 방사성, 비침습성 진단기기다.
근적외선 분광 기술이란 빛의 스펙트럼 중 파장이 가장 짧은 근적외선(NIR)이 시료에서 흡수, 반사, 산란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의 특성을 판단하는 기술이다. 아일린은 약 780~2,500nm인 근적외선 영역 중 650~1,100nm에 해당하는 근적외선 LED(Light Emitting Diode) 광원을 신체 조직에 조사해 조직에서 일어나는 흡수 및 산란을 측정한다. 그리고 이 측정값으로 계산한 옥시-헤모글로빈, 디옥시-헤모글로빈, 물, 지질의 양을 기반으로 유방 조직의 특성을 확인한다.
올리브헬스케어는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치밀유방인 유방 병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일린 탐색 임상 결과, 최소 7mm 악성 종양 조기 진단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민감도 97.3%, 특이도 95.7%(AUC 0.99)를 나타냈다.
현재 아일린은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및 인허가 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측은 해당 기법이 상용화하면 방사선 우려 없이 더 정확하고 간편한 유방암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