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0년 전통의 뮤직 토크쇼? "편견을 깨는" 시작이 될, '박재범의 드라이브'
"그간 KBS에서 선보여온 라이브 뮤직 토크쇼를 이어가는 프로그램이지만, 이러한 토대 위에 약간 새롭고 에지 있는 변화를 주고자 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홀에서는 새로운 뮤직 토크쇼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제작발표회가 열려 박석형 PD, 이창수 PD, 박재범, 정동환이 참석했다.
'더 시즌즈'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아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30년간 지속된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갈 신규 뮤직 토크쇼다. 박석형 PD는 "2023년 한 해 동안 각자 음악적인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4분의 뮤지션이 각각 4개의 시즌을 맡아 진행하게 된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묻은 시즌을 '더 시즌즈'라는 큰 타이틀로 묶어서 완성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지난 13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MC인 유희열의 표절 논란 끝에 종영하게 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의식해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 것인지 묻자 "그런 리스크 때문에 연간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그러한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MC라고 생각했다. 전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은 개인적으로는 30년간 이어온 뮤직 토크쇼를 잇는 것이지만,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시즌과는 다른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가 MC 시즌제로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즌제의 포문을 열게 되는 것이 '박재범의 드라이브'다. 이번 이름 선정을 함께 고민했다는 박재범은 "편안하게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음악을 듣는 그런 느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재범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상파 메인 MC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생각했다"라며 "30년 동안 전통이 있었던 만큼, 굉장히 영광이고 제 역할을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박재범이 첫 포문을 열게 된 만큼, 힙합이나 알앤비 음악에 대해 주로 소개하게 되는지 묻자 박석형 PD는 "저희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MC의 색깔이 프로그램에 묻어나겠지만, 좋은 음악이 한 장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시즌마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이 저희 프로그램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재범 씨가 있는 동안 힙합이나 알앤비 음악이 딥하게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게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실제 출연을 바라는 아티스트 라인업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창수 PD는 "다양한 신인들도 소개하고 싶고, 저변을 넓혀 외국인 가수들도 나오면 좋겠다"라며 최근 유튜버로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다나카를 섭외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박석형 PD 역시 "제가 8년 만에 음악 프로그램을 다시 하게 된 것이라 지금 아티스트들과는 갭이 크지만, 이 자리를 원하는 아티스트들에게도 항상 열어두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가수 양희은, 크러쉬, 이찬혁(AKMU), 이영지가 참여한 첫 녹화가 진행됐다. 첫 녹화에 대해 묻자 이창수 PD는 "사실 중간쯤에 눈앞이 캄캄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대본이 있는데, 박재범 씨가 대본대로 진행을 하지 않았다"라며 "끝나고 나서는 정말 섭외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박재범을 섭외한 이유가 우리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을 깨고자 하는 것이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편견을 깨고, 요즘 시대에 맞는 진행 방식을 보여준 것 같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재범은 "대본대로만 가려고 하면 오히려 제가 말리는 경우가 있어서 제 성향에 맞게 조금 더 자유롭게 했던 것 같다. 언급해야 할 포인트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 대화를 하다 생기는 궁금증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녹화에 대해 "되게 즐거웠다. 나오는 분들께서도 이 심야 뮤직 토크쇼가 생긴 것을 반겨주고, 좋은 마음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가시겠다는 의견이셨다. 요즘 TV에서 아이돌 관련이나 경연 프로그램은 많은 반면, 자신이 창작한 음악이나 작품을 보여드릴 기회는 적은 것 같다. 많은 분들께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고, 그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저도 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안이 왔을 때 새롭고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첫 녹화는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제가 한국말을 잘 하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을 모실 때는 어휘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양희은 선생님이 오셨을 때는 조금 긴장을 많이 했고, 다른 분들은 다 저보다 어려서 편하게 했다"라고 답했다.
여기에 멜로망스의 멤버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동환이 밴드 마스터로 합류했으며 소란 이태욱, 박종우, 장원영, 신예찬과 함께 하우스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를 결성, 안방에 생생한 사운드를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창수 PD는 "이전의 음악도 물론 훌륭했지만, 정말 듣는 즐거움이 있는 방송이 될 것 같다"라고 자신하며 "듣는 것도 좋지만, 비주얼도 훌륭한 밴드다. PD로서 같은 음악도 다르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동환은 "'정마에와 쿵치타치'라는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재미있는 것 같다"라며 밴드의 강점으로 "학교 동문들이다. 10년 넘게 함께 음악을 해온 친구들이고, 현재 음악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젊은 느낌의 밴드를 가장 잘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30년간 해온 무게를 이어 연주하게 된 것이 감사하고, 절대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밴드로서 경험한 첫 녹화는 어땠을까. 정동환은 "저희도 프롬프터가 있어서 보는데 정말 하나도 따라가지 않았다. 이 타이밍에 이게 나와야 하는데, 안 나와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즉흥적인 것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롭게 보조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즐겁게 꾸며가고 싶다"라는 바람을 더했다.
끝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를 묻자, 박석형 PD는 "하고 싶었던 것, 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을 모아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겠다"라며 "또 편성이 금요일 밤에서 일요일 밤으로 바뀌었는데, 한 주를 마감하는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창수 PD는 "저는 분명한 목표점이 있다"라며 "'미스터트롯' 없이도 임영웅이, '고딩래퍼', '쇼미더머니' 없이도 이영지가, 'K팝스타' 없이도 AMKU가 나올 수 있게 되는 그런 욕심이 있다"라며 "제가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좀 더 발칙하고 새롭게, 특히 KBS에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만들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먼셔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KBS가 조금 더 젊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한편 '더 시즌즈 - 박재범의 드라이브'는 오는 2월 5일(일) 밤 10시 55분에 KBS 2TV를 통해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