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3명의 생명을 위하여…황정민x현빈x강기영 ‘교섭’
아프가니스탄으로 단체 입국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의 인질이 된다. 전례 없던 사상 최악의 피랍사건 앞에서 옷차림부터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도 한마음이 된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 이를 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이 이야기한다.
13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교섭'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 그리고 임순례 감독이 참석했다. '교섭'은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탈레반에게 납치되는 최악의 피랍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로 향한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교섭’은 2007년 7월 단기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에게 납치당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여행 자제국으로 지정된 아프가니스탄에 방문한 이들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던 사건이기도 하다. 임순례 감독은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민감한 소재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염려되었던 지점을 밝혔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미지의 땅, 탈레반이라는 알지 못하는 잔혹한 집단을 상대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켜 함께 돌아와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공무원, 넓게는 국가의 책임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기존에 있던 영화와 다른 새로운 지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황정민은 피랍사건 해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 역을 맡았다. 민감한 소재임을 떠나서 그의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의 요청에 황정민은 대본도 보지 않고 승낙했다. 그는 "정재호라는 인물이 허구로 창작된 인물"이라며 "나라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면서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요소였다"라고 고민한 지점을 전했다.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재회한 황정민에 대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는 황정민이 저보다 경험도 적고 초짜였지만, '교섭' 때는 저보다 경험이 많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는 액션과 폭발 장면을 처음 찍었는데, 황정민은 그런 영화를 굉장히 많이 찍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황정민과 현빈에게 실질적인 아이디어로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전하며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현빈은 무슨 수를 쓰든 인질을 구출하려는 중동·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을 맡았다. 현빈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과거 눈앞에서 인질을 잃으며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남다르게 접근하고, 같은 과오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절박한 인물이었다"라며 "정재호(황정민)와는 외모도 일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같은 마음이라고 느낀 순간부터 다르게 생각한 것 같다. 대식은 늘 혼자 버러져 있다시피 있던 인물인데, 군가 한 마음으로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어느 순간 정재호에게 본인이 못 하는걸 의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캐릭터의 감정선에 대한 고민이 있었음을 전했다.
감정만큼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대식 역을 맡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한 형태의 오토바이가 아닌 조립된 오토바이로 질주하기도 했고, 자동차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빈은 "'공조' 때는 제 위주로 매달린 거고, 이번에는 밀려서 매달리게 됐다. '교섭' 때 자동차 액션이 훨씬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현빈은 수염에 거친 피부 등 스틸컷만으로도 화제였다. 그만큼 극 중 대식의 과거 모습을 회상할 때, 수염도 없고, 수트 차림의 대비되는 현빈의 모습은 미소년 같은 분위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에 현빈은 "대식이가 수염을 기르고 검은 피부로 나오다가 순간 수염이 없어질 때 모습이 너무 동떨어지거나 미소년처럼 보이지 않을까 염려했다"라고 수줍게 웃으며 답해 현장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강기영은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 카심 역을 맡았다. 그는 카심에 대해 "카심이 '교섭'하며 고조되는 시점에 조금이라도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했을 때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남다른 아프가니스탄 언어 구사력에 대해 "총사령관님이 실제 아프간 출신 배우다. 제가 대사를 할 때 총사령관이 '나 너 뭐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아'라고 해주셔서 뿌듯했다"라고 에피소드를 덧붙이기도 했다.
'교섭'은 돈과 명예 등 그 모든 것에 앞서 생명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7년 실제 사건 당시 현금 지불에 대한 추측이 있었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돈이 협상의 수단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제시했지만 안 됐고, 마지막 남은 한 가지 방법이었다. 돈을 얼마 주었는지, 어떻게 쓰이는지보다 앞서 국민의 목숨을 살려 귀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라고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눈에 크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과연 '교섭'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질문이 닿을지는 오는 1월 18일 개봉해 관객의 답을 듣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