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썸바디' 결말까지…'정지우 감독'에게 물었다
미리 말을 꺼내야겠다. 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의 결말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썸바디'의 1회차 정주행을 마친 뒤, 궁금한 내용을 정지우 감독에게 물었다. 인터뷰를 구성하는 질문과 답 모두에 '썸바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니, '썸바디'를 볼 예정이라면, 보고 난 후 인터뷰를 즐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썸바디'는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의 실체를 쫓게 되는 세 친구 김섬(강해림), 목원(김용지), 기은(김수연)의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윤오는 데이팅 앱 '썸바디'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살인을 해왔다. 그 앱을 개발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김섬이다. 윤오는 '썸바디'를 통해 섬(강해림)과도 기은(김수연)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섬과 기은의 친구이자 무당인 목원은 이들과 함께 그의 정체에 한발 다가간다.
'썸바디'를 기대한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었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 '해피엔드', '은교', '사랑니', '모던보이'를 통해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그리고 '은교'를 통해 배우 김고은을 발견한 만큼, '썸바디'에서 그가 발견한 세 여배우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 역시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썸바디'는 공개된 이후, 여러 담론을 낳고 있다. 정지우 감독은 "원 없이 해서 후회는 없다"라는 한 마디로 '썸바디'에 믿음을 더했다.
Q. '썸바디'는 감독님의 첫 OTT 작품이다. 이 소재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
"제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르가 다양한 OTT 시리즈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요. 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게 됐습니다. 흥미진진함과 호기심도 생기고 그랬죠. 쉽지 않았죠. 첫 기획은 지금의 '썸바디'와는 많이 다른 결이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 것이 더 주도적인 이야기였죠. 세 사람과 결국 관계 맺게 되는 이야기가 주도적인 이야기가 됐으니, 변화가 좀 생긴 셈이죠. 저는 '썸바디'를 기괴한 멜로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기존에 있던 베이스가 더 굵어진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초고에도 현재의 이야기에도 데이팅 앱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앱을 통해 여러 문제, 사건, 사고 등이 이어지는데요. 그러면서도 그것이 주는 어마어마한 유혹, 기회,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도 있죠. 그것에 대한 가치 판단 이전부터 이것을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세대도 이미 있고요. 그것에 문제를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건 정말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앱이 우리가 말하는 '날카로운 칼'처럼 너무 유혹적인데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는 실제 앱을 통해 사기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있어요. 그런데 그 결말이 정말 충격적이거든요. 제가 일상에서 앱을 사용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깊은 통찰을 작품에 녹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좀 더 지혜롭고 행복하게 사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Q. '썸바디'라는 제목도 듣다 보면 '섬의 바디'같이 들리고, 일각에서는 '윤오'의 이름이 가수 이소라의 곡 '시시콜콜한 이야기' 가사 속 인물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더라.
"제가 만든 이름은 '목원'이었고요, 나머지 셋의 이름은 초고에 있었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는 곡 속 윤오는 너무 잘 알죠. 윤오가 상처를 주는 거잖아요. 왜 떨어져서 걷는지. 그 가사가 너무 좋아요."
Q. '썸바디'는 역설로 이루어진 작품처럼 느껴졌다. 새것과 철거되는 옛것, 앱과 무당, 아스퍼거 증후군이 개발한 데이팅 앱 등 다양한 의미가 교차됐다.
"그렇게 부딪히는 역동성이 긴 이야기를 만드는 하나, 하나의 굉장히 좋은 동력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요. 그 기대를 배우들이 잘 해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무당이 자기의 개인적인 취향이 그렇다는 건, 자기가 접신하는 순간과 아닐 때, 내면이 부딪힐 것 같거든요. 그건 그냥 우리 일상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가벼운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이게 맞는 거 같은데, 나는 하기 싫은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요. 부딪히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나아가는 좋은 재료가 될 거라고 기대한 거죠."
Q. 그런 면에서 을지로라는 공간의 활용도 적절했다.
"저는 로케이션 헌팅으로 을지로에 간 후, 말 그대로 매료됐어요. 그전에는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IMF 이전, 화려한 순간에는 '사람의 머리를 밟고 지나가야 골목을 지나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 찬 번영했던 곳이거든요. 먼 지방에서 결혼할 때, 속된 말로 좀 사는 사람들은 세운상가에서 가전제품을 사고, 그 옆에서 귀금속을 사서 내려갔대요. 작품 헌팅을 하러 갔는데, 정말 비현실적이었어요. 세운상가 옆에서 보는데 '이 공간의 구조가 정말 서울이라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싹 밀고 뭔가 멋진 건물을 짓겠죠. 아쉬웠어요. 자문해주시는 건축가, 몇몇 상가에 취재하시는 분들을 만나 보니 '이 공간을 남기고 싶다, 우리에게 이런 공간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매번 길을 잃었거든요. 정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틈이 실제로 있어요. 그런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기은(김수연) 역시 그런 윤오(김영광)의 매력에 그 공간에 가지 않았을까, 좋은 인연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기대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Q. 그렇다면 섬이 출근할 때마다 매일 그 집 앞을 지나가시는 지팡이 쥔 할머니는 어떤 은유가 있었나.
"'이 사람이 완전히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같은 시간에 지나간다는 의미와 함께, 초시계처럼 같은 시간을 다니고 있다는 의미를 할머니의 등장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할머니는 실제 평소 그 골목에서 '썸바디' 속 모습과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계세요. 저희가 출연 제안을 했고, 기꺼이 응해주셨어요. 크레딧에도 올라갔어요. 출연료도 드렸고요. (웃음)"
Q. 윤오(김영광)가 섬(강해림)을 위해 만들어둔 마지막 공간도 인상 깊었다. 섬의 사무실과 집의 작업실이 동일한 만큼, 불안하지 않게 똑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준다고 한 윤오는 벽의 한 면만은 자신이 새롭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그 공간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거였나. 윤오의 죽음으로 완성된 거였나.
"무대처럼 앞을 열어놓고, 그곳에서 윤오의 마지막이 장식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 그 벽의 디자인과 수치가 섬의 사무실과 작업실 공간과 똑같이 만들었거든요. 세 번째 공간을 만든 거죠. 그런데 윤오는 나머지 한 벽은 자신이 만들어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아직 안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윤오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섬의 집에서 마지막에 떠날 때, '난 우리의 아지트에 가보고 싶어요'라는 섬의 말에 보여주는 김영광의 연기를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이 사람은 왜 나를 이렇게 헷갈리게 하나, 어쩌라는 건지'라고 갈팡질팡하다 결국 밸런스를 잃어서, 윤오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이어가는데 실패한 것 같아요. 표시를 안 해서 안 그런 것 같지만, 섬은 끝내 한 템포 늦게 자기 밸런스를 완벽하게 유지한 상태로 결말을 맺죠. 그런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Q. '썸바디'라는 첫 시리즈에 도전하면서 수위에 대해서 혹은 폭력, 성적 묘사들에 대해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이야기 전개상, 폭력적인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폭력의 모사, 누군가 흉내 내고 싶게 하는 관점으로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성적인 묘사에서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더 균형 잡힌 형태의 묘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남자든 여자든 성적 대상화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요.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요. 넷플릭스가 표현에 대해서는 제약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담았습니다."
Q. 부모의 언급도 궁금했다. 윤오의 엄마 이야기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섬의 엄마는 명확하게 언급돼 있다. 영화 '4등', '침묵'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각기 다른 화두를 던지셨던 감독님이시기에 부모에 대한 어떤 시각을 담으신 건지 궁금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할까, 왜 저럴까'라고 개연성을 찾아가다 보면,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 거슬러 올라가 정말 많은 경우, 부모와 연결되는데요. 그것이 맞는 걸까. 질문만 남겨두고 싶었어요. 정말 뭐가 답인지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 학대 받은 아이가 모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모든 면에서 문제가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저보다 더 전문가이신 분들의 해석과 분석이 맞겠죠. 그런데 본질적으로 도저히 모르겠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일반화 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남기고 싶었어요. 어떤 종류의 이야기도 '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질문만 남겼습니다. 저도 도저히 알 수 없어서요."
Q. OTT 시리즈를 처음 만들어본 감독님들은 모두 입을 맞춰 고충을 이야기했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님은 이가 빠졌다고, '수리남'을 만든 윤종빈 감독님은 위궤양에 걸렸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는 건강은 괜찮으셨는지 궁금하다.
"저도 큰일날 뻔할 정도로 힘들었고요.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 찾아봤을 때, 힘 조절을 할 기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 온 힘을 다해 달리는데요. 그게 아니라 한 호흡 조절하고, 쉬고, 긴장도 늦추고,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해야 하는데요. 영화 베이스의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몸에 그런 기술이 없거든요. 그냥 주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데까지 촘촘하게 채우는 게 몸에 남아있어서요. 그러니까, 사운드 작업할 때, TV나 OTT 시리즈는 이보다 덜 촘촘하게 해도 된다고 하지만, 저는 큰 극장에서 봐도 무방한 퀄리티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늘 그랬듯이. 그래서 조금 (체력적으로) 지치는 면도 있죠."
Q. '썸바디'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조심스럽게 꺼내는 이야기인데요. 또,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적어도 2배속으로 보시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2배속으로 봐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렇게 보시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천천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썸바디'를) 원 없이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