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모두 시한폭탄? 위험도 따라 증상 및 치료 방법 달라
흔히 뇌동맥류는 사망 위험이 높은 위험 질환이라도 알려졌지만, 모든 뇌동맥류가 위험한 건 아니다. 전조증상이 없고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해서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파열성 뇌동맥류’는 약 15%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뇌동맥류 중에서는 위험도가 낮아 정밀검사나 추적 관찰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사전에 뇌동맥류의 증상과 수술법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뇌동맥류의 증상과 종류, 진단 방법 등을 소개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 인구의 2~5% 정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며 핀란드, 일본, 한국 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모두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뇌동맥이 구조적으로 힘을 받는 층이 얇아 동맥류 발생에 취약하다고 알려졌다. 뇌동맥 혈관 벽에 높은 혈류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맥류가 성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여성, 고령, 동맥경화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게 더 잘 발생하고 고혈압과 흡연 등 조절이 가능한 위험인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두개강 내로 피가 차면서 뇌를 비롯한 구조물을 압박해 두통부터 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뇌지주막하출혈 혹은 뇌거미막하출혈이라고 하는데 증상은 출혈량에 따라 달라진다.
출혈성 뇌동맥류로 인한 두통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으며,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 의식 저하, 혼수, 사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확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뇌동맥류 중에서도 비교적 덜 위험한 경우는 크기가 작거나 파열 위험이 낮은 부위에 위치하는 경우다. 특히 상상돌기 주변이나 경막 외에 위치한 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굉장히 낮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동맥류다. 파열로 인한 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두통은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출혈량이 매우 적은 경우에는 경미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파열이 한 번 일어났던 동맥류는 다시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반드시 정밀검사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발생한 동맥류도 위험하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 신경을 눌러 ▲안검하수(한쪽 눈이 안 떠지는 증상)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 ▲편측 안면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직경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는 뇌를 압박해 인지 능력 저하와 치매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다발성 동맥류 환자에서 파열된 동맥류가 있었던 경우, 직경이 크거나 모양이 불규칙한 경우, 혹이 하나 더 달린 동맥류도 비교적 위험한 동맥류에 속한다.
뇌동맥류는 보통 혈관조영술을 통해 자세한 모습을 보고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혈관조영술은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뇌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해 혈관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동맥류의 모양과 주변 혈관의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 치료에는 혈관 내 치료인 ‘동맥류 코일 색전술’이나 개두술을 통해 직접 동맥류로 접근하는 ‘동맥류 경부 결찰술’을 시행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성호 교수는 “뇌동맥류가 진단되면 그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맥류의 위험도가 높고 치료가 간단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동맥류의 위험도가 낮아 정밀검사나 추적 관찰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방문하시는 환자 중 정밀 검사 없이 단순 추적 관찰을 하거나 앞으로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환자분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