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반 깊숙이 있는 전립선의 위치로 인해 시야 확보와 손 움직임 등이 용이한 로봇 수술이 전립선암 수술에 많이 활용되는 가운데, 암이 정낭까지 침범된 3기 전립선암에서도 로봇 수술이 장기적으로 우수한 경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정낭은 전립선과 방광이 만나는 뒤쪽에 있어 정액을 구성하는 액체를 분비하는 기관이다. 정낭 침범이 있다는 것은 암이 전립선을 감싸고 있는 피막 밖으로 나와 주변 조직까지 침범했음을 의미하며, 이 경우 고위험군인 전립선암 3기로 간주한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안한종, 정인갑, 서준교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안한종·정인갑·서준교 교수팀은 정낭 침범이 있는 3기 전립선암으로 로봇 및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 510명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10년간 암 전이 없이 생존한 사람의 비율이 로봇 수술 그룹과 개복 수술 그룹 모두 66.7%로 나타나 고위험 전립선암 치료에서도 로봇 수술이 개복 수술만큼 우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의료기관 네 곳(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정낭 침범 전립선암 환자 510명을 로봇 수술 그룹(272명)과 개복 수술 그룹(238명)으로 나눈 뒤 5년 및 10년간의 무(無)전이 생존율과 무(無) 재발 생존율을 비교했다. 암 전이 여부는 영상 자료와 조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고, 암 재발 여부는 전립선특이항원(PSA)의 농도 상승을 기준으로 했다.

비교 결과, 5년 무전이 생존율은 ▲로봇 수술 그룹 82.1% ▲개복 수술 그룹 86.1%였으며 10년 무전이 생존율은 ▲로봇 수술 그룹 66.7% ▲개복 수술 그룹 66.7%로 큰 차이가 없었다.

5년 무 재발 생존율도 ▲로봇 수술 그룹 22.5% ▲개복 수술 그룹 20.5%였고, 10년 무 재발 생존율 역시 ▲로봇 수술 그룹 13.9% ▲개복 수술 그룹 11.6%로 비슷했다.

안한종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진 3기 전립선암에서도 로봇 수술의 장기 결과가 개복 수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종양학적 결과와 부작용 발생, 환자의 삶의 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로봇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 연구 및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ancer Research and Clinical Oncolo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한편, 국내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4위를 차지한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전립선암 수술은 약 90%가 로봇 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