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발전의 필수조건은 ‘의료기기 급여화’”
[AWC 2022 in Busan_인터뷰]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이야기해도 허언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공동으로 29일부터 이틀간 부산 벡스코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대혁신’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AWC 2022 in Busan, AI: THE Good AI Can Do’ 행사에 앞서 현장 참여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환자의 MRI와 CT,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해 질환을 찾아내거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등의 용도로 AI가 활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 AI가 도입돼 가져올 긍정적인 부분은 확실하다. 환자의 질병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심지어 의료보험 제공도 더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 AI 사업의 길은 순탄치 않다. AI 개발 원료인 데이터는 개인정보에 민감한 환자 데이터인 경우가 많다. 의료 시장 자체도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보수적이다. 기술을 개발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판매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AI 기술 발전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AI 기반 영상판독시스템을 개발·공급하고 있는 딥노이드의 최우식 대표는 ‘의료기기 급여화’를 꼽았다.
AI 의료기기를 식약처에서 허가받을 때 ‘건강보험 코드’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 코드가 없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대신 이용료를 의료기관이 100% 부담해야 한다. 그만큼 의료기관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돼 신기술 도입을 꺼리게 된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AI 의료기기와 같은 신기술에도 건강보험 코드를 부여해 도입장벽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 AI가 의료 분야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의료에는 크게 질환의 발증을 막는 ‘예방’, 이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진단’, 진단명을 가진 사람의 증세 악화를 개선하는 ‘치료’ 등의 3가지 단계가 있다. AI는 이러한 3가지 주요 단계 모두에 공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 제도 및 의료 제공 체제를 포함하는 의료 시스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모든 의료 영역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영상 판독 분야에서 딥러닝과 이미지 처리를 활용한 의료진의 진단 보조 역할로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약 발굴, 외과 수술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딥노이드는 AI 기반 영상판독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왜 필요한가.
“기존 판독시스템은 의사나 의료인이 촬영한 의료영상 슬라이드를 하나하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병변을 표시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러한 작업은 숙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손도 많이 가게 돼 영상을 판독할 전문의가 적거나 없는 경우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빈번한 당직 등 어려운 근무 환경에 처한 의료진과 경험이 적인 의료진의 업무를 도와 정확한 검진을 이끈다. 의료진이 슬라이드를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 없이 병변일 확률이 높은 부분을 알아서 표시해줌으로써 검진 정확도는 높이고 사람의 피로도는 낮추고 있다. 이처럼 일정한 출력 정밀도를 유지하는 AI의 업무 보조는 의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이라 할 수 있다.”
- AI가 가져오는 효과는 크지만 국내 기업 실적은 좋지 않다.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의료 규제 완화와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의료기술에 수반된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하면 의료기관에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AI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건강보험 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신기술 의료기기를 써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의료기관은 직접 이용료를 내야 하는 만큼 신기술 의료기기 도입을 꺼리게 된다. 따라서 이런 의료기관을 상대로 제품을 파는 AI 의료기기 업체도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 AI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최근 5년 사이 의료에서 AI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AI 의료기기의 심사를 관할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의 임상 시험 및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배포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와 혁신 의료기술 제도를 운영하며 AI 의료기기의 급여화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AI 기술 특성상 임상적 데이터가 쌓여야 유효성과 효과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임상에서 활용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적 발판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 의료 시장이 상당히 보수적이다. 딥노이드만의 전략이 있다면.
“딥노이드는 질환을 판독 보조하는 의료 AI 솔루션 ‘딥AI’뿐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AI 솔루션 개발이 가능한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를 자체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또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서비스 등을 개발해 의료 AI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타 기업들과 차별화된 ‘AI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한 가지 제품을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제품을 연동해 사용하게 함으로써 충성 고객 기반의 ‘딥노이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태계 확장과 의료 AI 인력양성을 위해 전국 국공립대 의대를 시작으로 교육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 기술 개발에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환자 데이터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딥노이드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병원과 연구·사업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다양한 국가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병원에서 데이터를 받아 의료 AI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닥터앤서 2.0’ 사업에서는 부산대병원과 협력해 폐암 검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국방부 사업에서는 경희대병원과 협력해 척추 질환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또 충남대병원, 동아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의 대학병원과 업무협약(MOU)를 체결, 교수들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과는 메타버스 병원을 같이 개발한 이력도 있다.”
-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는 무엇인가.
“노코드 플랫폼은 코딩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의료인이 자신이 가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의사가 직접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단 구상이다.
사용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니즈가 확실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어 AI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딥파이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개발하거나 딥노이드에서 개발한 AI 솔루션을 구매 및 판매할 수 있는 ‘딥스토어’도 마련할 경우 AI 상용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 주력 상품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PACS는 크게 2가지 종류를 공급하고 있다. 웹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딥팩스 제로’와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는 ‘딥팩스 프로 버전’이 있다.
기존 PACS와 차별화를 위해 딥노이드의 의료 AI 솔루션 딥AI 시리즈 연동해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폐 경화, 기흉 등 이상 부위를 검출해 의료인의 진단 결정을 보조하는 ‘딥체스트’, 뇌 신경두경부위를 촬영한 MRA 등 영상에서 이상 부위를 검출하는 ‘딥뉴로’, 척추 MRI 및 엑스레이 영상에서 이상 부위를 검출하는 ‘딥스파인’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AI 솔루션을 질환별로 개발 중이다.”
- 딥노이드는 올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사업 방향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안다.
“딥노이드는 현재 금융, 보안,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 AI’ 분야와 ‘교육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포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보안 검색에 활용하는 AI 영상판독시스템과 비전 AI 기술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비전 AI 기술은 의료기관 이외에도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팩토리, 물류 보안, 기업보안 등 기존 시큐리티시스템에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딥파이의 경우 처음엔 의료 AI 쪽만 겨냥했지만 의료 분야 외에서도 딥파이를 쓰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범용 플랫폼으로 개발 방향을 돌렸다. 의사뿐만 아니라 학교나 산업 현장, 일반인들도 데이터만 있으면 AI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단 전략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해, 여러 분야에서 각양각색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딥파이 고객이 될 예비의료인을 대상으로 딥파이 경험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병원, 의과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 등에도 AI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