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2022 in Busan_인터뷰]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대표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이야기해도 허언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공동으로 29일부터 이틀간 부산 벡스코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대혁신’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AWC 2022 in Busan, AI: THE Good AI Can Do’ 행사에 앞서 현장 참여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강은지 닥터매터랩스 대표 (사진제공=닥터매터랩스)

지속가능한 시대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산업혁명 이후, 초기 디자이너의 주요 역할은 사회주택 디자인, 의료시설 디자인, 교육 시스템 디자인과 같은 공익적 목적과 가치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자본 시스템 안에서 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다크매터랩스 코리아’의 강은지 대표는 런던에서 ‘비판적인 사고와 디자인’을 공부하며 현대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본 전문가다. 강 대표는 “디자인과 건축이 다시금 ‘사회적인 가치’를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강 대표의 생각은 다크매터랩스의 근본적인 취지와 연결된다. 디지털 혁명은 오픈 소스, 디지털 플랫폼, 오픈 메이킹 등 도시 규모의 디자인팀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의 디자인과 건축은 외형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개인, 사회, 나아가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한 가치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크매터랩스는 현재 17개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 팀원 60여명과 서울을 포함한 5개의 로컬 오피스(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캐나다, 한국)를 보유한 글로벌 조직이다. 기술 발전, 기후 위기라는 사회적 전환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빅 인프라(civic infrastructure)’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강은지 대표는 “현상의 기저에 있는 금융, 규제, 문화, 나아가 거버넌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을 발굴해 이를 시스템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닥터매터랩스

-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인류의 당면 문제로 삼고 있는데.

“기후 위기는 구조적 실패의 한 ‘증상’이다. 기후 위기가 환경의 속성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생물 다양성 손실, 빈부격차, 글로벌 경기침체 등 다양한 사회‧문화‧경제적 위기와 함께 기후변화는 깊은 구조적 실패의 한 가지 ‘증상(symptom)’일 뿐이다. 기후위기는 수 세기에 걸쳐 구축되어온 화석 연료 기반의 선형적 사회 경제 시스템과 소비주의가 초래한 결과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이제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느끼듯 기후 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단기적이고 상대적으로 경미해 보이는 위험 요소들이 장기적이면서도 거대한 위험 요소로 구체화 될 확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 시스템의 변동성과 위험 분포 (volatility in climate risks distribution)를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한다.”

- ICT(정보통신) 기술과 빅데이터를 도시에 접목한 ‘스마트시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으로 스마트시티가 주목 받는 이유는?

“도시 사회의 ‘집단 지성(AI-enhanced collective intelligence)’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현실을 조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육성하고 뒷받침할 급진적인 정책도 있어야 한다. 다수의 시민이 모여 공동의 조치를 마련해 행동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관련 비용을 절감하며, 동시에 협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더 나은 도구와 방법이 요구된다. ICT 기술과 빅데이터는 사람들이 모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및 예측해 시스템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과 기계의 지능을 집약적으로 활용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진화된 ‘사회적 집단 지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이야기다.”

-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있을 것 같다.

“흔히 ‘1.5°C 미래’라는 말을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도시 인프라 (유형 및 무형)와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위기가 빠른 속도로 가시화하면서 전 세계 도시들은 탄소중립 및 1.5°C 파리 협정 과 같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도시를 구성하는 유‧무형의 인프라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 또한 미래를 함께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도시 인프라란 ‘건조 환경(built environment)’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의 성과를 엄밀하게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지속 가능한 공공 자원 관리를 위한 △도시 환경(인간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인프라, 문제 해결 당사자로서의 시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빅 인프라(civic infrastructure), 공정한 가치 분배를 위한 △금융 인프라 등과 같은 무형의 인프라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사진제공=닥터매터랩스

- ‘시빅 인프라’라면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도서 ‘21세기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참여’의 저자 ‘티나 나바치’와 ‘맷 레이닝거’의 설명을 인용해 보자.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리고, 공동체를 구축할 안정적인 기회를 지원하는 법률, 프로세스, 제도, 조직’이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해보자면 사람들이 일상을 영유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는 발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일상 용품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물 도서관’, 동네 단위의 공유 부엌, 공원, 공동체 텃밭, 놀이터,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운영하는 공공 데이터 저장소, 동네 단위 재생 에너지 발전소 등 지속 가능한 미래와 일상을 상상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시민 자산이다. 그러나 기존 경제 모델은 시민 자산에 내재된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하고 나아가 향상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공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도시-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 차원의 변화, 즉 제도, 정책, 투자, 회계, 세무 등 새로운 기준과 작동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시빅 이코노미(civic economy)’ 제도도 언급하고 싶다. 시빅 이코노미는 현세대의 번영에만 초점을 맞춘 단기적인 사고, 물질적 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시장, 착취와 불평등을 토대로 하는 하는 기존 모델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경쟁이 아닌 상호 의존과 공존, 소유권 아닌 공유와 기회의 균등함을 중심으로 시민과 지역 사회의 번영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현재 1.5°C 목표인 △도시 전체 단위의 주택 개선’, 토양, 나무와 같은 자연 자원을 도시 인프라로 다루며 수평적인 P2P 탄소 마켓을 조성하는 △자연 기반 솔루션,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놀이’와 ‘배움’을 촉진하는 △‘멘털 웰스’와 같은 도시전환 미션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대의 금융 시스템, 계약,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실험하고 있다.”

-한국 도시와 협업한 사례가 있는지?

“지난해 대구시,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블룸버그 필란트로피가 주관하는 도시 혁신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글로벌 메이어스 챌린지 2021’에 참가해 9개월 동안 ‘퍼미셔닝 더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도시를 (시민에게) 허하라’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치된 빈 공공 공간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디지털 플랫폼이었다. 공공 공간이라는 도시 자원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시민 중심의 새로운 허가 체계를 스마트 기술 기반으로 구현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같은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구시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도시 파트너들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 기후 변화 대응 시스템과 스마트시티의 미래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을 듯 하다.

“앞으로 도시의 지리적 경계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기술에 힘입어 모든 것의 ‘모빌리티’가 급격히 향상된 상황에서 이러한 지리적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사람과 물자는 물론 데이터, 에너지,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예측과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여기서 저기로 이동∙확산하는 지금이야말로 '로컬 대 글로벌', ‘내셔널 대 인터내셔널’이란 지정학적 질서에 도전해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삶의 지형도를 그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5G 같은 디지털 통신 인프라의 확장과 보편화로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물리적 경계에 대한 인식과 생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크게 세 가지 변화에 주목하는데, 첫째는 식량과 에너지의 생산-판매-소비 체인의 ‘로컬’화, 둘째는 일하는 방식의 급진적인 변화, 셋째는 커뮤니티 단위의 DIY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 증가로 인한 도시문화의 재편이다. 이밖에 비물질 경제의 확장, P2P 거래를 촉진하는 탈중심적인 파이낸싱 모델(DeFi) 같은 트렌드들이 서로 다른 섹터 간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가치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시장 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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