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칸 남우주연상≠배우로서 성취…끊임없이 소통하고파"
칸 국제영화제라는 큰 무대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전 세계 남자 배우 중 그 해의 가장 큰 성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송강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브로커' 속 상현 역으로 올해 개최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그에겐 그것이 배우로서 성취는 아니다. 그에게는 수상보다 오랫동안 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다.
오는 8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비상선언'에서 베테랑 형사 인호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인터뷰에 응했다.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에서 인호(송강호)는 아내(우미화)가 탑승한 비행기에 테러가 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재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비상선언'에 대해 "한재림 감독이 재난을 헤쳐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살다 보면, 일어나면 안 되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크고 작은 재난, 일들을 겪게 되는데요.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고 수습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일반 장르물인 재난물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비상선언'은 송강호의 말처럼, 재난 상황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 내 재난의 상황은 오히려 '사람'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재난이 특수하다고 생각했어요. 배나 기차는 중간에 역이나 항구에 잠시라도 정박을 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어떤 경우도 접촉을 못 하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지상에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심적인 딜레마가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요. 너무 구하고 싶은데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그런 딜레마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이죠. 너무 슬프고 감정적으로만 표현되어도 안되고, 이성적으로만 생각해도 안되고, 그런 지점을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할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잔상이 남는 장면도 있었다. 비행기를 360도 돌리며 추락하는 장면도 분명 인상깊었지만, 인호가 정신없이 제약회사 직원을 쫓는 장면 역시 뇌리에 깊이 남았다. 특히, 카메라는 인호와 가까운 곳에서 차 사고 장면을 포착해 실제 같이 담아내, 혹시나 하며 부상이 염려되기까지 했다.
"제가 담을 넘다가 다리를 좀 다쳤는데요. 담에서 절뚝거리며 쫓아가는 장면이 실제로 다쳐서 그럽니다. 시나리오에도 절뚝거리는 상황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실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웃음) 요즘 한국 영화 현장은 안전을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합니다. 액션이든 추격이든 조금이라도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쳐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촬영합니다. 오히려 부상이라는 건 별거 아닌 것에서 당하는 것 같아요. 담을 넘을 때도 높은 담이 아니었거든요. 뒤에도 매트리스가 여러 장 깔려있었고요. 손쉽게 넘을 줄 알았는데, 그 '손쉽게'라는 생각에서 부상을 당한 거죠. 우리의 재난이라는 게 그런 지점에서 벌어지는 게 일상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웃음)"
인호는 지상에서 극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무겁게만 상황을 지고 가는 것이 아니다. 송강호의 장기인 '웃음'은 관객을 숨 쉬게 한다.
"관객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너무 좋은데요. 비극 속에 희극이 있고, 희극 속에 비극이 있듯이 일상에 슬픔만 있거나, 웃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희로애락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인생사인데요. 그것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계산된 건 아니고,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 발생된 감정 같습니다. 배우마다 약간씩 연기 스타일이 다른데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기만의 방법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상선언'에서 송강호는 이병헌, 전도연, 그리고 임시완 등과 재회하게 됐다. 특히 개봉을 앞두고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출장 십오야'에서 이병헌과의 티키타카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송강호는 "이병헌과 전도연 배우는 20년 넘게 함께 호흡한 동료 배우이자 친구"라고 애정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병헌 배우는 평소에도 유머가 넘치고 재미있습니다. 그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전도연 배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배우죠. 연기에 앞서서 인물에 대한 깊이나 철학이 매우 깊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임시완 배우는 '변호인'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는데요. 그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여 왔잖아요. 이렇게 비유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재림 감독과도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송강호는 "제가 '우아한 세계' 촬영 때, 8번을 재촬영했는데요. 이렇게만 찍어주시면 80번이라도 재촬영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에피소드로 한재림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가 16년 전인데요. 지금과 다른 중구난방 환경이었어요. 촬영 기간도 길고, 회차도 많고요. 지금은 그렇게 찍으려고 해도 그렇게 찍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가 대충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8번을 다시 찍었는데, 그 8번이 다 좋아졌어요. 분명히 그전에 찍은 장면도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더 좋아지니 너무 놀라웠어요. 그래서 저렇게 말을 한 거죠. '관상'도 '비상선언'도 예민한 예술가로서의 감각이 살아있고, 뚝심 있는 열정들이 담겨있죠. 저보다 나이가 8살이나 어리지만, 평소에도 많이 배우고 존중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송강호는 '브로커'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한 것. 송강호는 "그것이 배우 개인적인 성취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 목표는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고, 작품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어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배우로서의 유일한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송강호는 마무리 인사에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
"제가 1989년 연극을 시작하면서 연기를 시작했으니까요. 나름 33년째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기준으로 하면, 26년째인가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늘 드리는 말씀이 그런 것 같아요. 관객에게 작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연기를 통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거든요. 잘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상선언'에는 한재림 감독의 치열했던 지난 10년간의 준비와 본격적으로 작품에 인한 약 3년의 열정과 노력이 담겨있거든요.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을 비롯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역의 배우 한 분 한 분, 그리고 스태프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