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문지훈 대표 "미래를 선도해 나갈 브랜드의 핵심 역량은 '인간(HUMAN)'"
- 인터브랜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50개 발표
- 경기침체 위기에서도 브랜드 가치 성장 꾀하며 두각을 드러낸 대한민국 50대 브랜드 선정
오늘(30일)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가 ‘Best Korea Brands 2022(이하 2022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50대 브랜드를 발표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2022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는 ‘HUMAN 본질을 파고드는 힘’을 주제로 2021년 한 해 동안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대한민국 50대 브랜드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펜데믹으로 촉발된 경기침체에도 브랜드 가치 성장을 달성한 기업들이다.
인터브랜드는 매년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 평가를 실시하고 브랜드 가치 순으로 100개 브랜드를 선정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주요 브랜드 및 마케팅 관련 랭킹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은 글로벌 평가 기준과 동일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Best Korea Brands)’를 선정하고, 기업의 브랜딩 및 마케팅 관계자에게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문지훈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브랜드를 바라보는 문 대표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Q. 2022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2022년 인터브랜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총 가치는 180조 4,735억 원으로 작년 대비 13.6% 성장했다. 인터브랜드가 평가한 이래 가장 큰 성장 폭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 법칙을 만들어내고 그에 따른 실행을 통해서 성장에 힘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IT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의 약진이다. 특히 카카오는 3년 연속 가장 큰 폭의 성장률 상승을 이루어 낸 브랜드로 꼽혔다.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성장했다.
Q. 인터브랜드의 가치 평가 방법이 궁금하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겠지만, 그 중 브랜드 가치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인터브랜드는 업계 최초로 ISO 인증(ISO 10688)을 획득하는 등 브랜드 가치 평가 분야에 있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브랜드가 특정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미래 성장성'이다.
해당 브랜드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수요 창출을 할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도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낮은 이자율로 대출해준다. 즉,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돈을 갚을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강도(Brand Strength)를 명확하게 평가해서 수요 창출력을 계산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고려해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한다. 브랜드의 가치란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2013년부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해온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5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산업군 등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중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10년간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브랜드는 카카오(Kakao)다. 카카오는 2014년도에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순위에 들어왔는데 그동안 브랜드 가치가 7배 이상 성장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34.0% 증가한 3조 4,166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테크핀 등의 혁신 서비스를 카카오톡과 접목하며, ‘국민 메신저앱’을 넘어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으로서 확장 성장한 브랜드의 교과서적인 케이스이기도 하다. 특히, 핀테크 서비스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의 간편 결제 서비스로 3,7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금융 혁신을 선도했다.
네이버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네이버의 브랜드 가치는 7조 2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 특히 검색 플랫폼 부문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17.4%지만 핀테크 부문(네이버페이 등)은 44.5%, 콘텐츠 부문(네이버웹툰, 제페토 등)은 50.6%의 가파른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네이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네이버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가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성공으로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네이버, 마켓컬리, 쿠팡 등 10년간 크게 성장해 온 브랜드들은 대부분 기술 브랜드다. 테크놀로지 브랜드는 2022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Top50에서 전체 시장의 58.2%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플랫폼 브랜드는 리테일·여가·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범위를 넘나들며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브랜드 1위와 2위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 10년간 브랜드 순위 Top1·2를 유지하고 있다.
Q. 올해 인터브랜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컨퍼런스에서 ‘인간(HUMAN)’을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과 같은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브랜드가 인간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브랜드와 휴머니티가 잘 결합된 대표적인 브랜드로 현대자동차 캠페인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리틀빅 이모션(Little Bing e-Motion)' 캠페인은 인간 중심의 기술 발전, 휴머니티를 향한 혁신을 지향하는 현대자동차의 비전이 잘 녹아 있다. 리틀빅 이모션은 현대자동차의 감정 인식 차량 컨트롤 기술을 통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도와주는 특별한 모빌리티다. 병실에서 진료실까지 짧은 이동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가장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됐다.
이처럼 인간(HUMAN)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서비스를 내놨을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과감한 도전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선사한 브랜드가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다.
Q. 인터브랜드(문지훈 대표)가 정의하는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드 가치 평가하는 기준은 '비즈니스 퍼포먼스'다. 마니아 위주의 브랜드 소비는 한계가 있다.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내서 마니아를 넘어 대중적인 브랜드로 가야 한다.
또 '휴먼 라이프'를 증대시키는 브랜다가 좋은 브랜드다.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아마존 등은 상업적인 브랜드지만 인간의 삶을 매우 편리하도록 변화시켰다. ESG 경영이나 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그 브랜드 역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윤리'도 중요한 브랜드를 갖추는 요소다. CEO의 경영 철학이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 인터브랜드도 기업윤리 부분에 있어서 떳떳하지 않은 브랜드는 컨설팅하지 않는다. 기업의 윤리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활동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충성도를 높여 브랜드 가치 상승에 일조한다.
Q.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브랜드에는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펜데믹이 테크놀로지 산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향후 어떤 산업군의 브랜드 가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테크놀로지 산업군의 브랜드 가치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테크놀로지 산업은 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내놓으며 성장했다. 10년 전에는 테크놀로지가 전세계 사람들을 가상현실 속에서 연결하게 해줬다면 앞으로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없애주고 현실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미래 산업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Q. 지난 2021년 인터브랜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Top 100에 삼성전자(5위)와 현대자동차(35위)가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한국 브랜드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가치를 올리기 위해 취해야할 전략을 조언한다면?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는 기업들은 그들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다. 명확한 사업 방향이 있고 역량이 있다면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이 보여주는 행보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CX(Customer Experience)에 대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브랜드를 통해 가슴 뛰는 순간 또는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하면 브랜드의 충성도가 올라간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