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굿즈도 음악도 호텔 안에… 파라다이스 부산이 완성한 BTS ‘팬캉스’의 정석
- 공식 IP 호텔 지정 후 외국인 투숙객 비율 7배 증가, 300여 개 객실 완판
- 붉은빛으로 물든 파라다이스 부산의 '아리랑' 현장
서울역에서부터 보라색과 빨간색 아이템을 가방에 두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KTX 객실 안에서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뒤섞인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역에 도착하자 'BTS 공연 연계 부산 팝업스토어'가 자리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곳은 부산유라시아플랫폼 웰컴센터였다.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관광객들의 표정은 설렘 가득한 밝은 표정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3주년이자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부산 공연 첫날, 도시 전체가 이미 축제 분위기로 물들어 있었다.
서울역에서 해운대까지,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다
해운대로 향하자 그 열기는 한층 더 또렷해졌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신곡 'SWIM'을 모티브로 한 대형 모래조각이 전시돼 있었고, 해변을 따라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는 BTS의 뮤직비디오가 반복 재생됐다. 해운대구가 12일부터 14일까지 운영하는 'BTS 더 시티 아리랑 부산 러브 송 라운지'는 운영 시작 두 시간 만에 3000여 명이 몰릴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백사장 한편에 마련된 음악 피크닉 공간에서는 BTS의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삼삼오오 모인 아미들이 자연스럽게 가사를 따라 부르고, 안무를 따라 추며 서로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주고 있었다.
모래조각 앞에서는 각국에서 온 팬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었고, 즉석사진관 부스 앞에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부산 출신 멤버 정국을 응원하는 비행선을 날린 팬도 있었다. 같은 음악, 같은 춤인데도 국적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한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풍경이었다.
BTS의 세계관 제대로 입힌 호텔
해운대 해변과 마주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이번 '아리랑' 투어에서 한 단계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BTS THE CITY ARIRANG BUSAN(더 시티 아리랑 부산)' 프로젝트의 공식 IP(지식재산권) 호텔로 지정되면서다. 도시 공간에 아티스트의 음악과 서사를 입히는 이 프로젝트에서, 호텔은 숙박 시설이라는 기능을 넘어 BTS의 세계관을 체험하는 거점으로 기능했다.
호텔 곳곳에는 '아리랑' 테마가 스며들어 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야외 정원 '아리랑 가든'에 들어서자 신보 '아리랑'의 이미지를 활용한 대형 게이트와 포토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이트 안쪽 LED 무대에서는 BTS의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지정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같은 화면에 송출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방문객 스스로가 콘텐츠의 한 장면이 되는 구조였다.
오션풀 루프탑 역시 타이틀곡 'SWIM'의 이미지를 입은 아치형 게이트와 메인 포토스팟으로 꾸며져 있었고, 풀사이드 바의 가구와 벽면에도 브랜딩 시트지가 적용돼 휴식 공간 자체가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해가 지자 호텔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해운대 해변에 면한 건물 외벽 전체에 '아리랑' 투어의 공식 테마 컬러인 붉은빛 조명이 켜지면서, 호텔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해변을 걷던 관광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빛을 따라 호텔로 향했고, 일부는 걸음을 멈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2022년 'BTS Yet To Come THE CITY in BUSAN' 당시 호텔 전체를 채웠던 색이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이었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였다. 같은 호텔, 같은 자리에서도 투어의 정체성에 맞춰 밤의 색채까지 다시 디자인한 셈이다.
낮의 포토존과 밤의 조명, 음악과 춤이 끊이지 않는 정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류 기간 내내 누릴 수 있는 객실까지... 이쯤 되면 이곳을 그저 'BTS 테마 호텔'이라 부르는 것은 부족하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지향한 것은 굿즈 판매나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 '팬캉스(팬+호캉스)', 즉 몰입형 콘텐츠와 숙박을 하나로 묶은 체류형 팬 경험이었다. 공연장 밖에서도 BTS의 세계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호텔 전체를 무대의 연장선으로 설계한 셈이다.
이곳에서만 가질 수 있는 한정 아이템… 팬들의 수집 본능 겨냥
이 팬캉스의 핵심에는 역시 투숙객만 받을 수 있는 한정 굿즈가 있었다.
'BTS THE CITY ARIRANG BUSAN' 패키지에 포함된 캐리어 파우치, 짐색, 객실 유리창에 붙이는 큐방, 투명 아크릴 토퍼 등은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이번 투어를 위해 BTS의 음악과 이미지를 입혀 제작한 한정 아이템이었다. 여기에 어묵탕과 떡볶이 등 K-스낵이 기본 혜택으로 함께 제공됐다. 패키지는 조식이 포함된 1박형, 라운지와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형, 연박 고객을 위한 2박형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체류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토카드 교환과 한정판 수집이 일상적인 아미 문화권에서, 이런 구성은 단순한 사은품의 차원을 넘어선다. 콘서트 티켓 한 장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이 호텔에 묵어야만 가질 수 있는' 굿즈를 패키지 안에 배치함으로써 숙박 자체를 하나의 수집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 기자가 2022년 'BTS Yet To Come THE CITY in BUSAN' 당시 현장취재했을 때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패키지 투숙객에게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의 미공개 포토카드 7매 세트와 웰컴 메시지 엽서, 네임택, 카드지갑 등을 제공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굿즈의 형태는 포토카드에서 아크릴 토퍼와 큐방으로 바뀌었지만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한정판'이라는 설계의 방향성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굿즈를 모으고 교환하며 콘서트의 기억을 물건으로 소장하는 아미들의 문화를 정확히 겨냥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식 경험에도 BTS의 서사가 입혀졌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스칼라'는 3년 8개월 만에 부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BTS에게서 영감을 받은 'OVERTURE' 코스를 선보였고, '크리스탈 가든'에서는 '봄날 에이드', '버터크림 라떼', '블랙 버거' 등 곡명과 가사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메뉴가 등장했다. '바 닉스'는 BTS의 활동 의미를 담은 칵테일 3종을 내놓았고, 풀사이드 바에서는 어묵탕과 떡볶이로 구성된 K-스낵 세트와 '봄날 세트' 등이 손님을 맞았다. 메뉴 하나하나에 곡의 정서를 녹여낸 점에서, 이번 F&B 구성은 음악을 미각으로 옮겨놓으려는 시도로 읽혔다.
성과는 숫자로도 또렷하게 드러났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관계자는 "평소 내국인과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7대 3 정도인데, 위버스를 통해 우리 호텔이 'BTS THE CITY ARIRANG BUSAN' 공식 IP 호텔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게시된 직후 패키지 예약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 300여 개 객실이 모두 마감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연이 열린 기간에는 내외국인 비율이 3대 7로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투숙객들로 로비와 라운지가 가득 찼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객실 점유율은 약 95%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파라다이스그룹과 BTS의 인연은 이번 프로젝트 이전부터 쌓여 있었다. 멤버 뷔는 파라다이스 공식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왔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 행사 '파라다이스 아트나이트'에 참석한 경력도 있다. 2022년 보라색으로, 2026년 붉은색으로 투어의 색이 바뀔 때마다 호텔의 얼굴도 함께 바뀌어 온 셈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붉은 조명을 두른 호텔은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였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투숙객들은 흥이 가시지 않은 듯 아리랑 가든으로 모여들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붉은빛 아래 번갈아 사진을 찍는 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콘서트가 끝난 도시에서도, BTS의 음악은 해변과 호텔을 가로질러 늦은 밤까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