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인엽 "E 성향 연기하면 ENFP, I 성향 연기하면 INFP"
배우 황인엽은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나일등' 역을 맡아 전작 '여신강림'에서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작품에 캐스팅되기 전, 김성윤 감독과 만나 '나일등'에 대한 이야기 대신 '황인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황인엽의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것, 힘들어하는 것 등 다양한 이야기에 답하다가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그리고 감동했다.
그 경험은 아마도 '안나라수마나라'의 촬영을 마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 정해놓은 법조인의 길을 위해 이름처럼 1등만을 위해 달려가던 '나일등'을 안쓰럽기보다 '멋있다'고 생각한 것도 그 이유인지 모르겠다. 나일등은 자신을 찾았고, 변화했다.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황인엽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잘했어,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말이다. 이 말은 어찌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타고난 동안 외모를 물려받은 그가 캐릭터에 따라 MBTI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몰입하고 난 후, 듣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Q. 나일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일등이는 자신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캐릭터거든요. 일등이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의연하고 용기 있고 멋지게 잘 대처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일등이를 아주 용기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멋지다고요. 그렇게 결정할 수 있고, 자기 주관대로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이 멋진 것 같아요."
Q. 작품에 임하기 전, 원작 웹툰을 봤었나.
"네. 하루 만에 다 봤거든요. 너무 좋은 메시지를 받아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원작 웹툰을 보신 분들이 그만큼 나일등 캐릭터를 기대하실 것 같아 김성윤 감독님과 함께 고민하며 열심히 나일등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나일등이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부족하고 투박한 친구인데, 이런 부분을 드라마에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황인엽이 연기하는 나일등이 곧 나일등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셔서 힘들다기보다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Q. 제작발표회에서 김성윤 감독님과 첫 미팅에서 '황인엽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눈 건가, 함께 작업한 소감도 궁금하다.
"김성윤 감독님께서 '황인엽이라는 사람은 뭘 좋아하냐, 어떤 걸 싫어하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는 무엇이냐, 어려운 건 무엇이냐, 10대 때는 어땠냐?' 등 일등이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한 질문보다, 황인엽의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그 질문에 답을 하며 '제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생각하며 감동받았어요. 감독님께서 '인엽이가 일등이를 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항상 친구같이 대해주세요. 오늘 하는 촬영이 어렵거나, 감정 혹은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장면일지라도 아쉬운 마음이 남으면 다른 날 촬영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존중해주셔서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면서 저도 모르는 제 표정과 제스처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저도 모르는 저 자신을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해요."
Q. '"저도 모르는 제 표정과 제스처를 발견했다"라고 했는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어떤 장면이 '오케이'가 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종종 그런 말씀을 하시거든요. '좋은 장면인데, 마지막 한 테이크를 갈 때는 대사를 비롯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네 마음대로 해볼래?'라고요. 꼭 그걸 쓰시더라고요. 저는 분명 이완된 상태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 저도 모르는 표정이 나와요. 다시 그 표정을 지어보려고 하면 어떻게 하는 건지 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느낀 장면 중 하나가 일등이가 조회 시간에 상을 받고 나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아이랑 둘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장면에서 저도 모르는 표정을 발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Q. 판타지뮤직 드라마라는 장르 속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퍼포먼스 등 다방면으로 준비해야 했을 것 같다.
"저는 저희 드라마에서 '진지해 지금'이라는 한 곡을 불렀는데요. 이 곡을 3개월 정도 준비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라이브로도 직접 불렀고,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했고, 다양한 버전으로 불렀어요. 그 노래를 부르면서 '일등이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메시지도 전해야했기 때문에 기타를 보지 않고 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제스처, 표정 등을 감독님과 같이 어떻게 하면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날까를 감독님과 함께 새벽까지 고민하고 연습한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아스팔트의 저주' 장면은 약 50명의 배우, 안무가와 넓은 공간에서 연습했어요. 음악의 박자에 맞춰 움직여야 했고, 조명이 '이 길을 쫓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빛이라서요. 조명부터 모든 퍼포먼스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야외에서 밤 촬영으로만 3일 정도 찍었거든요. 다 같이 뛰니까 힘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Q. 앞선 인터뷰에서 '리을' 역의 배우 지창욱이 많은 칭찬을 하며 '이미 좋은 배우니까 스스로를 더 믿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창욱과의 호흡과 평소 고민이 많은 편인지 궁금하다.
"선배님께서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라고 말씀해주신 게, 제가 나일등의 표현의 정도를 두고 굉장히 많이 고민했거든요. 건강한 스트레스인 거죠. 그런데 선배님이 '정답이 없으니 머뭇거리지 않고 다 표현해도 된다. 다시 해볼 수 있으니 편하게 표현해라'라고 해주셨어요. 저도 어찌 보면 잘 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더 보완하고, 더 좋은 것을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던져주는 메시지처럼 저도 저를 위로해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Q. 앞서 '아이' 역의 최성은은 인터뷰에서 '엄청 동안이시고, 친구로 나와서 '일등아'라고 불렀다, 친구 같았다'라고 했다. 최성은과의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일등아'라고 많이 불렀어요. 친구 역할이라 그냥 친구 같았어요. 최성은 배우님이 나이는 어리지만, 굉장히 성숙하고 저를 많이 이해해주었어요. 최성은 배우님이 가장 좋은 감정을 꺼내 전달해준 덕분에 일등이가 조금 더 입체적이고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최성은이라는 친구와 나중에 언젠가 또 좋은 기회로 만난다면, 저도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어요."
Q. 최성은이 언급한 '동안' 비결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엄마 아빠가 굉장히 동안이세요. 보통 눈썹을 올리면 주름이 생기는데, 아빠는 주름이 없으세요. 엄마 아빠가 모두 동안이라 나도 동안인가 보다 생각해요. 그리고 비결이라면, 엄마가 초등학교 때부터 선크림을 열심히 발라주셨어요. 어디 갈 때 선크림을 바르는 게 습관이에요. 제가 얼굴이 타면, 머리띠를 해서 감자 팩을 올려주시기도 하셨거든요. 엄마 덕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Q. '여신강림'에 이어 '안나라수마나라'에서도 짝사랑 연기에 임했다. 짝사랑 연기 맛집인 비결이 있나.
"짝사랑 연기 맛집인가요? (웃음) 그냥 어찌보면 '왜 날 좋아하지 않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를 좀 좋아해 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제가 A형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부분 소심한 면도 있고, 내성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기본적으로 가진 성향에 짝사랑이 표현될 때, 조금 더 소년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당당하게 표현하면 좋은데 저라면 그랬을 것 같아서요. 비결은 없어요. (웃음)"
Q. 혈액형 이야기를 하니, MBTI도 궁금해진다.
"MBTI는 원래 ENFP였는데, INFP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게 왜 달라지나 봤더니, 외향성과 내향성의 퍼센트(%)가 어떤 날은 E가 51, I가 49 이런 식이더라고요. 외향적인 캐릭터를 하면 ENFP가 나오고, 내향적인 캐릭터를 하면 미세하게 I의 성향으로 기울어서 INFP가 나오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성향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1~2% 차이로 E와 I를 왔다 갔다 합니다."
Q. 마술을 믿습니까? 마법처럼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마술을 믿죠. 나일등을 연기했으니까요. 가끔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할 때 그 시간이 조금 오래 갔으면 하는 생각에 잠시 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영원히 멈추겠다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이 조금만 길었으면 좋겠다, 좀 더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생각에서요."
Q. 멈추고 싶을 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었나.
"'안나라수마나라'를 지난해 9월까지 찍었거든요. 열심히 찍었지만,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했어요. 저를 포함한 많은 배우, 감독님, 스태프 등 모두 빨리 오픈이 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아요. 그런 '안나라수마나라'가 공개된 후, '위로가 되었다,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