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하늘, 8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
"사람들에게 더 재미있게 들려주고자, 동작과 말투 등을 넣은, 쉽게 비유하자면 구연동화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014년 영화 '소녀 괴담'으로 인터뷰한 배우 강하늘은 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자신의 배우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정답이 없는 예술을 하면서, 자기 생각이 확고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신예였던 그의 말이 인상깊었고, 더 궁금해 귀를 기울였었다. 약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강하늘은 변함없었다.
강하늘은 26일 개봉한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무치 역을 맡았다. 무치는 고려 말의 무장이었고, 조선 건국 후에는 의적이 된 인물이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물이고,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인물이며, 더불어 허당이었다. 그런 무치가 운명처럼 해적단의 단주 해랑(한효주)를 만나, 의적단과 해적단이 하나로 뭉쳐 바다에 숨겨진 고려의 보물을 찾아 나선다. 그 모험에는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물길을 가르는 배우들이 있고, 어려움을 함께 겪어낸 시간으로 완성한 케미가 있으며, 정확한 리액션 연기를 위해 보호대를 내려놓은 강하늘의 투혼이 담긴 액션이 있다.
강하늘은 '무치' 역을 맡아 '우직하고 무식하고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걸 글이 아닌 움직이는 인물로 표현할 때 조금 더 '무치면 저럴 수 있다, 무치면 저렇게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해내는 게 포인트였고요. 조금 더 무치를 우당탕탕한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표현처럼 '우당탕탕'한 느낌이 강해서인지, 무치는 만화적인 느낌이 진한 캐릭터였다. 강하늘은 "대본을 읽고 느낀 게, 우리나라 만화 중에 '열혈강호'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속의 '한비광'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싸울 때는 멋있는데, 싸우지 않을 때는 허당이에요. 그 캐릭터가 생각났어요"라고 무치의 첫 인상에 대해 밝혔다.
고충도 있었다. 수중촬영은 유독 강하늘에게 어려웠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폐쇄 공포증'은 수중촬영에도 예외 없었다. 숨을 쉬기 어려운 수중은 답답하고 막혀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제가 폐쇄 공포증이 있어요. 답답한 공간, 막혀있는 공간, 마음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공간에서 오는 것들이 있어요. '물 속이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해봤는데, 심리적인 부분 때문인지, 물속에서 숨을 못 쉬니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한)효주 누나랑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배려해주셔서 할 수 있었죠."
"제가 무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유독 뒤집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인가?' 싶어요. 거꾸로 있으면 코가 앞쪽이라 물이 안 들어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코에 물이 가득 차는 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코에 물이 가득 차서 나중에는 그게 오히려 괜찮았어요. 잘 때까지도 코에서 물이 흐르고 그랬는데요. 이건 사실 극복하기보다 받아들였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몸 사리지 않는 연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효주는 강하늘에 대해 "몸 좀 사렸으면"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액션 촬영을 할 때도 보호대도 없이 '무치'처럼 몸이 앞서는 강하늘의 걱정을 염려하는 마음에서였다. 강하늘 역시 "보호대도 없이 현장에 임하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치면, 연기자뿐만 아니라 현장 모든 사람에게 비상이 걸리거든요. 다치지 않아야 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라며 대답을 이어갔다.
"제가 보호대 없이 액션을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제가 부족해서에요. 보호대를 하고 액션을 하면, 정말 하나도 안 아프거든요. 제가 안 아픈데 어딘가 아픈 척하는 걸 잘 못 해요. 제가 못해서 그렇게 하는 것뿐이지, 더 투혼을 발휘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 무술팀과 스태프들이 안전하게 해주셔서 보호대가 없어도 촬영하면서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처음 무치가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출사표를 던지듯 보여주는 액션은 처음 '해적: 도깨비 깃발'에 빠져든 포인트였다. 롱테이크(컷 없이 하나의 카메라 무빙으로 이어지는 장면)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강하늘은 검술뿐만 아니라 슬로우 화면으로 잡힐 때 표정까지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은 당일에 연습했어요. 왜냐면 합이 바뀌었거든요. 원래는 롱테이크가 아니었는데, 무술 감독님이 의견을 내셔서 바뀌었어요. 저도 롱테이크로 가면 '한 번에 오케이가 나면 일찍 퇴근하겠네'라는 생각으로 좋아했고요. 사실 제가 롱테이크 촬영을 재미있어해요. 저의 능력은 아니고 무술팀 분들 덕분에 4~5번 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금방 끝났고, 촬영 감독님께서도 잘 포착해주셔서 완성된 것 같습니다."
무치의 여러 표정도 압권이었다. 소 떼에 매달려 가거나, 오징어로 얼굴을 맞는 등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강하늘의 현실적인 표정은 웃음을 더했다. "표정을 연습하진 않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표정이 굳어있는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오징어 맞는 걸 어떻게 연습하겠어요. 진짜 오징어 맞아서 나온 표정이고, 그냥 매달려 있으니 그런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스스로도 새로운 표정을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강하늘은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꾸준히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그는 "영화, 드라마를 시작한 계기가 공연 때문이었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알아봐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면, '내가 공연할 때 좋은 작품을 보러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이 오시지 않을까, 같이 공연하는 더 좋은 연기자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으로 매체를 맨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공연하는 것도 있어요. 여러 의미로 좋은 공연이 있으면 언제든지 할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기준점이라면 기준점인 것 같아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군대에서 돌아오자마자 그 이상 없을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 주연 배우로서 한 작품을 이끌고 가는 무게를 강하늘은 안다. 하지만, 약 8년 전 인터뷰 때처럼 '배우'라는 단어는 아직도 강하늘에게 무겁고 어색하다. 연기자, 강하늘이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다.
"연기자라고 한다면, 대본으로 되어있는 걸 사람들이 볼 때 조금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동작도 넣고, 목소리도 넣고 하는 구연동화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좋은 구연동화를 하기 위해 매 장면 매 작품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는 아직도 좀 어색해요. 아직 그냥 연기자인 걸로. (웃음)"
2022년을 시작하며 강하늘은 "2023년에도 재미있었다고 말하자"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저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웃으면서 보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의 미담 제조 비법과 연결 선상에 있는 계획같이 느껴진다.
"저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모두 그렇겠지만 힘든 일도 있었죠. 그럼데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재미있는 일을 찾으면 분명 하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낸 2021년인 것 같고요. 2022년도 분명히 힘든 일이 있겠지만,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자, 그리고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3년에도 '재미있었다'고 말하는게 제 새해 목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