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규정지어지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배우 정우성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의 총괄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동시에 동료 배우 이정재가 감독과 배우를 맡은 영화 '헌트'의 주연 배우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배우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보호자'의 감독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이 역할을 해내는 것이 가능할까? 정우성은 이를 해냈다. 그리고 참여한 작품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는 한국 최초로 달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달에 있는 연구 기지가 폐쇄된 지 5년이 지난 후, 대원은 해당 기지에서 연구하던 물건을 안전하게 지구로 가져오라는 특수 임무를 받고 기지로 향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요의 바다'는 시리즈를 연출한 최항용 감독의 단편 영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정우성은 이를 보고 "장편화 해야겠다"라는 목적으로 도전했다. 그만큼 파격적이었고, 작품 안에 담고 있는 화두가 명확했다. 정우성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당연한 요소인 물. 그것이 인류에게 부족한 현상이 일어날 때, 달로 이를 찾으러 간다는 역설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 역설 속에서 기후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얼마나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무엇하나 당연한 게 없다는 것을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라며 단편 영화에 매료된 이유를 밝혔다.
"도전 속에서 여러 이해 충돌로 인해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어요. 그 와중에 넷플릭스와 인연이 돼 8화 분량의 시리즈로 만들자는 결정이 났고요. 단편영화에서 장편영화, 그리고 또 시리즈물로 진화하면서 이야기의 배합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했고요. 그러면서도 원작이 가진 '물에 대한 질문, 역설, 아이러니'는 계속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잃지 않았죠."
미지의 도전이었다. 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의 완성도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새로운 도전에는 두려움과 용기가 뒤따랐다.
"전부 다 새로웠던 것 같아요. 달을 집중 조명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흔치 않잖아요. 제가 본 기억도 없거든요. 기술적인 노하우나 촬영 기법에서 레퍼런스를 구할 수도 없었고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보여주는 움직임의 형태가 레퍼런스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것을 근미래로 옮겨 어떻게 구현할지가 새로운 도전이었고요.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두렵기도 하고 용기도 가지며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정우성은 배두나의 캐스팅에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나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일화까지 덧붙이면서다. 정우성은 완성된 '고요의 바다'를 본 후 "결과물을 놓고 볼 때, 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배두나 배우가 너무나 송지안을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함께한 배우 공유, 이준, 김선영 등에게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어떤 한순간을 집어서 감동적이었다고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밖에 없잖아요. 현자에서 임하는 자세,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는 모습들, 배우 각자의 에너지 등 현장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질 때의 감동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함께해준 배우들에게 모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요의 바다' 시즌 2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시즌 2는 팬 여러분들의 사랑이 결정지을 것 같습니다"라며 관심을 당부한다. 사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 촬영 현장에 거의 매일 찾았다. 동선을 체크하며 빗자루를 들고 매일 배우들의 발자국을 지웠다. 열정적인 그의 모습이 꾸며진 듯 낯설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그 자체로 다가왔다.
"열정의 원동력은 도전인 것 같아요. 기술적인 레퍼런스도 없는 상태에서, 달 지면을 구현했거든요. 물론 적지 않은 예산 안에서 세트를 구현했지만, 필연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요. 완성된 이미지는 있지만 구현되지는 않았거든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크로마키, LED 등을 설치했고, 달에 있는 흙과 비슷하도록 색을 배합해 흙을 만들었고요. '촬영의 효율성을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경험 많은 제가 필요했고, 그래서 주저 없이 빗자루를 들었습니다. 저에겐 달로 가는 티켓이 빗자루 였어요.(웃음)"
도전을 쉼 없이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제작자로서도 그렇고, 과거 배성우가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하차하게 되었을 때도 대신 그의 역할을 해낸 선배이자 소속사 대표로서도, 그리고 배우 김선영의 극단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도 쉼이 없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움직이게 할까?
"도전은 결국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겠죠, 늘 그런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도 어떤 대상에게 규정지어지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요. 규정되는 것이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관점에서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어떻게 현재의 삶을 탈피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일에 임하는 직업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나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모든 작업과 사람을 대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은 늘 죽을 때까지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정우성에게 2022년 새해 소망을 물었다. 그는 이내 "'보호자'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감독다운 대답을 웃으며 전한 뒤, 답변을 이어간다.
"내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게 나에게 오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올해는 어떤 나를 딛고 또 다른 내가 될까?'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어쩌다보니 취미를 단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더라고요. 올해는 취미생활 하나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희망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늘 보관해야 하거나, 이동할 때 갖고 움직일 필요 없이 '휘파람이나 연습해볼까'라고 이정재에게 말했더니 웃더라고요. 뭔가 하나는 늘 배워보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