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지만, 예전과 달리 떠날 준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거나 힘들이지 않고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상 같은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거와 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전통적인 휴가철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살아보는 여행'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살아보는 여행'을 경험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많았지만 하늘길이 막히면서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 살아보고 싶은 지역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체험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도심 속 한옥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경험해 보기 위해 에어비앤비의 <인사이드: 한옥> 캠페인을 체험해 봤다. 이 캠페인은 낯선 곳에서 마치 동네 주민이 된 듯 살아보거나(Live Anywhere) 여행지에서 일하며 워케이션을 즐기는(Work Anywhere) 등 변화된 여행 트렌드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방과 거실, 안채까지 일렬로 배치된 'ㄱ'자 모양의 아담한 한옥집이 보였다. 또 나무데크가 깔려있는 작은 마당 위로는 투명 슬레이트가 설치된 천장 아래로 하얀 천이 마치 구름처럼 장식되어 눈길을 끌었다. 호스트의 숙소 소개 글처럼 아침에는 환한 햇살이 마당에 내리쬐고, 비가 오는 날이면 툇마루에 앉아 투명 슬레이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기에 딱 좋은 한옥이었다.

이 집은 한옥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살리고 편의를 위해 내부를 호스트의 모던한 감각으로 리모델링한 점이 특징이다. 거실에서 침실로 넘어가는 숙소의 중간 공간 위로는 한옥 천장에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마치 이 집의 나이를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1974년에 지어진 이 한옥은 47년의 시간 동안 한국 현대사의 많은 풍파를 견뎌내고 도심 속 양옥들 사이에서 홀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 얼마 남지 않은 한옥 건축물이자, 마포구에서는 유일하게 ‘한옥체험업’ 승인을 받은 집이다.

숙소의 외관을 훑어본 후 내부를 들여다봤다. 주방에는 조리도구들과 식기, 냉장고, 토스터, 커피머신 등이 비치돼 있었고 거실에는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었다. 침실에는 더블사이즈 침대 1개와 싱글침대 2개가 있어 4인 인원이 숙박해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겉은 소박한 한옥이지만 숙소 내부에 채워져 있는 물건들은 모두 고급스러운 제품들이었다.

이 숙소의 호스트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가치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 뜻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의미다. 집은 소박하지만, 집기들은 누추하지 않게 준비되어 있고, 물건들이 다소 화려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비싸거나 사치스러운 물건은 아니라고 한다. 호스트의 명확한 숙소 운영 방식이 이 집에 있는 집기류 하나하나에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았다.

한옥을 둘러본 후 밖을 나가 동네를 산책했다. 공덕동 소담길은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현대와 옛길이 공존하는 곳이다. 인근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소박한 맛집이 모여있고 근사한 로스터리 커피집, 술 한잔하기 좋은 술집이 즐비하다.

이 동네를 산책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만리재옛길이었다. 만리재옛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카페들과 세탁소, 미용실, 수선가게, 잡화점 등 오래된 동네 상점들이 나란히 이어져 있어 흥미로웠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나처럼 하루 동안만 이 동네를 살아보는 여행자의 눈에는 낯선 동네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동네 산책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 먹으며 모처럼 긴 이야기를 나누고 고즈넉한 한옥이 주는 기분 좋은 안락함을 만끽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쉼'은 꼭 필요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잠시라도 짧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먼 곳으로 떠나는 부담스러운 여행 대신 도심 속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추천해 주고 싶다. 처음 가보는 동네를 걸어보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이끌리듯 들어가 차 한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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