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미의 세포들' 안보현, 로맨스 코미디는 처음이라서
그간 강렬한 캐릭터에 훤칠한 피지컬, 그리고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했던 안보현이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여러 도전에 나섰다. 게다가 합격점이다. 비주얼적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웨이브 머리, 그리고 수염까지, 원작 속 '구웅' 그 자체로 변신한 덕에 드라마 팬뿐만 아니라 웹툰 팬까지 매료했다.
'유미의 세포들'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안보현을 만났다. 처음으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말한 그는 긴장한 내색보다는 할 말이 많은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 특히,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구웅'과 '시청자'의 입장을 모두 헤아리며 작품에 깊이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작품은 안보현의 로맨스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러브라인은 있었지만, 어째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리얼하고 진한 로맨스를 보여준 그에게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물었다. 안보현은 그 누구보다도 친동생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부담감이 상당히 컸죠. 다른 작품에 비해서요. 제 동생이 웹툰을 좋아하는 줄도 몰랐는데, '유미의 세포들' 한다고 했더니 '오빠 큰 일 났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탄탄한 원작 팬이 많았고, 좋은 작품이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동시에 더 노력하게 됐죠"
"동생이 좋아할 정도면 말 다 한 거예요. 동생과 제가 서로 무뚝뚝한 편인데, 에피소드적으로 슬프고 웃긴 게 있을 때마다 자기가 알던 오빠의 모습이 아니니까 '이게 되네' 하더라고요. 동생이 '배우는 배우인가 보다'라는 식의 말을 해줬고, '오빠가 아니라 구웅으로 보여서 좋다'고 해줘서 제일 측근인 가족이 그렇게 말해준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었죠"
구웅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유미와의 연애 방식을 보면 참 답답하다. 유미가 오해할만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생략에 생략을 거듭한다. 연기하면서도 구웅이 답답하지는 않았을까.
"웅이를 처음 연기할 때는 많은 분들이 '지질하고 답답하고 꽉 막힌 똥차'라고 하는 것들이 맞다고 생각을 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제가 웅이화가 되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다 보니 사연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욕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사실 구웅의 행동이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되게 많잖아요. 실제 저랑 오버랩 되는 그런 부분은 없었고,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던 건 답장으로 'ㅇㅇ'을 보내는 거였어요. 이건 이성, 동성을 떠내서 톤앤매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진짜 욕 먹을만하다. 이별 사유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혀를 찼죠. 소개팅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싶었어요"
안보현도 구웅이 답답하다고 했지만, 아예 다른 점만 가득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작품 속 구웅도 스윗한 면면이 있고, 생각보다(?) 깔끔하게 지내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저도 맛있는 집이 있으면 제가 데려가는 걸 좋아해요. 정리 정돈하고 깔끔하고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고 깔끔하게 나열하는 거 좋아하고요. 남자분들이 되게 혼자 살면서 잘 안 할 것 같은 걸 되게 많이 하고 살거든요. 그런 모습은 비슷한 것 같아요"
로맨스 코미디가 처음이었던 안보현은 나름대로 기존의 캐릭터성을 내려놓고, '구웅'에 스며들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그간 보여줬던 강렬한 모습에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껴서는 안됐기 때문.
"저에게는 도전이었죠. 전에는 악역이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역할을 많이 해서 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보실 때 강인하고 사악한 모습을 보고 안보현화 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걸 벗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도전이었던 부분은 저도 '댕청미', '멍뭉미' 같은 순진한 걸 표현할 수 있을까 였어요. 캐릭터적인 도움을 많이 받오 웅이의 성향을 빌려서 연기하다 보니 순박한 면을 뽑아내는 지점도 있었고, 제 자신을 더 알게 된 부분도 있었죠"
"싱크로율 부분에서는 제가 구웅에 열심히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요. 성향 같은 걸 표현하기 위해서 70% 정도 맞춘 것 같아요. 나머지는 외적인 부분에서 오는 느낌도 있겠지만, 매 에피소드적인 면에서 웅이가 가져가야할 느낌의 70%는 표출한 것 같아요"
특히나 김고은과의 로맨스 호흡이 리얼하다는 평이 많았다. 보는 이의 연애세포, 사랑세포를 깨우는 연기를 보여준 안보현은 김고은 덕에 구웅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고은이 김유미고, 김유미가 김고은 같을 정도예요. 연기력이 어마어마하고, 김고은을 김유미에게 입하는 작업 자체에 제가 매료될 정도였어요. 그걸 보고 저도 구웅화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고은 씨가 비율이 워낙 좋으시다 보니까 저와 덩치 케미 같은 게 있었어요. 저를 크게 보시기는 하는데 저 190cm도 안되거든요. 고은 씨랑 투샷이 잡히면 제가 손도 크고 덩치도 크게 보이니까 많은 분들이 케미가 잘 산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사 시원시원하고 강단 있게 행동할 것 같은 안보현. 그는 자신의 프라임 세포로 불안 세포를 꼽았다.
"항상 걱정이 많아요. 매번 잘 하고 있는 건가 의심을 사고, 저한테 당근을 잘 못 주는 스타일이라 채찍질을 34년째 하고 있죠.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칭찬을 해줘도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 보니 불안이나 걱정이 항상 배어있는 것 같아요"
운동선수 시절부터 갈고닦아온 멘탈, 그리고 가족을 향한 사랑 덕에 안보현은, 불안 세포가 커질 때도 버텨올 수 있었다. 게다가 불안하기에 더 노력하는 그의 끈질기고 선한 근성이 그를 라이징 스타로 만들었다.
"보시는 분들께도 (저에 대한) 기대치가 생긴 것 같아요. 저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어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군검사 도베르만'도 그렇고,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