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그곳...영월, 아웃도어 명소로 부상
단종 유배길 따라 걷고 동강 절벽 마주하는 트레킹 코스...오늘 밤 '레드문' 관측도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한 달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 온 단종과 호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각색해 다룬 작품이다. 영화 흥행에 따라 배경지인 영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스크린 속 역사적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탐방객이 늘면서 영월 전역이 주요 트레킹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 서사와 걷기의 조화, 청령포와 장릉]
영월 아웃도어 활동의 중심은 단종의 발자취가 남은 청령포와 장릉을 잇는 구간이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절벽으로 가로막힌 청령포는 단종의 유배지로, 인근 숲길에 평탄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영월군문화관광재단 집계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맞은 설 연휴 기간 청령포 방문객은 1만 64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방문객인 2,006명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령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장릉은 단종의 능이 있는 곳으로, 능 주변을 감싸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가 구축되어 있다.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경로로 이용된다.
[동강의 비경을 가로지르는 어라연 트레킹]
동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어라연 트레킹 코스는 역동적인 활동을 원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거운리에서 출발해 잣봉 정상에 오르면 굽이치는 동강 줄기와 삼선암을 조망할 수 있다. 잣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 지대가 섞여 있어 전문적인 등산화 착용이 권장되는 코스다. 강변을 따라 걷는 평지 구간과 능선을 타는 산길이 교차하며, 강원도 방언으로 절벽을 의미하는 뼝창을 따라 걷는 구간은 영월만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증가하는 관광객 수요에 맞춰 주요 구간의 안내 표지판 등 안전 시설물 정비도 병행되고 있다.
[봉래산 정상에서 마주하는 밤하늘과 레드문]
야간에는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가 주요 거점이 된다. 해발 약 800m 높이에 자리한 이곳은 차로 정상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동시에 등산로를 이용한 야간 산행지로도 이용된다.
봉래산 활공장은 영월 시내 야경과 밤하늘 별자리를 관측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춰 하이커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특히 정월대보름인 오늘 밤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이 나타난다. 이번 월식은 달이 붉게 변하는 레드문 현상을 동반한다. 별마로천문대는 이번 월식에 맞춰 특별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 아웃도어 거점 교통 및 주차 정보]
영월의 주요 아웃도어 명소들은 영월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비교적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청령포와 장릉은 영월역에서 차로 약 10분 내외 거리이며, 자가용 이용 시 청령포 주차장과 장릉 전용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라연 트레킹이 시작되는 거운리는 영월읍에서 동강 방면으로 약 15분 정도 이동해야 하며, 거운교 인근의 어라연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별마로천문대는 주차 공간 협소로 인해 프로그램 예약자에 한해 영월 스포츠파크에서 출발하는 전용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스크린 속 비극적 서사와 달리 오늘날 영월의 산천은 현대인에게 트레킹과 산행 코스가 집중된 지역이 됐다. 단종이 머물던 험준한 산세와 굽이치는 강줄기는 이제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의 무대가 됐다. 단순히 산길을 걷는 신체 활동을 넘어, 영월의 날선 지형을 돌파하며 그 속에 깃든 역사적 배경을 몸소 체험하는 코스로 진화 중이다.